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삼디 Life - 다섯번째 이야기 : 프린터 몸체 조립]
동진프로파일에서 프린터의 몸체가 될 알루미늄 프로파일과 각종 볼트류가 도착하였기에 이제 프린터 몸체의 구성요소가 모두 준비가 되었다. 프로파일과 동네 무한상상실에서 뽑아낸 출력물들이다.
왼쪽 사진에는 프로파일과 볼트, 그리고 전동드라이버와 니퍼 육각렌치등이 보인다. 그리고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 같은 왼쪽 상단에 놓여 있는 '지갑'. 사진이 찍힐 당시 그 지갑은 그저 우연히 그곳에 위치했었을 뿐이다. 그러나 조립을 하고 프린터 작동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 지갑은 매우 중요한 준비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아마 다다음번에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이제 하나씩 구성재료를 꺼내어 놓고 메뉴얼을 보면서 연결하는 일만 남았다. 내가 참고한 메뉴얼은 아래 링크로 다운받아 볼 수가 있는데, 국내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친절하게 한글로 번역한 것도 있으니 찾아보길 바란다.
AM8 메뉴얼 : https://www.thingiverse.com/download:3592429
나는 그래도 공대나왔으니 이런 조립은 쉽게 해버릴 줄 알았다. 큰 착각이었다. 구조에 대해 공학적 설계와 계산에 대해 공부를 했던 것이지 손으로 직접 뭔가를 만들고 하는 것은 2학년때 기계공작법등의 수업에서 잠시 경험했을 뿐이다. 그것도 거진 20년전의 일이니 내게 공대생의 영민한 손놀림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은 그저 희망사항이었을 뿐이었다.
먼저는 메탈 브라켓을 프로파일과 연결하는 일부터가 난관이었다. 저 위에 보이는 사각 너트를 프로파일에 넣는 것부터 잘 되지 않았고 넣었다고 해서 볼트와 결합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내가 구입한 볼트는 위와 같은 모양으로 볼트가 잘 빠지지 않게 하는 용도의 스프링와셔와 평와셔가 함께 결합된 형태이다. 이런 형태는 결합력을 높이고 사용중 풀리는 현상을 잡아주지만 조립하는 과정에는 처음에 쉽지가 않았다. 물론 숙달된 사람에게는 저게 뭐가 어렵냐고 하겠지만 나에겐 그랬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내가 사진까지 찍을 생각을 다했겠는가. ㅠㅠ
우여곡절끝에 하나를 연결하고 나니 이제야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조금 잡혔다. 저 위에 보이는 검은색 뭉치는 고무발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모터 움직으로 조작되는 장치이다 보니 진동이 있는데, 프린터에서 울리는 진동을 다소 잡아주기 위해 존재한다. 지난번 공유했던 카페 글에 모두 자세히 구입방법까지 나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진동 이야기가 나와서 잠시 언급하고 지나가자면 3D 프린터, 특히 Anet A8 을 가정에서 사용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진동이었다고 한다.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사용후기에 집에서 밤에 걸어놓았다가 다음날.. 혹은 그날 당장 아래집에서 찾아 올라왔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그 때문에 아파트 사는 사람에게는 진동과 소음을 제어하는 것이 필요한데 AM8 로 프레임을 메탈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진동제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프린터 바닥에 고무발이 아닌 요가메트를 몇장씩 깔거나 제진판을 설치하는 등 가능하면 아래집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사용자들의 노하우가 인터넷 세상에는 즐비하게 퍼져있었다. 그 중에 나는 층간소음방지 매트를 이용한 챔버를 제작해보았는데 이건 자세한 것을 다음번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한번 탄력받기 시작하니 다소 쉬워졌다. 여기서 한가지 혼자 무척 맨땅에 헤딩식으로 고생했던 연결부위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나의 실패담이지만 다른 분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길 바란다.
