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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삼디생활

[김성민의 삼디 Life] 에어팟 대신 A8 - 프린터를 만들기 위해 프린트 하다

[김성민의 삼디 Life - 부품 출력]


영화 터미네이터에 보면 스카이넷이 스스로 각성하여 인간을 공격하고 지배하려고 할 때 자신의 군사를 스스로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로봇을 만드는 로봇의 탄생이다. 3D 프린터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다. 다음 영상과 같이 3D 프린터를 만드는 3D 프린터 말이다. 




물론 몸체를 만들고 나서 모터와 컨트롤 보드 등을 추가해줘야 하긴 하지만 3D 프린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 및 제작 방법은 이미 인터넷에 오픈소스로 공유가 되어 있어 누구든 관심만 가지고 있으면 제작이 가능하다. 


지난 몇일간 나는 AM8로 업그레이드를 위한  각 부품을 출력해 왔다. 내가 이용하는 무한상상실은 이용자가 거의 없어서 나만의 전용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허락을 받고 아주 오래 걸리는 부품들을 프린트 시켜놓고 밤 사이에 출력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위 사진은 내가 프린트한 것 중에 가장 오래 걸렸던 출력물이다.

Z 축 모터를 고정시키는 마운트가 포함되어 있는 부분인데 어차피 사람이 없는 밤동안 진행되는 거라서 출력품질과 내부 채움도 max 로 해 놓고 진행한 탓에 2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 normal 로 진행하면 12시간 이면 될 듯 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사진의 아래쪽 출력물을 자세히 보면 뭔가 검게 되어 있고 바닥으로부터 떠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출력 불량인 것이다. 문제는 밤사이에 급격히 내려간 외부 온도에 있었다. 챔버타입의 장비이긴 하지만 완전히 밀폐된 구조가 아니다보니 노즐을 통과해 나온 플라스틱이 급격히 변한 온도를 맞이하고 움츠러 든 것이다. 움츠러들면 휘어져서 사진과 같은 바닥 들뜸이 벌어진다고 한다. 

어쨋든 나는 이렇게 실패를 맛보았고 하나를 배우게 되었다. 

저 부품은 떼어서 확인해보니 모터 장착이 불가능할 정도여서 새로 뽑게 되었다. 



그 외에 시간이 될 때마다 출력을 걸어놓고 확인해보고 하였다. 그러면서 출력물의 디자인에 따른 출력 조건에 대한 공부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위와 같은 모양을 90도 세워서 프린트 하게 되면 동그란 원형 구멍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공중에 필라멘트를 쏘아내는 영역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영역의 필라멘트는 뉴턴아저씨가 발견한 만유인력법칙에 따라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주말까지 꼬박 이틀 반을 기본 파트들을 출력했는데, 이렇게 출력하면서 쓴 필라멘트만 하더라도 족히 1kg 은 넘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보급형 필라멘트들은 kg 기준으로 판매가 되고 있는데, 최근 가격을 검색해보니 1kg 한 롤이 13,000원에서 17,000원 가량으로 많이 내려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래 나오는 작은 피규어들이 약 10g 정도에 뽑혔으니 재료비는 정말 싸게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력 중간에 바닥 들뜸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다가 외곽에 뜰 수 있는 부분에다가 아이들 피규어를 추가로 출력해서 망쳐도 되는 영역을 만들어 놓았다. 

그랬더니 내부의 부품은 라프트(실제 출력물 하단에 기초를 만드는 영역) 위에 튼실하게 버티고 있을 수 있었다. 



이건 막내가 뽑아달라고 한 삼진화한 리자몽 (이라고 하더라)

출력할 때 리프트 (허공에 떠 있는 부분을 바쳐주려고 만드는 보조 구조물) 가 쓰러져 한쪽 날개의 끝이 출력이 안되었다.  망친걸 그대로 줄 수 없어 고민하다가 반대쪽 날개도 똑같이 잘라버렸다. 

그래서 실제보다 날개가 뭔가 짜리몽땅하다는 느낌. 막내가 받아서 살펴보다니 리자몽이 이상하다며 뭐라고 궁시렁 하는데 아빠는 모른척 할 뿐....



동생 뽑아준걸 보더니 자기도 뽑아달라며 둘째가 강력히 요청을 뽑아준 녀석.  잘 나왔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3D 프린터에 미쳐 있는 남편을 어떻게 볼까 싶어 아내를 위해서도 뭐 하나 출력해보기로 하였다. 

이사를 하면서 주방등 전등갓이 없이 휑하게 있었는데 그것을 뽑아주기로 하였다. 

싱기버스에서 찾아낸 녀석인데, 

처음에 Gcode(3D 프린터가 출력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된 파일)로 변환을 하니 스스로 지탱이 될 수 없게 구조물이 짜여져서 디자인한 사람에게 글을 남기니 몇시간만에 곳바로 high resolution 이라며 파일을 올려줘 뽑게 되었다.  resolution 이 낮으면 gcode 변환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건 13시간 작품. 



하나 뽑아보니 괜찮아서 2개더 출력



짜잔~  집에 출력된 lamp shade 를 설치해보니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아내도 좋아하고, 3D 프린터가 이런것도 만들 수 있어? 하면서 놀라와 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가까이에서 이렇게 재료도 공짜로 전기료도 안내고 하며 프린트 할 수 있는데, 집에 프린터는 왜 사는거야?" 


허걱, 핵심을 찔렀다.  나는 이렇게 쉽게 좋은 장비로 3D 프린팅 출력을 할 수 있는데 왜 저가 프린터를 직접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솔직히 이성적으로 내가 판단해도 그냥 집가까이에 있는 무한상상실 이용하는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훨씬 나을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3D 프린터를 직접 만드냐고 묻는다면 그저 소년의 가슴이 이끄는대로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공유의 시대가 되어서 나의 것을 갖고 있는 것과 빌려 쓰는 것은 다르지 않느냐 라며 자기 정당화를 해가면서 말이다. 



이렇게 부품을 뽑는 와중에 동진 프로파일로 부터 AM8용 알루미늄 프로파일과 볼트류들이 집으로 도착하였다.  이제 이녀석과 출력물을 조립만 하면 3D 프린터의 몸체는 완성되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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