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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정효찬의 뻔뻔한 생각책 - 정효찬

[김성민의 독서경영 - 정효찬의 FunFun한 생각책]


"꿈을 꾸는 순간부터 

삶의 역경은 꿈을 이루는 과정이 되고, 

꿈을 이루는 순간 그 모든 역경은 

나만의 이야기가 되는 거니까.”  

<비석만드는 선배>   p.155


  나도 그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대구의 모 대학에서 미술 교양과목의 시험문제를 아주 엽기적으로 내어 논란이 일었던 그 기사 말이다. 라면끓일 때 필요한 물의 양을 묻는다거나 소심한 사람이 하는 키스법을 보기중에 고르라는 문제, 수업 첫 시간에 모두가 함께 했던 행동을 묻는 문제 등 대학의 정규 교과과정에서 나올만한 문제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엽기적이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왜 우리는 대학을 가야하는가?" 라는 다큐멘터리에 매우 흥미롭게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가 나와 궁금해 찾아보니 15년전의 바로 그 교수였다. 


  책에 내용이 나와서 알게된 사실인데 인터넷을 통해 그 당시 기말고사 문제가 퍼지면서 언론에 알려지고, 강의하던 대학으로 부터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그는 아는 선배를 통해 일을 알아보게 되어 타일 붙이는 일을 하다가 지금 강의를 하는 한양대에 초빙되어 창의성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여기서 내가 놀란 것은 한양대의 관계자가 그 당시 논란이 한참 일고 엽기강사라는 낙인이 찍혀 모두에게 외면당했던 정효찬 교수를 불렀다는 사실이다. 정효찬 교수도 대단하지만, 그를 알아봐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양대 관계자라는 분의 열린 마음과 안목이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15년전 엽기적인 기말시험문제 만큼이나 책도 재미있게 쓰여졌다. 유모책도 아닌데 글을 읽다가 반전있는 이야기들에 피식피식 웃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절대 내용이 가볍지 않다. 이노베이션과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실제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얻게된 실천적 경험에 비추어 핵심적인 내용들을 전달하고 있다. 아마도 그가 인생의 크나큰 좌절을 경험했었기에, 그리고 그속에서 통찰을 얻어냈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노베이션이라고 하면 기업의 특정한 시스템이나 업무방식등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교수의 접근은 전혀 달랐다. 먼저는 자기 자신이 누군이지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1강의 제목은 '자기증명 이후에 창조다' 라고 되어 있는데, 그의 관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혁신되지 않은 자신이 세상의 무엇인가 혁신한다고 하는 것은 자기기만이지 아니한가.


  질문이 없는 시대다. 손바닥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무한대의 정보를 제공한다. (중략) 하지만 손바닥 안의 컴퓨터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줄 순 있지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p.22


  답을 알고자 한다면 네이버나 구글에 물어보면 된다. 문제는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를 모른다는데 있다. 욕망하지 않는 자신,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개인은 인생의 주체자로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놓은 환경속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주변의 불합리와 불편함에 익숙해져 당연한것으로 보고 변화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모르고,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은 이런 주체성을 찾아가고, 환경을 혁신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전제조건이지 않을까 싶다. 


 

‘a’와 ‘b’와 ‘나!’ 이렇게 셋이 만나서 민낯을 보며 이야기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려면 a면과 b면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을 지워야 한다. 본질에 대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장신구들을 버리는 것이다. p.108


  고정관념이란 전체의 진실을 알지 못하면서 내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데서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착시현상에서 일어난다. a와 b가 같은 색으로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확히 동일한 색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살아온 삶을 통해 만들어진 인식이 타일의 서로다른 색깔이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둘은 다르다고 강하게 확신할 뿐이다. 이 둘이 같다는 것을 알고자 한다면 주변에 있는 것을 지워야 한다는 말이 공감되었다. 창의성은 통찰이고 통찰은 본질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본질을 보기 위해 형식을 제거해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삶에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형식들을 제거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책을 읽다보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창의성에 대한 이론과 관점을 통합하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다. 게다가 '팀 단합모임 사진제출', '만우절 프로젝트', '패러디 사진 팀과제' 등 아이디어를 책상위에서 내는 것으로 머무르지 않고 직접 실행에 옮겨 결과를 만들어보게 하는 수업을 진행했던 것에 놀라왔다. 학생들은 직접 부딪히고 실패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창의적 방법론을 써놓은 이론서는 아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에피소드등을 엮어놓은 기록물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수업기록에 대해 통찰력있게 해석하는 부분이 그 어떤 방법론만 이야기하는 책보다도 더욱 와닿는게 있었다.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 책을 부담없이 읽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