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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 라즐로 복

[김성민의 독서경영 -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한 집단이 이미 갖고 있던 어떤 생각을 

다른 집단에 응용했을 뿐인데, 

이것이 창의적인 발상이 된다는 것이다. p.416


 구글을 혁신과 창의적 기업이라고 하는데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7년 기준 전세계 7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두게 된 IT 공룡 구글은 한 때는 한해에 1만명씩 사람을 뽑아야 했을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거쳐왔다. 장치와 자본보다는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수익이 되는 업의 특성상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구글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였을 것이다. 이 책은 이미 수년전에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중심으로 화재가 되었던 책인데 구글의 사람운영부서(우리로 따지면 회사의 인사팀)의 수석 부사장인 라즐로 복의 역작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인사의 중요성을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회사는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대신에 인사관리를 잘하는 회사로 비쳐지기를 다들 바라는 것 같다. 이 책속에 나오는 저자가 만난 미국에서 손꼽히는 거대 기업의 인사담당자와의 대화에서도 그것을 옅보게 된다.  그 거대 기업의 최고인적자원책임자는  라즐로 복을 만나 자신의 회사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CEO는 우리가 좀 더 혁신적이기를 바랍니다. 구글이 혁신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분은 당신에게 전화를 하라고 지시했거든요. 그분이 갖고 있는 여러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는 ‘창의성의 방’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푸즈볼 테이블과 빈 백 의자가 놓여 있고 라바 램프가 있으며, 다양한 과자가 비치되어 있는 방이죠. 사람들이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구글은 어떻게 운영합니까?  p.86


어쩌면 자신의 회사가 그런데로 창의적인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드러내 보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저자인 라즐로 복은 실제로 구글에서 진행하고 있는 혁신적 문화를 갖게 한 원동력의 비법을 소개해주면서 한번 적용해보면 어떨지를 물어보는데,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말해줘도 그 거대기업의 책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만 돌아온다.


“안 돼요, 우리 회사는 그렇게 하기 힘들거에요”

“안 돼요. 그 자리에서는 고급 정보까지 다 나올 텐데 그런 정보를 신참 직원들까지 공유하게 할 수는 없거든요”

“그건 안돼요. 그 분은 절대로 그런 걸 용납하지 않습니다. 분별없는 직원이 이상한 소리를 할 수도 있잖아요.”

“아, 그러긴 힘들 거예요. 직원들이 뭘 안다고 경영진이 그런 선택을 맡기겠습니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베끼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따라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나 그 조직이 혁신적으로 변할 수는 없다. 피카소가 '평범한 예술가는 베끼지만, 훌륭한 예술가는 훔친다' 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베끼고 따라해서는 거기에 이를 수 없다. 훔쳐야만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에드거 샤인이라고 하는 MIT 경영대학원 출신의 교수 이론을 인용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집단 문화의 3가지 단계라는 내용인데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물리적인 공간이나 행동 등과 같은 ‘인공물을 살펴보는 것

둘째는 집단 구성원이 채택하고 있는 믿음이나 가치관을 조사하는 것

셋째는 그런 가치관 뒤에 깊숙하게 숨어 있는 이런저런 가정을 파헤치는 것


첫째는 현상이고 둘째와 셋째는 본질에 해당한다. 인사담당자와 CEO가 사람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가는 그대로 조직원들에게 스며들게 되어 있다. 아무리 멋진 핵심가치를 만들어놓고 지키자고 해도 대부분 직원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핵심가치를 내 위의 상사가 신경도 안쓰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해외의 유명 혁신 프로그램을 회사내에 체질화 하려고 해도 전파가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 내가 다니던 기업에서 일본의 도요타를 성공케한 TPM 이라고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와 전사에 적용하려고 했던적이 있다. 분명히 그 시스템은 매우 우수하며 합리적이고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몸담았던 부서의 파트장은 우수 TPM 실천팀에 주는 포상(회식비)을 확보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던 사람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회식비를 얻을 정도까지 딱 그정도만 하려고 했다. 그 파트에 있던 어느 누구도 TPM 을 체질화 해서 개인과 회사의 역량으로 키우려고 한 사람은 내가 알기론 없었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로 알았다. 다만 보여주기식, 우수파트 선정의 요건을 달성하기 위한 일로 생각했기 때문에 업무 따로 TPM 따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 파트장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 파트장은 팀장의 태도로 부터 배웠을 것이고, 그 부서의 팀장은 연구소장의 태도를 통해.. 그리고 연구소장은 대표이사를 통해 상황을 인식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사담당자 개인이 힘겹게 노력해도 이러한 집단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 책에서 라즐로 복이 구글을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대로 신념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창업자인 래리와 세르게이 의 생각도 그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이 책 전반에 걸쳐 계속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이 책에는 구글이 했던 여러가지 인사분야 전반의 실험들이 등장한다.  채용, 평가, 보상, 복지, 교육, 성장.  그 어느것 하나 쉬운 것이 없고 고민없이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책을 읽어가며 깊이 느끼게 되었다. 

만약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일하기 좋은 구글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면 그 겉모습에 속아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회사는 구글이 아니니깐 그런 복지나 보상제도는 적용할 수 없어! 라고 말한다면 앞서 인용했던 최고인적자원책임자의 '안돼요!' 라는 말과 다를게 없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 한명한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생각에 일관되게 대하느냐의 문제이다. 만약 100여년전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이름으로 프레들릭 테일러가 했던것 처럼 종업원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고 빈틈없이 통제해야할 대상으로 본다면 기존과 같이 통제하고 감시하고 지시하는 조직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속에서 나온 것들이 함께 고민할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환경, 그리고 업종이 다르기 때문에 구글의 방법이 그대로 우리 기업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다만 그렇게 하게된 가정과 전제, 그리고 그 이론들이 맞는지를 나의 회사에서 철저히 데이터로 실험해보는 부지런함이 당신의 회사를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인사담당자가 있다면 꼭 한번 일독을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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