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협력의 진화]
협력에 기초가 되는 것은 사실 신뢰가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이다. p.215
이것을 상호 협력과 배반에 따른 점수제로 변경을 시키면 위 사진과 같은 형태가 된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한번만 게임을 하게 되면 배반을 선택 하지만 이 게임을 계속 반복하면 어떻게 되겠냐는 것이다. 그 질문을 가지고 "반복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경제학자, 심리학자, 게임이론가 등의 수십팀이 참가한 컴퓨터 게임대회를 열게 된다. 2차에 걸쳐 진행된 게임에서 각 차수에서 참가한 팀 모두와 각자의 전략을 가지고 겨뤄 최고의 점수를 내는 전략을 선별하는 대회였다.
1차 대회에서 우승한 전략은 팃포탯 이라고 불리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 전략이 우승했다는 사실을 모든 팀에게 공유하고 2차대회가 열렸다. 2차대회는 1차대회보다 더 많은 팀들이 참가를 했는데 흥미롭게도 1차대회의 모든 결과를 공유받았던 팀이 출전했음에도 2차대회의 우승팀은 '팃포탯' 전략을 취한 팀이었다. 과연 그 전략이란 무엇이었길래?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팃포탯은 프로그램의 줄 수가 가장 적은 전략 중 하나였다고 한다. 다른것들은 상대가 내놓은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그에 맞춰 대응하는 아주 복잡한 전략이 많았는데 의외로 이 팃포탯이라는 전략은 딱 2줄로 요약된다.
1. 처음에 무조건 협력한다.
2. 다음엔 이전 상대의 태도를 똑같이 따라한다. (즉, 배반하면 나도 배반, 협력하면 계속 협력)
이게 끝이다. 이것 보다 더 짧은 전략은 '올디' 전략이라고 해서 모든 게임에서 배반을 선택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 전략은 우승하지 못했다. 그리고 게임이 반복될 수록 이 전략은 우승과 한참 멀어지는 전략이 되었다.
올디 전략에서 상대가 협력을 했을때 배반을 하기 때문에 1차에 5점을 획득할 수 있고, 남들보다 앞서나가는 것 같지만, 서로 맞불작전과 같이 배반의 연속된 고리가 계속되면 서로 1점씩을 더해갈 뿐 큰 점수를 얻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반면에 팃포탯 전략을 취한 팀은 상대가 배반 하는 순간 바로 배반으로 응징하지만, 상대가 협력을 한다면 자신도 협력을 유지해서 서로가 3점씩 계속해서 쌓아갈 수 있게 되더라는 것이다.
여기서 머리가 좋은 사람은 팃포탯을 뛰어넘는 조금 더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2차대회에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팀들이 출전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도 팃포탯이 우승했던 것이다.
이 책은 이 간단한 결론을 놓고 200페이지 가까운 설명 내용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반복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는 상황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회의 구석구석과 매칭을 시켜서 설명해주고 있다. 서로 으르렁 대는 정치인들이 협력하는 까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 1차세계대전의 참호전에서 서로가 공존공영으로 나갔던 이유, 각박한 현실에서 정직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내가 적용해보기로는 북한의 김정은이 핵가지고 미친짓을 하지 않도록 하게 하는 전략등.
여기서 팃포탯이 우승할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환경요소가 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내일이라도 당장 이 게임이 끝나는걸 서로 안다고 하면 과연 협력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내일 당장 게임이 끝난다면 배신이 최선의 선택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면 상대가 협력해도 배신해야 협력했을때의 점수 3점보다 배신했을때 5점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가 배신한다고 하면 내가 협력하면 그냥 호구가 되는 것이다. 0점을 받게 되는데, 나도 같이 배신하면 1점을 받는다. 당연히 어떤 상황에서도 배신하는게 좋은 선택이 된다. 그렇다면 팃포탯은 직전까지 상대가 협력했다면 마지막 순간에도 협력을 할 것이고 다른 영리한 전략을 쓰는 상대방이 배신을 하게 되면 0점을 획득하며 호구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팃포탯 전략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이 반복 게임이 상당히 오래 지속한다는 서로간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협력에 기초가 되는 것은 사실 신뢰가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이다. p.215
거래의 공정성은 법적 소송의 위협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상호이익적 거래에 대한 기대로 보장된다. p.212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치인에게 레임덕이 오는 이유나 자식의 결혼을 직장 퇴직전에 가지려고 하는 이유등을 보면 관계의 지속성이 서로간의 협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역전이나 터미널 근처 식당의 서비스나 맛이 왜 형편없는지, 다시는 같은 손님을 태울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는 택시기사가 얼마나 불친절한지도 이 이론에 따라 설명이 되었다. 그렇다면 아내가 말했던 언제든 이혼을 가정하고 살아가는 결혼생활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내일 당장 둘사이의 관계가 끝을 맺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선택은 상처받고 버림받기 전에 내가 먼저 차버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둘사이에 그런일이 없는것이 가장 좋지만 서로가 언제든 이혼이라는 카드를 낼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어쩌면 그게 최선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앞으로 계속될것이라는 것을 정해놓고 서로 살아간다면 어떨까? 팃포탯 전략에서 소개하고 있는 논리에 따른다면 결혼초에 서로 상대를 마음아프게 하며 다투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게 지내는 방법임을 서로가 터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때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다음에서 말하는 '반복 죄수의 딜레마'에서 성공하기 위한 4가지 비결이다.