내가 고생한 부분은 위 사진에 있는 '아연다이캐스팅브라켓' 이라는 부품이다. 위 브라켓은 프로파일이 직각으로 단단히 연결될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고 조여주는 역할을 하기에 조립 완성도를 위해서 무척 중요한 파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긴걸 보면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다른걸 볼 수 있다. 모든 브라켓이 저렇게 생긴건 아닌것 같다. 가로세로가 동일한 사이즈도 있고 깊이가 한칸이 아닌 두칸으로 넓게 나온것도 있다. 그런데 AM8 의 구매목록에 따라 구입한 브라켓은 저런것이 배송되어 온다. 그리고 외국 조립 메뉴얼에도 저런 방식의 브라켓이 나온다. 근데, 왜 가로와 세로가 길이가 다른지를 생각했어야 한다. 무작정 메뉴얼대로 하면 나중에 다시 풀러야 하는 일이 벌어지더라.
메뉴얼에는 긴 부분을 먼저 한쪽 프로파일에 결합시키고 짧은 쪽을 나중에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도 그 설명에 착실히 따라서 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하단 프레임의 길쭉한 부분과 통일성을 주긴 하지만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브라켓의 역할은 2개의 프레임을 90도 각도로 잡아주는데에 있지 세로냐 가로냐가 중요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런 방식의 브라켓은 무조건 짧은 쪽을 먼저 결합하는게 정석이다. 왜냐하면 짧은 쪽을 결합시키고 긴쪽을 연결은 가능한데, 긴쪽을 연결시킨 후에 짧은 쪽을 하려고 하면 일단 볼트가 들어가지 않고, 간신히 볼트를 넣었다고 해도 먼저 긴쪽에 넣은 샘스 렌치 볼트의 머릿부분에 육각렌치나 드라이버가 간섭을 일으키어 조립을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볼트 머리가 낮은 평볼트의 경우는 무관할 수 있겠다. 그러나 메뉴얼을 보고 따라하게 되는 사람은 이 부분을 곤혹스러워하게 될 것이라고 보아 여기서 언급해보았다.
이것은 외국 사람이 조립하는 것에는 볼트를 샘스 렌치가 아닌 평범한 볼트를 썼기에 간섭현상이 없어 긴쪽부터 해도 무관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다.
이러저러한 상황가운데 하부 조립을 마치고 세로축까지 무난하게 올렸다. 하부에 연결할 Y축 봉이 있는데 이것은 A8 에 들어가 있는 기본 부품이어서 아직 배송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해당 부품을 결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위와 같이 y 벨트 텐셔너와 Y 스텝모터 마운트 출력물만 결합을 해놓았다. 그러나 위치가 어디가 될지 여기서는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살짝 풀어놓은 상태로 놔두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는 세로축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하여 127mm를 정확히 맞춰 올려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한쪽은 128mm 이고 다른쪽은 127.5mm 였다. 1mm 정도 차이 그거 별거 아니겠지.. 라고 생각을 하며 넘기려고 했는데, 뭔가 찝찝해서 다시 다 풀어서 정확히 맞추는 일이 있었다. 그러니깐 처음에 확실하게 위치를 잡아두는게 속 편할 것이다.
상단에 Z축 봉을 결합할 파트를 연결하고 상단 프로파일을 연결하면 몸체 조립은 마치게 된다.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조립에 능숙한 숙련자라면 1hr 도 안걸렸을 수 있겠다 싶었다. 어쨋거나 험난한 조립 여정이었지만 왠지 3D 프린터의 반은 만든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이제 A8 만 중국에서 도착하면 여기다가 그대로 심으면 되겠는데.. 언제 올까? 다음번에는 A8 의 도착과 조립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P.S.
내가 조립을 완료했을 때 남은 파트들이 아래만큼 남았다.
이중에서 Y 축 봉을 연결한 파트 고정용으로 볼트와 너트를 8개 추가로 사용하였으나 그래도 나은 걸 생각하면 구입 리스트는 10개 가량은 넉넉하게 계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하부 브라켓을 출력물이 아닌 메탈로 바꾸면서 그 브라켓용 볼트와 사각와셔를 추가구매했던게 이렇게 남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 같다.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어서 챙겨두었으나 재료비 몇백원이라도 아끼고 싶은 분이라면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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