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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열두 발자국 - 정재승

[김성민의 독서경영 - 열두 발자국]


“우주의 작은 진실, 경이로움의 빛 하나를 본 사람이 

그걸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안달하는 마음으로 

저는 늘 강연을 하고, 

그것을 책으로 씁니다.”  p.357



 우주의 경이로움을 먼저 본 사람으로써 안달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하고 책을 쓴다고 하는 카이스트의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그의 책 열두 발자국을 읽게 되었다. 어찌보면 기존에도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 비슷한 류의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이미 알고 있던 내용도 있었지만 정재승 교수 특유의 유모코드와 사실을 새롭게 해석하는 관점에 끌려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읽게 되었다. 


 선택과 결핍, 욕망과의 관계, 놀이와 미신, 창의력과 4차산업혁명의 기술등으로 이어지는 내용 중 그 어느것 하나 재미있지 않은 부분이 없었지만, 특히 내가 하고 있는 강의 분야와 맞물려 창의성에 대한 내용과 로봇 AI 관련 내용이 눈을 끌었다. 이 책의 독자가 특정 연령대라고 보이진 않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진행하며 평소 마음에 둔 생각들이 있어서인지 20대 청년들을 향한 멘토다운 내용도 종종 나오곤 했다. 이전 멘토들의 책이나 말과 다른 점은 그저 자신의 오래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살아보니 이런게 중요하더라" 라며 조언을 하는것이 아니라 철저히 뇌과학자의 입장에서 "우리뇌는 이렇게 작동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것을 권할 만 하다" 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이다.  그중에 몇가지를 보자면 다음과 같다. 


 마시멜로 도전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이 게임은 나도 교육 현장에서 재료를 준비해가 교육생들에게 과제로 많이 내준적이 있는 게임이라서 친숙하다. 재료는 스파게티면 20가닥과 종이테이프, 실, 그리고 마시멜로 과자 1개를 나누어주고 누가 높은 탑을 쌓느냐는 게임이다. 애초에 원대한 꿈을 꾸고 덤벼들지만 대부분은 기대한 만큼 높은 성과를 못낸다. 그 이유중 하나는 마시멜로를 가장 나중에 꼽는다는데 있다. 이 단순한 게임 하나로 경영학이나 소통, 창의성, 전략적 사고 등 다양한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는데 정재승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중략)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 계획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합니다. p.25


 내가 평범한 대기업 연구원생활을 하다 강사라는 직업으로 바꾸고 처음 1년간 한 일은 지도를 그리는것이었다.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알기 위해서는 지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도와 함께 내가 지금 그 지도상에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야만 했다. 반갑게도 정재승 교수는 지도 이야기를 꺼내며 인생을 살아갈 때 지도가 중요함을 청년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알려면 세상에 대한 지도가 있어야 합니다. (중략) 여러분이 세상에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누구도 여러분에게 지도를 건네주지 않습니다. p.58


 정재승 교수와 내 생각이 맞닿는 부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창의성과 4차산업혁명에 대한 관점에서도 상당부분 일치했다. 얼마전 나는 AI 개발하고 코딩하는 것이 미래에 별로 중요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정재승교수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라는 건 ‘워드프로세서 자격증’만큼이나 쓸데없고 우스꽝스러운 단어가 될지도 모릅니다. (중략) 정말 중요한 건 그걸 이용해서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냐 하는 겁니다. 이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미래를 이끌 겁니다. 바로 여기에 미래의 기회가 있습니다.  p.261


 이 책에서 내게 충격적인 부분 중 하나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인지신경과학자 잭 갤런트 교수의 연구 내용이었다. 갤런트 교수는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는 연구를 해왔는데, 사진을 보여주고 fMRI 를 통해 뇌를 분석하면 그 사람이 보고 있는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를 알 수가 있는 그런 실험이었다. 이 기술이 좀더 발전하면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뇌속에 단어 지도가 있다는 실험결과였다. 특정 단어는 뇌에 특정한 위치에 저장되어 있고, 그 위치 근처에는 관련하는 비슷한 카테고리의 단어들이 있다는 발견이다. 이년전에 구글에서 생각만으로 타이핑을 하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분당 200타까지 발전시키려고 한다는 기사내용을 보았었는데 아마 갤런트 교수의 발견을 기초로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재승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창의성에 대한 내용으로 좀 더 깊이 생각을 뻗쳐나갔다. 


창의적 발상은 특정 영역의 국소적인 기능이 아니라, 평소에 잘 연결되지 않거나 멀리 떨어진 영역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면 연결될 때 이루어지는 전뇌적인 현상이라는 거죠. p.329


 창의적 발상기법 중 random word 라고 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주제와 전혀 관련없는 단어를 실제 주제와 묶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게 있는데, 그 원리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우주 만큼이나 우리 인간의 두뇌는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탐구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두뇌의 작동 원리가 모두 밝혀질 수 있을까?  만일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주  세세하고 모두 알려지게 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그것을 그대로 AI 로 옮길 수 있을까?  자아와 영혼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러 질문들을 하게 만든다. 


책은 강연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어렵지 않고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이어가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에 읽기 적당한 책을 찾는다면 한번 쯤 일독을 해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