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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일의 미래 - 린다 그래튼

[김성민의 독서경영 - 일과 미래]


지적자본을 축적하려면 

많은 것을 조금씩 아는 평범한 제너럴리스트에서 

여러 영역을 깊이 있게 아는 

유연한 전문가로 옮겨가야 한다. p.215



 가슴 한쪽에 사표를 품은채 직장생활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설령 사표라는 유형의 봉투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의 학비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가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직업으로서의 보람보다는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서 싫더라도 해내야 하는 일처럼 굳혀진 것은 아닌지. 


 지방 강의를 가는 길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유유히 하이패스로 지나가고 있는데 내가 있는 차선 오른쪽에 요금징수원이 차 한대한대씩을 상대하면서 통행료를 받고 있었다.  고속도로 요금징수원에게 있어서 '일' 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물론 직업에는 귀천이란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분들의 일은 자신의 가정에 경제적 소득을 벌어다 주는 매우 소중한 자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일 자체만을 놓고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차한대가 들어와 창문을 통해 티켓과 카드를 건네면 그것을 받아 기계에다 넣어 얼마의 요금을 징수할지가 뜨고 그 금액만큼 카드결제를 하거나 해당 금액만큼만 현금으로 받고, 거스름돈을 건네주면 1회차의 작업이 마치게 된다. 그러고 나면 5초도 안되어 그 다음차에 대해 완전히 동일한 행동을 이어간다. 그렇게 2회차, 3회차... 10회차 100회차 1000회차 하루에 수시간씩 한평도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작업이다. 이 일에 어떤 우주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는가? 


 농부가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 가을에 수확을 거두는 것과 비교해보면 알 수가 있다. 농부는 자신의 일이 자신의 정체성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예를 든 고속도로 요금징수의 일을 비롯해 현대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수많은 일들을 살펴보다보면 그 일이 나라는 존재를 말해 줄 수 있는게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사실 그 일은 그냥 '일'일 뿐이다. 여기에서 나온 개념이 'Work and Life Balance' 라고 들었다. 천칭의 양쪽에 각각을 두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개념인 워라밸은 사실은 일과 삶은 별개라고 여기기 때문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용어인 것이다. 테일러리즘에 의해 한명의 장인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수많은 사람이 단계를 나누어 분업을 하였고 그것을 통해 나온 생산품은 그일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동이 들어 있지만 작업자 누구도 그것을 내가 만들었다고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마르크스가 생산품에 대한 인간 소외를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인간은 그저 거대한 시스템안의 부속품과 같아져 버린것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일의 개념'은 1,2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만들어진 것이다. 그 이전에는 무기 장인이 활을 만든다고 하면 그 활은 곧 그 장인의 제작품이었고, 그 장인은 그 동네에서 활을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다. 현재의 분절화되고 인간소외를 일으키는 일의 개념은 그 역사가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흔히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 앞으로의 미래에는 일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달라질까?  과연 지금과 같은 일이 계속 이어질까?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라는 내 속마음을 들쳐 본 듯한 질문을 표지에 달고 있는 린다 그래튼의 '일의 미래'는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해주고 있었다. 물론 점쟁이처럼 미래를 예언하는 그런 책은 아니다. 린다 그래튼이 자신이 어렸을때 어머니가 각종 천조각들을 모아서 그것을 이용해 멋진 퀼트 작품을 만든것에 비유하며 이 책의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미래를 움직이는 5가지 힘(기술발전, 세계화, 인구통계와 기대수명, 사회적변화,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각 분류안에 포착되는 32가지 영향이라는 천조각을 이용해 나름 멋진 퀼트 작품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본론에 들어가는 2부에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모든 곳에 연결되어 있기에 일상이 밤낮으로 접속해 있고 파편화되어 있는 삶을 이어가며, 가족은 붕괴되고 개개인이 고립되었으며 불평등이 심화된 미래의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다행이다. 그 내용만으로 책을 마치지 않아서 말이다.  그 다음 3부 부터는  일의 미래에 대한 좀더 밝은 면을 다루고 있다.  이중에 몇가지 인상깊었던 내용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고립의 덫을 피하기 위한 3가지 네트워크  p.116

1. 의지할 수 있고 오랫동안 상호적인 관계를 만들어온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2. 아이디어 집단과의 네트워크

3.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공동체


린다 그래튼은 여성작가여서인지 다른 남성작가가 쓴 책과는 문체나 논리전개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는듯 하면서도 왠지 보다 감성적인 면에 녹아져 있다. 각 챕터를 시작하면서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가상의 인물의 하루를 이야기로 그려내는데 그 인물들 중 매우 열정적인 하루를 보내는  로한과 아몬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일을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대상은 컴퓨터 화면에 있는 아바타이다. 가족과도 떨어져 살고 있고, 비싼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 멀리 이동도 하지 못한채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런 미래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 위에 언급한 3가지 네트워크에 대한 소개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월 1회씩 6시간을 왕복이동하는데 시간을 쏟고 있는 독서모임이 이런 고립의 덫을 피하는 네트워크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어쩌면 미래에는 개인의 외로움을 떨칠 수 있는 다양한 소모임들이 더욱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와 업무적으로는 엮이지 않으면서도 허심탄회하게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말이다. 


변화의 시대 이용해야하는 3가지 자본 p.212

1. 지적자본 (intellectual capital)

2.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

3. 감성자본(emotional capital)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다루고 있는 내용이 위의 3가지 자본에 대한 것이다.   두번째 사회적 자본은 관계형성의 중요성을 말한다고 이해했고, 세번째 감성자본은 탐욕스러운 소비자가 아니라 열정적이며 유연한 생산자로서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 살아가라는 맥락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첫번째 지적자본이다. 


지적자본을 축적하려면 많은 것을 조금씩 아는 평범한 제너럴리스트에서 여러 영역을 깊이 있게 아는 유연한 전문가로 옮겨가야 한다. p.215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에서 캐릭터가 점차 경험치를 획득하여 일정 값을 넘어서면 레벨업을 하면서 능력포인트를 얻게 된다. 그때 플레이어는 그 포인트를 체력, 힘, 민첩성, 지혜, 마법 등에 어떻게 나눌지를 결정하는데, 게임을 잘 하는 사람에게 들으니 5의 포인트를 얻어 각각에 1씩 나누게 되고 그렇게 계속 같은 방식으로 캐릭터를 업그레이드 하게되면 이 캐릭터는 '잡캐'가 된다고 한다. 이도저도 어디에 제대로 쓸 수 없는 캐릭터 말이다. 현실세계에서 우리도 포인트를 얻는다. 한정된 시간라는 포인트를 말이다. 이것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균형접힌 투자를 한다며 이리저리 기웃한다면 나 역시 잡캐가 되는 것은 아닐까?  린다 그래튼이 위에서 했던 말도 잡캐가 되지 말라는 뜻이라고 이해했다. 나는 과연 평범한 제너럴리스트인가? 아니면 여러 영역을 깊이 있게 아는 유연한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있는가?  미래에는 준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집단과 사람은 대체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쌓아야할 지적 자본의 방향을 이야기해주는 듯 하여 도전이 되었다. 


이 책이 나온지도 벌써 8년이 넘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독서활동을 이어가신 분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다 들었을 내용들이라 느낄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의 변화 흐름을 전체적으로 한번 짚어볼 수 있는 책으로는 괜찮은 독서 였지 싶다. 앞으로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그 질문에 멋지게 답을 내놓는 그런 인생을 살아야겠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