1. 질투하지 마라
2. 먼저 배반하지 마라
3. 협력이든 배반이든 그대로 갚아라
4. 너무 영악하게 굴지 마라
1번 질투하지 마라에서 저자는 놀라운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바로 1차 2차 대회에서 우승한 '팃포탯' 전략은 겨룬 상대 누구와도 더 나은 점수를 얻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겨우 상대와 같은 점수거나 대부분은 상대보다 몇점이 낮은 점수로 게임을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전체 종합 점수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가 있었을까? 그 이유를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평균으로 보았을 때, 티포탯은 대회에 참가한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티포탯은 참가 프로그램들과 대전을 하면서 단 한 차례도 상대방보다 좋은 점수를 얻은 적이 없다!
티포탯이 우승을 한 것은 상대방을 무찔러서가 아니라 함께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을 상대방으로부터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p.138
팃포탯 전략이 뛰어난 이유가 상대가 협력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했고, 자신이 더 나은 점수를 얻으려 이기적으로 굴려 하지 않았다는데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를 신사적 행동과 비신사적 행동이로 나누고 있는데 두번째 비결인 '먼저 배반하지 마라' 의 원칙이 바로 신사적 행동과 연결이 된다. 비신사적으로 살짝 배반했다가 다시 협력하는 척 한다면 순간 점수를 더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계에서는 양치기 소년처럼 되어 더이상 점수를 올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기꾼들은 계속 신분을 바꾸고 사는 곳을 옮겨다니는 가보다. 또한 명품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잃지 않고자 계속 동일한 품질로 상품을 통한 소비자에게 만족(소비자에 대한 협력)을 주는 것이겠다.
세번째, 그대로 갚아라. 라는 것은 앞서 예로 든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아내와 남편 모두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원칙이다. 한명이 일방적으로 순종 혹은 복종을 강요당하며 산다면 더 나은 관계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참지, 참어, 그러면 모든게 잘 될꺼야' 라는 것은 소위 말해 '호구'전략일 뿐이다. 상대가 2번 배신해야 반응을 하는 '팃포투탯' 이라는 전략도 게임에 참가 했는데, 그 전략은 결코 우승권에 들지 못했다. 상대의 배신에 대해 곧바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은 봐준다라고 하는 입장이 뭔가 좀더 인내심 있고 대인배 다운 처신이 아닐까 싶었지만, 팃포투탯이 곧바로 처신하지 않는 것을 이용하는 전략들이 나와 한번배신 한번협력을 번갈아가면서 함으로써 팃포투탯이 반격을 못하게 하더라는 것이었다. 폭력가정에서 폭력자가 한번은 폭력, 한번은 잘해주고 할 때 그걸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서는 팃포투탯과 같은 처지를 겪게 되는 것이라고 적용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중요한 것이 팃포탯 전략으로 상대방에게 갚았다면 그 즉시 잊어버리는 것이다. 팃포탯 전략에서 상대가 다시 협력의 손을 내밀었다면 곧 다시 협력해야 상대와 끝없는 보복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고 상대가 생각하길 '내가 협력을 하려고 하기만 하면 상대도 늘 협력을 해주는 구나' 를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 '너무 영악하게 굴지 않는다'. 이 말은 너무 이해타산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뜻이겠다. 내가 조금더 이길려고 할게 아니라 그냥 단순할 필요가 있다. 내가 아주 단순하게 행동하면 (나는 일단 협력, 상대가 배신하지 않는 한 나는 협력) 상대는 나의 태도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나 내가 너무 영리하게 굴려고 하다보면 상대는 나의 의중을 알아차리기 어려워 소위 '속을 알 수 없는 인간' 이 되어버리면 내가 협력을 취할 때도 나를 불신해 상대는 배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팃포탯 전략을 취해 반복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승리하는 비결이었다.
이 책에서 새로왔던점 중에 하나가 무작정 협력이 좋다고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독과점 기업간의 담합등과 같이 협력을 깨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이 반복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이론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며 논리를 전개하는데 무척 흥미롭다. 또한 이런 협력의 관계를 둘 사이의 입장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확장해서 어떻게 협력이라는 것이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전략이 되는지, 그리고 협력이 전염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이지만 이 책의 내용에서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될 전략과 흐름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올해의 책으로 손꼽을 수 있을 듯 하다. 여러분도 '협력의 진화' 한번 일독을 해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참 오해하지 마시길, 아내하고는 잘 지내고 있다. 싸우고 화해하고 하면서 말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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