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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침묵으로 가르치기 - 도널드 L.핀켈

[김성민의 독서경영 - 침묵으로 가르치기]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유일한 교육 방법은 

바로 민주주의다”  p.229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소리없는 아우성', '빛나는 어둠'과 같은 모순형용이지 않는가. 서점을 둘러보던 중 이런 호기심에 책을 집어들었다. 한편으로는 강사가 말을 하지 않고도 강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게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순진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침묵으로 가르친다고 해서 더 쉬운 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교사의 침묵속에서도 더 깊은 교육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 교사는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였다. 다음은 이 책에서 말하는 침묵으로 가르치기의 방법들이다. 


    1. 책이 말하게 하라

    2. 학생이 말하게 하라

    3. 교사와 학생이 함께 탐구하라

    4. 친숙한 글쓰기로 말하라

    5. 학습을 일으키는 경험을 설계하라

    6. 민주적인 선생님이 되어라

    7. 동료와 함께 가르쳐라

    8. 경험을 제공하고 생각을 불러일으켜라

  

   이 책의 저자인 핀켈 교수는 그의 수업에서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서로의 다양한 생각들을 표출할 수 있도록 운영한 사례를 이야기 한다. 심지어는 자신과 관점이 반대에 서 있는 다른 교수와 함께 수업에 둘이 같이 들어와서 토론을 하는 시간도 가진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사가 하는 이야기를 잘 메모해놨다가 시험에서 그대로 읊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교사의 생각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서로가 그 이야기들을 나름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몇해전 보았던 '서울대에서 A+을 받는 방법' 이라는 내용의 다큐가 생각이 났다. 고득점의 비법이란 다른것이 아니라 교수의 수업을 농담까지 그대로 필기했다가 시험지에 똑같이 옮겨적으면 된다는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그것은 기존의 학문적 체계를 답습하고 빠른시간내에 따라잡는 훌륭한 방법일 수는 있지만 다양성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현실과는 대립되는 매우 이질적인 교육의 모습이었기에 생각만해도 씁쓸한 마음이 남는다. 


    책을 읽어가며 교육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교육의 내용이 아닌 형식에 의해 배운다. 아이들이 부모의 말이 아닌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교사의 절대적 지식을 시험지에 그대로 옮겨적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시스템을 최소 12년을 경험한 사람은 독재적 권력이 정해준 답을 따라가는 것에 안도하기가 쉽다. 5개 중에 오직 하나의 정답이 있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은 내가 지닌 정답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에 대해서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이것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람간의 갈등과 불통을 만든 근본 원인이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의 본질이 '가르친다'가 아닌 '배운다'로 생각한다면 '침묵으로 가르치기' 라는 책의 제목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들을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전달되지 않는 것 처럼 교육에 있어서는 개개인을 주체자로 하여 배우고 싶어지게 하는것이 교사의 역할이지 않을까? 


“아이는 즐거워서든지 자기한테 필요해서든지 당장 이득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아이가 현재 가진 관심이 배움의 가장 큰 동기이자 끝까지 이끌어 줄 유일한 동기다”  <루소>  p.112

  실제로 소집단 토론을 들어보면 유치한 수준의 대화가 오갈 때가 많다. (중략) 하지만 교육의 목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 목표가 교사의 가르침이 아니라 학생들의 배움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기꺼이 학생의 이해 수준을 파악하려 할 것이다. p.208


  그러면서도 기존 방식의 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한 제안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강의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학생이 실제로 강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야 하고, 교사의 말이 학생 스스로 경험을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p.300


 학생들의 경험과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배움'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핀켈 교수는 그럴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기존의 교육방식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교육의 형태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피교육대상이 지니고 있는 경험치에 대한 이해와 그리고 강의의 내용을 경험치와 만나게 하는 적절한 사례를 철저히 준비해야 함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일선 교육의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과 교육 정책을 구상하는 분들이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첫장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하나를 인용하고 마치도록 하겠다. 


교사의 머리에서 학생의 공책으로 지식을 옮겨 적는 것이 교육의 목적은 아니다. 교육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험을 치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5년 뒤에 아무런 준비 없이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른다면 과연 몇 명이나 통과할 수 있을까? 그걸 어떻게 통과하냐고 답한다면, 강의를 짜서 전달하고, 필기하고, 필기한 내용을 공부해서 시험을 치르는 데 드는 그 오랜 시간을 무엇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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