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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학문의 즐거움 - 히로나카 헤이스케

[김성민의 독서경영 - 학문의 즐거움]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잊어버리게 되는 것을 

왜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나는 그러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 

“그것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고 대답할 것이다.  p.46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의 지혜가 담긴 인생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해 보았던 조훈현 9단의 '고수의 생각법' 이 생각났다. 어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 본 사람들은 단지 그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아주 특별한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삼년전 읽었던 앤드류 와일즈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수학의 미해결 문제를 풀기 위한 일생에 걸친 도전이 마치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평생 칼을 갈아온 무협지의 주인공과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인공의 도전과 실패, 좌절, 그러나 그것으로 부터 극복하여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큰 교훈을 얻는다. 적어도 책의 내용을 보면 자기계발서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결국 잊어먹을 것을 우리는 왜 공부하는가? 에 대한 대답을 이 책에서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무척 추상적으로만 들리는 '지혜'라는 말에 대해서 저자는 삶의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처하는 능력으로 말한다. 


어려움이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때야말로 깊이 생각하는 힘이 요구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을 때, 혹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깊은 사고력뿐이라고 생각한다. p.44


  저자에게 있어서는 이것은 수학이라는 분야의 '특이점 해소' 문제가 될 수 있었다면,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이 짊어질 십자가 만큼의 문제들이 있다. 유년시절에는 부모님이,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이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왔다면, 성인이 되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스스로 그런 문제를 직접 고민하며 해결해가야 함을 뜻한다. 그렇기에 성인이 되어서는 인간은 고독을 느끼는게 아닐까?


Loneliness(외로움)는 loneness(고독)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인간의 감정을 나타낸 말이다. loneness를 잃었기 때문에 loneliness가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loneness를 확고히 갖고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어떤 삶과 어떻게 접하더라도 loneliness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p.82


  책에서는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생각이 자신만의 신조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철저히 고독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고독해본 자만이 인생을 자신의 이유로 살아갈 수 있다. '신앞에서의 단독자' 라는 철학적 표현도 이런 '고독'을 경험하는 인간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저자는 이런 고독을 확실히 갖기까지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도왔음을 이야기 한다. 부모님에게서 받은 재능과 문화, 습관, 따스함등, 친구들로 부터 받음 문제를 철저히 분석하는 태도와 교수님으로 부터 얻은 따끔한 충고들이 이 책 내용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에서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삶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고독한 존재로서 살아감을 뜻하지만,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부모로서 선생으로서 친구로서 받은 지혜를 나누며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흔히 말해지는 '공부해서 남주냐?' 라는 말에 '그래, 남주기 위해 공부한다' 라는 뻔한 동기부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성숙하고 성장할 수록 나의 인생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이 된다면 그것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생각이 든다. 


  책의 분량은 그리 두껍지 않고, 수학자로서 매우 쉬운 어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읽기도 쉬운 책이다. 게다가 그의 삶의 이야기들은 많은 지혜를 가져다 준다. 새해 목표에 대한 사람들의 설문중에 '독서'와 '운동'이 단연 1,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한다면 쉽게 읽힐 수 있으면서도 평생학습에 자극이 될 수 있을 오늘의 책을 추천한다. 우리는 평생 공부하면서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니깐 말이다. 



<책 속의 명언 & 생각>

  • 좋든 나쁘든 간에 부모는 자식에게 있어서 어떤 교과서에도 써져 있지 않은 살아 있는 본보기이며, 자식들은 무의식중에 부모의 인생관에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p.32
    ; 두말할 나위 없다. 


  • 컴퓨터에 영화를 보여 주더라도 컴퓨터는 그것을 감상하지 못한다. 하나하나의 영상이 독립된 화면으로 보이고 연속된 장면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이처럼 인간의 두뇌는 불연속적인 것을 연속적으로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p.49
    ;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앞으로는 어떨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1초전에 보았던 장면을 지금 보고 있는 그 장면의 연속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면 하나의 자의식이 있어 그 자의식이 간극을 매우며 스토리로 연결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말은 인공지능에게 자의식을 심는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그것 역시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음을 말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발명되지 않았고, 어쩌면 자의식을 지닌 기계는 영원히 불가능한 이야기 일지 모르겠다. 인간이 단지 물질로만 이뤄진 존재라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불연속을 연속으로 이해하고, 도약 및 비약할 수 있는 힘이 '창의력'이다. 아무리 인상파의 작품을 흉내내는 인공지능 로봇 예술가가 나와도 그가 새로운 장르와 미술영역을 개척해 창조할 수 있을까? 흉내와 창조는 다르다. 바둑에서 최고가 될지 모르지만, 바둑과 비견될 게임을 창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본다. 


  • 책을 읽고 고급 이론을 이해하거나 남의 논문을 명석하게 비평하는 것만으로는 ‘선생님’이 될 자격이 없다. 자기의 이론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논문을 써야 한다. 아무리 형편 없는 것일지라도……  p.87
    ;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누군가 등뒤에서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논문을 쓰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후에 이것이 발단이 되어서 필즈상의 영예를 얻게 되었다. 누구나 시작은 형편하고 미흡할지 모르지만, 시작하지 않고 이뤄지는 것은 없다. 이런면에서 올해 나의 미약한 글이지만 책을 내보고자 한다. 아주 미흡하고 형편없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