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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성민의 독서경영 - 자신을 찾아가는 젊음의 방황]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중학교때 처음 이 책을 접했던 기억이 난다. 친척집 책장에 꽂혀 있어서 무료한 시간을 때울겸 꺼내들어 한 챕터정도 읽었을 거다. 데미안이라는 어느 소년의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으니 제대로 읽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25년정도 지나서 다시 꺼내어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너무 충격이었다. 서점에 돌아다니다보면 이 책이 '청소년을 위한' 혹은 '어린이를 위한' 등으로 쉽게 풀어서 나온 것도 본 적이 있다. 그런 책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과연 청소년들에게 혹은 어린이들에게 데미안을 읽히는게 과연 맞을지 심히 의심되었다. 만일 읽혀도 될 정도로 각색한거라면 그것은 더이상 데미안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간략히 줄거리를 이야기해보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싱클레어 라는 소년이다. 내가 중학교 시절 읽을 당시 데미안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그 사람이다. 싱클레어가 10살때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20대 전쟁에 군인으로 소집명령을 받았을 때까지의 약 10여년동안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흔히 '질풍노도이 시기'라는 말이 붙는 10대의 시절에 누군가의 인생에서 경험했을 법한 방황과 깨달음의 여정이 진행된다. 


  10살때 있었던 사건은 그의 인생 전체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데자부와 같다. 뭔가 쎄보이려고 동네 형 앞에서 했던 거짓말로 인해 싱클레어는 동네 형인 프란츠 크로머에게 메인몸이 되어버린다. 그의 빚을 값기 위해 벌인 행동들 때문에 빚을 다 갚고 나서도 꼬투리를 잡혀 크로머에게 벗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 이전까지 싱클레어를 둘러싸고 있는 밝고, 행복하며, 종교적 분위기와 화목함으로 가득찬 인생은 파탄이 나 버리고, 전혀 그렇지 않은 세상에서 두려움에 떠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전학을 온 막스 데미안 이라는 선배로 부터 도움을 받아 다시금 그 밝은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당시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마음을 꿰뚫어보듯이 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주었다는 것에서 비롯하는 거야." - 데미안  p.52


 이로서 싱클레어는 예전의 삶을 되찾는 듯 싶었지만 데미안의 표현으로 '카인의 표적'을 이마에 달고 있는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들어놓은 하나의 세계에 안주하지 못하고 크게 동요하는 삶을 살게 된다. 계속되는 술과 문제행동으로 학교 정학을 바로 앞둔 어느날 베아트리체라는 자신속의 한 여인으로 인해 완전한 모범적 인생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고 데미안이 보내준 알과 세상에 대한 수수께끼와도 같은 문장을 통해 잊혀진 삶에 대해 각성을 하게 된다. 


아, 지금은 알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인도하는 길가는 것보다 더 인간에게 거슬리는 것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p.62


  데미안을 읽으며 내 인생의 작은 일탈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춘기 시절의 부모님께 대한 반항, '나답다'라는 것에 대한 숨막힘 속에서 타락의 길로 가보고자 했던 마음들이 떠오르며 데미안의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방황이 인간 보편성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도 더해져서 주인공의 행동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똑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전혀 가치가 없어, 아무런 가치도 없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날 뿐이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건 죄악이지. 자기 자신안으로 완전히 기어들 수 있어야 해, 거북이처럼”  - 데미안  p.88

  싱클레어가 자신이 깨달은 바를 한참 뜰뜬 마음에 떠벌리고 있을 때, 어른같고 차분한 데미안은 곧은 심지로 위와 같은 말을 던진다. 어쩌면 그토록 아는 체하고 자랑하려는 나의 마음을 찌르는 말인가 싶었다.  자신안으로 깊이 말하는 바를 실천하여 내가 그 말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위와 같이 이 책을 자기 반성의 교훈으로 삼기만 하기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신과 악마의 모습을 함께 지니고 있고 숭배의 대상이 되어지는 압락사스의 등장과 데미안과 주인공이 압락사스나 배화교에 심취해 있는 모습, 주인공이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과의 사랑 등을 볼 때 저자인 헤르만 헤세가 종국에 가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정리되지 않기도 하였다. 어쩌면 그의 말과 같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아직 깨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싱클레어가 그린 그림에서 데미안과 자신의 모습, 그리고 에바부인의 모습이 오묘하게 뒤섞여 나오는 모습을 보았는데.. 혹시 이 모든 것들이 싱클레어 자신의 상상속에서 이뤄진 이야기들이 아니었는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래전 보았던 '파이트 클럽' 이 생각이 났다. 



 주인공이 브레드피트라는 전설적인 싸움꾼을 만나 비밀스러운 단체인 파이트클럽을 함께 만들었으나 알고보니 브레드피트는 존재하지 않았고 자신이 그 전설적인 인물이었다는 반전이 기억남는다. 과연 싱클레어도 데미안이라는 가상적인 존재를 만들어낸 철학천재였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독백이 이를 표현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속으로 내려가면 (중략)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p.222


  아주 오랜 시간동안 '데미안' 이라는 책 제목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듯 싶다. 데미안 이라고 하면 왠지 머리가 금발의 하얀 얼굴을 한 미소년을 떠올리곤 했기 때문이다. 누가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중학교 시절 책을 집어들어서 한 챕터정도 읽어볼 때 가졌던 연상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말해준 것인지? 아니면 순전히 이름을 들으면 떠올려지는 느낌이었는지.. 그야 어쨋든 이 책은 내가 상상했던 책과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이 역시 잘 알진 못하지만 책 속에서 니체와 프로이드가 꿈틀댄다는 느낌을 받았고, 소설이라기 보다는 철학서를 읽는다는 생각에 지루해지기도 했다. 명작고전에 들어 있는 책이어서 선택은 했지만 선뜻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에는 주저되는 책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자 고민하는 청년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책 속의 명언>


  •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 피스토리우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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