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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창의력의 재발견

[김성민의 창의칼럼] 창의적 실행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김성민의 창의칼럼 - 이어폰 잭을 없애는 용기]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7년에 스마트폰을 발표한 이후 10년이 되었다. 그 사이 손안의 작은 컴퓨터는 스마트폰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눌만큼 우리 삶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출퇴근길 그 많던 지하철 무가지 신문들이 없어졌고 신문수거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도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렸다. 어떤 행사를 가보아도 참여자들이 가만히 행사를 지켜보는 일은 드물다. 저마다 손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어 들고 기억을 저장한다. 세상을 접하는 방식도 거대 언론매체가 아닌 각자 개인이 1인 미디어가 되어 컨텐츠를 생산해낼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한 유통방식으로 바뀌어 버렸다. 



 최근들어 이토록 빠른 변화를 겪고 있지만, 인간은 변화에 익숙하지 않다. 역사속의 변화는 100년 혹은 천년, 많게는 만년의 단위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기껏 100년 남짓 살면서 변화보다는 날마다의 반복된 일상이 일반적이었고, 우리는 그런 반복을 어쩌면 당연시 여기게 되었을지 모른다. 이것은 인간 두뇌를 진화론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쉽게 이야기 되는 내용이다. 반복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 만큼, 변화는 잘못되고 악하며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져왔다. 마을에 벌어진 갑작스런 변화는 일단은 위험하고 위협적인 것으로 인식되었고, 실제로 어제까지 무난하게 잘 살아왔던 삶이 바뀌는 것은 익숙한 일상을 뒤바꾸어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하기에 환영받지 못하였다. 만약 누군가 새로운 생각을 주장을 하였을 때, 그것에 동조하여 변화하자고 말하는 것보다는 현상을 유지하자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역사속의 큰 변화의 지점에는 당연시 여기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만물을 신적메시지가 아닌 단지 '물'로 본 그리스의 탈레스라는 철학자로 부터, 태양이 도는것이 아닌 지구가 돈다고 한 코페르니쿠스, 모든 생명체를 진화적 산물로 해석한 다윈도 그 당대의 용기있는 사람이었다고 본다. 그것이 옳던 그르던 관계없이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익숙함과 당연시여기는 생각으로 부터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졌던 자였다. 


  창의성이라고 하면 개인의 창의적인 사고방식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면서 개인의 생각을 표출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사회의 통념에 위배되어 보이는 생각이라고 판단하고 스스로 생각을 거두어 들인다면 창의성은 실현되지 않게 된다. 이 지점에 이어폰 잭을 없애버린 한 스마트폰 회사의 용기가 등장하게 된다. 



  2016년 9월 5일 전세계의 애플의 새제품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루머로 쏟아져 나왔던 것이 사실임을 애플 신제품 발표회 키노트를 통해 듣게 된다. 새로나오는 아이폰 제품에 이어폰잭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때 이 키노트를 전해준 사람은 마케팅 수석부사장인 필 쉴러인데, 그는 그 발표에서 '용기'라는 단어를 썼다. 무척이나 전략적인 판단과 시장분석을 통해 엄밀한 접근이 되었어야만 했을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 '용기'라는 상당히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이 의아스럽기까지 했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너무나 당연한 접근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처음 변화를 맛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게 자연스럽다. 많은 사람들의 불편한 반응을 이겨내고 새로움을 추구할 때에는 본질을 선도하겠다고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 당시에도 그랬지만 상당히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어폰잭을 없애고 무선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에 대해 좋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장만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있었고, 비싼 악세사리 값에 대한 불만, 무선으로 들어야 할 때 겪게 되는 음질 저하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의 디자인을 보고 전동칫솔이니 담배꽁초니 하는 비하의 목소리가 있었고, 분실에 우려에 대해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런 불평들을 모두 인정하고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무선의 시대가 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6개월 전 나는 지인으로 부터 국내 기업이 만든 목에 거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하나 선물을 받았다. 그 이전에도 이동중에는 항상 강연등을 듣는다고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한채 다녔는데, 이것이 상당히 불편하였다.  선이 자꾸만 주변 사람이나 물체에 걸려서 이어폰이 귀에서 빠지는 일이 많았고, 행동에도 제약이 따랐다. 그런데,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한 이후 이런 불편함이 모두 사라져버렸고 이제껏 6개월간 한번도 이어폰잭에 기존 이어폰을 꼽아본적이 없을 정도다. 어쩌면 수년 뒤에 기존 이어폰잭을 어린이들이 신기하게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애플은 과거에도 많은 것을 없앴다. 핸드폰에 있던 물리 키보드를 없앴고, 아이맥이라고 하는 데스크탑 PC 에 최초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없애버렸다. 맥북에어라는 노트북에는 CD나 DVD를 읽던 ODD 도 없애버렸다. 지금에 와서는 이 세가지가 너무 당연시 되어버렸지만, 그 당시 각각을 없앴을 때 지금의 이어폰잭을 없앴을 때만큼이나 목소리들이 있었다. 애플은 그런 불만이 당연하게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욕먹을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 그것은 '용기'라는 말이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 


  기업은  혁신적은 무엇인가를 원한다. 그러나, 개개인에게 창의적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동시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혁신은 불가능 할 것이다. 왜냐하면, 변화와 혁신적 아이디어는 너무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혁신을 원하는 조직의 장은 개인의 어떠함을 강조하기에 앞서서 비난받을 생각도 자유롭게 이야기나눌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