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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모든것의 본질

[김성민의 본질게임] 날개없는 드론

[김성민의 본질게임 - 드론계의 다이슨, 날개없는 드론]


 "발명은 출처를 숨기는 기술이다"


이 말은 아인슈타인이 했던 명언으로 유명하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본디 어디에선가 있던 것을 가져온 것일 뿐이라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연모방기술이 그렇다. 



사냥을 나갔다가 옷에 들러붙은 도꼬마리를 관찰하다가 나온 벨크로(찍찍이) 라던지, 수직으로 벽을 타고 오르는 도마뱀의 뱀을 관찰하여 만든 스티키봇이라는 로봇, 탄산칼슘의 특별한 분자구조로 그 강도가 남다름을 이용해서 방탄복에 적용한 사례등 우리 인류가 발전하면서 만들어놓은 많은 것들이 이미 자연계에 존재하던 것을 살짝 이용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자연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같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것은 '새로움'을 추구한다기보다는 기존의 것에 대한 관찰과 내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적용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의 통찰이 뒷받침되어야 함에는 분명하다. 



일전에도 한번 다루었던 다이슨이 만든 날개 없는 선풍기가 본질을 바라보고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선풍기의 본질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 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 발명된 선풍기는 그로부터 1세기동안 프로펠라 팬 방식이라는 기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채 이어져내려왔다. 당연히 태어나면서 부터 선풍기를 그런 형태로만 보았던 사람에게는 선풍기는 '원래부터 그런'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고정관념이 형성된다. 


그런데, 다이슨은 선풍기의 본질만 남기고 날개라는 형식적인 부분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선풍기를 인류에게 선사하였다. 


최근 디자인계의 K팝스타인 레드 닷 어워드에서 디자인 컨셉 부분의 우승을 한 드론도 이점을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일명 날개없는 드론, Edgar Herrera 라는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기존의 드론들이 가지고 있던 전형적인 형태를 탈피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날개가 4개가 있는 쿼드롭터의 모습이 아니라 바깥으로 향한 세군대의 원형이 보이고 중간이 비어있는 모습이다. 


또한, 공중을 날아다니는 드론의 혹시모를 날개에 의한 사고위험성을 걱정했던 분이라면 이 디자인을 보며 뭔지모를 안도감이 들었을 것이다. 위 사진은 날개가 전혀 없는 드론이기 때문이다.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위의 사진만 보고도 앞서 내가 왜 아인슈타인의 이야기와 다이슨의 사례를 들었는지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위 디자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내가 저 bladeless drone 을 보았을 때 아래와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물론 이건 디자이너의 창작 노력을 폄하하려고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디자이너가 본질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에 대해서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127년간 달고 다녔던 프로펠러를 없앴던 다이슨의 그 아이디어를 그대로 드론이라고 하는 영역에 적용하여 프로펠러 없는 드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이야기처럼 어찌보면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너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아무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식이기에 더욱 놀랍다. 


 드론도 선풍기도 바람을 일으킴으로써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을 절묘하게 가져왔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것은 컨셉디자인일 뿐이다.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데에는 아마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blade 방식의 추력에 비해서 베르누이 방식의 압력차에 의한 추력이 과연 힘을 제대로 낼 수 있을까도 의심스럽고, 어쩌면 다이슨의 베르누이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의 공기추력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보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절묘하게 훔쳐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다. 


관찰과 본질 그리고 훔치기, 거기에 아이디어의 시작이 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