[김성민의 독서경영 - 발칙한 예술가들 (Think Like an Artist)]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그걸 표현하는 것이다.’
- 코코 샤넬 p.222
창조성에 관한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그러나 많이 속상하다. 사실 글의 말미에 아주 간략히 언급하고자 했으나 속이 타서 먼저 쏟아내고 시작해야겠다. 이 책은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잘못 포지셔닝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정체성까지 뒤흔들 정도로 책의 제목이나 목차를 상당히 왜곡시켜 놓았다.
첫째로, 책의 원제는 'Think Like an Artist' 로서 예술가처럼 생각하기다. 즉, 이 책은 창조적 사고법에 관한 책으로 사례를 예술가의 생각법을 가져와 다루면서 그들의 예술적 결과물을 내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책의 첫머리에서 '우리는 누구나 예술가처럼 생각할 수 있다'고 독자들을 격려함으로 시작하는 것을 통해 저자가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을 짐작해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따라해보라는 말이다. 예술가처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출판팀이 무엇을 해놨는지 살펴보자. 책의 제목은 '발칙한 예술가들' .. 예술가들의 삶이나 미술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정도를 말해주는 책으로 포지셔닝을 해놓았다. 즉 미술에 관한 책으로 보이게 해놓았다.
둘째로, 아래 띠지에 써놓은 말은 더욱 가관이다.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의 '돈이 되는 예술하는 법' 이라며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마케팅적으로 이렇게 해놔야 책이 더 잘팔릴지는 모른다. 그러나 본래 의미를 왜곡시키면서까지 그래야 하는가 싶다. 왜냐하면 원래 작가가 구성해놓은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다음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셋째로, 목차에 나오는 소제목들도 문제다. '사업하는 예술가', '실패하는 예술가' '훔치는 예술가' '의심하는 예술가' ... 예술가가 바로 핵심이라는 듯이 표현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을 그냥 읽게 되면 각장에 나오는 예술가와 그 작품들에 대한 소개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 책이라면 더 자세하고 구성과 설명이 잘되어 있는 책이 많다. 이 책을 읽고 재미없다 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국내 출판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원래 원서 목차의 소제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실패하는 예술가' - Artists Don't Fail 이건 제목의 의미가 완전히 반대로 되어 있다. 실제로 글의 내용도 예술가는 실패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통해 나아간다. 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 하나만 더 들지만, 진지하게 호기심을 가진 예술가 - Artists Are Seriously Curious 이 뒤로도 다 이와 같은 방식이다. 원제는 예술가들이 어떠어떠하다는 것을 말함으로써 독자들이 예술가들의 사고법이나 습관을 통해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나, 국내 책을 보면 그냥 이런저런 작품을 요런조런 생각을 가지고 만들어낸 '예술가'가 핵심인양 혹은 그렇게 착각하게 목차 소제목을 변역해 놓은게 상당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원작제목 그대로 이 책을 Think like an Artist 로 보고 읽는다면, 즉 예술가들을 통해 배우는 창조적 사고의 책으로 본다면 전혀 다른 책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피카소라는 예술가를 통해서 창조적 결과물이 있기 까지 '모방'이 얼마나 필수 불가결한 것인지를 말해준 이야기다. 요약해보자면 이런 내용이다. 스페인 출신 영재였던 피카소가 예술의 도시 파리에 갓 왔을 때 운 좋게도 좋은 후원자를 만나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피카소는 그림그리기에 몰두했고 하루에 두세편을 그리기 까지하면서 1901년 6월에 있던 개인전을 위해 단 3개월 만에 60점의 그림을 완성해서 전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곳에 전시되었던 60점의 그림들의 대부분이 당대 혹은 전대에 유명한 예술가들의 모작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은 고야나 벨라스케스의 화풍을, 다른 작품은 후기인상주의 화가의 작품 분위기를, 어떤 것은 드가나 세잔의 그림의 느낌을 실었다. 이렇게 까지 모방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1901년 6월까지의 피카소는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그 피카소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인물이다. 과정중에 있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애플의 CEO 였던 스티브잡스가 인용했던 말로 유명한 피카소의 명언이 등장한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그런데 이 말 또한 프랑스의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의 말을 훔친것이었다. 창조성이 존재하기 까지 과정에는 '모방' 이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뉴턴도 자신이 남들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것은 거인의 어깨위에 선 덕분이라고 하였고, 아인슈타인도 창조성이란 (어떤 책에는 훌륭한 발명이란) 출처를 숨기는 기술이다 라는 말을 했다. 기존에 누군가 이룩해 놓은 체계를 답습하고 모방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전에 갖추어야 할 토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예술가들의 창조적 사고의 방식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 하다 마지막 장에 가면 우리의 교육이 예술학교와 같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읽다보면 이런 관점이야 말로 로봇 자동화시대에 인간의 사고력을 높이고 창조적 사고를 하게 하는 좋은 교육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한 부분을 가져와 본다.
아인슈타인, 갈릴레오, 셰익스피어가 이 아이들이 배워야 할 인물이 된 이유, 즉, 대단한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그들이 무엇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기성의 생각을 무시하고 사회가 오랫동안 고수해온 전제들에 용감한 질문을 던졌다. 달리 말하면 이 인물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오늘의 학생들은 이 위대한 사람들이 ‘무엇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배우고 있지만, 훨씬 더 중요한 내용인 ‘어떻게 그걸 할 수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아닐까? p.268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마무리 하며 예술가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고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생각이지 힘이 아니다. 예술가들은 오래 전에 그걸 알아낸 사람들이다. p.284
예술가라고 해서 꼭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거나 할 필요까지는 없을지 모른다. 저자가 이야기 하듯이 예술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있다. 의심하고, 훔치고, 진지하게 호기심을 가지며, 큰 것과 작은 것을 모두 생각하고, 용감한.. 그리고 멈추어 생각할 수 있는 태도와 습관은 기업을 경영하든, 작은 팀을 맡은 리더가 되었든 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영감을 가져다 줄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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