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소유냐 존재냐]
우리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게 존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마르크스> p.32
2016년도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한해를 돌아보며 예전 같으면 내가 이뤄낸 결과물들을 보면서 한해의 성과를 따져보았다면, 이 책을 읽고나니 '과연 나는 제대로 존재해왔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풍요롭게 존재함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산업화 사회에서 인간존재가 얼마나 메말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을 시작으로 이 책에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준것은 언어에 있다고 한다.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개념을 전달해주는 '명사' 형태로 말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이 책에서 예로 나오는 것이 '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라고 표현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고통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나와는 별개로 존재하는 '문제'라는 대상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인간이여, 그대의 지식을 비워버리라”는 그의 요구는 '알고 있는 것'을 잊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라는 의미이다. p.92
지식에 대한 접근도 그렇게 본다.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알고 있고', '알아가고자 한다' 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존재로서의 지식을 강조한다. 책에 나오는 몇가지 존재적 양식과 소유적 양식을 간단히 적어보았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 소유란 단지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의 문제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금욕주의자에 대한 비판의 내용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욕구의 부재를 참회의 시행이나 외적 신앙의 수련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을 꾸짖는다. p.90
에크하르트 수사의 개념을 통해 전달하는 내용은 자신이 금욕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자체도 소유적 존재양식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된다. 이런 기준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소유적 가치를 가지고 살고 있으며, 남들을 비교 판단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저 내 앞에 있는 존재에 대해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삶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소유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것은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유적 욕망과 집착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소유로서 여겨지며 다루어진다. 바로 우리 주변의 사회 속에서 말이다.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가 그대의 삶을 덜 표출할수록, 그만큼 그대는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소외된 삶은 더 커진다. … 국가의 관리자는 그대의 삶과 인류에게서 앗아간 모든 것을 돈과 부로 환산하여 그대에게 돌려준다.” <마르크스> p.212
흥미로운 점 중에 하나가 '소외'와 '소유'는 함께 증가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소유에 집착하면 할 수록 존재로부터 소외되어가고, 그런 소외됨에 대한 보상을 국가와 회사는 야간수당, 주말특근수당, 인센티브 등으로 돌려주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만약 나의 소유가 곧 나의 존재라면, 나의 소유를 잃을 경우 나는 어떤 존재인가? p.152
소유적 실존양식이 강하게 작동할 수록 존재적 실존양식이 희미해지는 이유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자꾸만 소유로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몇 평 아파트에서 사는지, 외제차를 모는지, 명품 가방을 메는지, 혹은 어떤 회사에 다니고, 연봉이 얼마며,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로 자신의 가치를 매긴다면 그것들이 없을 때의 존재는 무엇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자유로운 인간은 죽음에 대해서는 최소한으로만 생각한다. 그의 지혜로움은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닌 삶에 대한 숙고이다” <스피노자> p.175
죽음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죽음이 두려운 이유중 하나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과의 끊어짐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였던 스피노자의 말은 오늘 존재하는 나로서 살아가는 '삶' 에 대한 인식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지금, 여기'가 가장 소중하고 의미있음을 살아내는 것.. '왕년'에 어땠다거나, 지난간 추억에 묻혀서 현실의 가치를 외면한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지혜라고 보았다.
저자인 에리히 프롬은 단지 개인의 사람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소유와 존재만을 이야기 했던 것이 아니라, 3부에서는 그러면 어떻게 '존재로서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방안을 정책적 방향성의 측면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성 평등과 무분별한 광고의 제약, 객관적 정보의 공평한 공유 등은 민주주의를 향해 가는 국가나 조직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보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흥미로왔다.
책은 읽기가 그리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철학적 기반이 없이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다행히 나에게는 최근에 입문서 위주로 몇권의 철학 관련 서적을 접해서 인지 버겁긴 했지만 하나씩 곱씹으며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있었다. 소유냐 존재냐 라는 질문은 자기계발에 있어서도 많이 언급되는 주제이기에 한번 쯤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전체를 읽기가 어려운 분이라면, 1부의 '일상적 경험에서의 소유와 존재' 편으로 시작을 권해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쉽게 쓰여진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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