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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홀라크라시 - 브라이언 로버트슨

[김성민의 독서경영 - 홀라크라시]


현대 조직의 구조 자체도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컨데, 오늘날의 조직은 

급속히 발전하는 사회와 괴리되어 있다.  p.37



 신병교육대 훈련과 후반기 교육으로 수송교육대에서 두달간을 보내고 자대배치를 받았다. 운전병이라는 보직이었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작전과장이 고학력을 가지고 있는 나를 작전과로 데려오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펼쳤고 그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나는 작전과 소속의 정훈병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제대를 몇달 앞둔 나의 사수는 지금 돌이켜 보건데 진정 창의적이며 열정적인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군대와는 잘 맞지 않는 성향으로 몸을 쓰는 일은 항상 잼병이었지만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데에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군대라는 경직된 조직내에서 부대내 방송반도 만들고, 부대 도서관 시스템도 구축하였다. 그가 제대하고 나서 연락이 끊겼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신의 역량을 크게 떨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 수록 개인이 아닌 조직의 창의성이 보다 중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군에서 만난 나의 작전과 사수는 조직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몸부림 친 사람이었고 실제로 부분적으로 성공을 했지만 누구나 그렇게 하기는 쉽지가 않다. 아무리 창의력이 뛰어난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는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주장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가 발전하는 창의적 조직의 모습으로 '홀라크라시' 를 제안하고 있다. 민중에 의한 통치가  Demo+Cracy 인데 반해 홀라크라시는 holon + Cracy 라고 설명하고 있다. 

홀라크라시의 독특한 조직 유형을 홀라키라 부른다. 이 용어는 아서 쾨슬러가 1967년에 출간한 "기계속의 유령"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는 홀론holon을 ‘더 큰 전체의 부분인 전체’ 라고 정의하고, 홀라키를 ‘홀론들 간의 연결’ 이라고 정의했다. p.77

홀론은 부분이면서 전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뭔가 좀 철학적인 용어 같은데 저자는 이를 세포로 설명한다. 세포는 몸의 부분이지만 그 세포하나하나가 모두 개별적인 존재로 움직이고 외부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병균이 침투했을때 우리몸이 뇌에 물어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지시를 받은다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백혈구가 직접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병균에 반응하여 처리를 한다. 몸의 모든 세포가 뇌로부터 매번 지시를 받는다면 뇌는 수많은 정보양에 의해 터져나갈지 모른다. 부분이면서 전체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조직, 그것을 홀라크라시라고 이야기 한다. 


나는 국내 대기업이라는 조직에서 8년간을 일을 했다. 그 속에서 조직이라는 것이 있기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엄청난 일도 해낼 수 있는 파워를 느낄 수 있었고, 때론 똑똑한 개인이 조직의 그림자속에 숨어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저자도 같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기업에 있어서 조직은 필요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점차 관료적으로 변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에서 비효율성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움한 자포스의 CEO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규모가 두 배가 될 때마다 주민 한 사람의 혁신성이나 생산성은 15퍼센트 정도 증가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더 커질 때 직원 한 사람의 혁신성이나 생산성은 오히려 줄어들지요” - 자포스 CEO 토니 셰이  p.46

이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의아해진다.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려가려고 하는 것은 그곳에 기회가 많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렇게 모인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적 활성화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조직은 커질 수록 개인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가 개인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 리더에게 의존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재라인을 타고 올라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에서는 변화에 대응도 느릴 뿐더러 그런 적극성을 발휘해야겠다는 동기요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서클'이라는 매우 생소한 조직 구성을 내놓고 있다. 


이 책은 술술 읽혀지지가 않았는데, 그 이유로는 새롭게 정의된 단어들의 개념을 제대로 익혀야만 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거버넌스' '헌장' '롤레이션십' '리드링크' '대표링크' ... 이런 개념을 기존에 있던  업무규칙이나 팀장, 리더 등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반드시 혼란을 겪게 된다. 왜냐하면 이 책에 나온 개념들은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조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리드링크가 때론 조직의 팀장정도 되는것 같다가도 전혀 그렇게 이해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 그가 서클내의 역할을 해임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그를 해고하던가 하는 권한은 없었던 것이다. 

이 서클내에서는 헌장에 기록된 자신의 명확한 역할들을 따라 다른 사람의 허락 없이 최대한의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런 조직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그게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특히나 한국과 같이 조직의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기업문화에서 이같은 조직으로의 변신이 가능은 할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불가능하다 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또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에 SK 네트웤스에 다니는 지인으로 부터 들은 말로는 기존 조직에 있어서 직급들이 다 없어지고 모두가 '메니저' 라고 하는 호칭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수평적 조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은데 제도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칭이 모두 메니저라고 한다면 오래일한 메니저와 들어온지 몇달 안된 메니저라고 하더라도 이전의 신입사원과 부장으로 불려질때와는 조금은 다른 관계와 일처리가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말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그 이유는 과연 이것이 한국적 기업 문화에서 가능한 모델일까는 계속 의심하면서 이 책의 프로세스를 따라 적용해보고 검증하려고 사고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읽은 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프로세스는 한국내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가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포기할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최근 한 영상을 통해 본 바로는 홀라크라시를 조직에 도입한 자포스는 도입 초기에 전직원에게 메일을 발송했다고 한다. 그 메일에는 현재 관리자로 있는 그 권한을 내려놓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고 하면 회사를 떠나라는 권고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실제 15%가 회사를 나가는 일이 있었다고 하니 권력과 권한이 아무리 무겁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배욕은 쉽게 없앨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면에서 한국 기업에서도 가능은 하지만 그리 만만하진 않을것이라는 생각이다. 

둘째. 이 프로세스의 핵심은 초기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회의를 이끄는 퍼실리테이터의역량에 달렸다. 그리고 그 퍼실리테이터는 일반 회의 진행자로서 퍼실리테이터와는 달리 홀라크라시를 익히고 특별히 집중 훈련받은 퍼실리테이터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책의 저자가 설립한 홀라크라시원 이라는 회사의 컨설팅이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책도 자신에게 연락해서 컨설팅을 받으라는 목적의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셋째. 홀라크라시는 인간적 관계로 회사가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의해 운영이 되는 체제이다. 이것이 완벽히 정착이 된다고 한다면 오히려 인간적 유대가 업무 영역 밖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의 익숙한 방식 때문에 직장내에서 관계가 무척이나 딱딱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적용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제대로만 정착되면 현재 인간적 관계를 맺어서 일을 처리하고자 한다거나 회사내 정치로 에너지를 쏟는 일따위는 없어질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면서 겪은 조직은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만들어지고 정착된 조직형태이다. 아무리 길어봤자 300년도 안된 체제인데, 지금은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나갈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분명 이러한 때 새로운 미래적 조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면에서 홀라크라시라고 하는 전혀 생소한 방식의 조직 운영이 어쩌면 우리 조직에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안내해줄 나침반이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운 조직이 나 없어도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성장해가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장님들이라면 꼭 일독을 해보길 권하는 바이다.  사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기를 바라는 대신 실제 주인으로서 역할을 할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 홀라크라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즐거운 독서 되시기를 바란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