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p.382
세바시라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이 저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오빠 오늘 데이트 같이 테헤란로 걸을까?" 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이벤트밀도 라는 개념을 가지고 왜 홍대나 명동, 가로수길이 걷기 좋고 테헤란로는 그렇지 않은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강연에서 담지 못한 그 이면의 내용도 다루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이벤트밀도가 높은 곳을 선호할까? 그 질문에 대해 유현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벤트 밀도는 그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다양한 체험과 삶의 주도권을 제공할 수 있는 가를 정량적으로 보여 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 p.27
보행자의 자기 선택권, 주도적인 삶의 경험을 보다 더 많이 주는 거리가 걷고 싶어지는 길이라는 말이었다. 상당히 인문학적이다. 단지 건축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고민과 통찰이 담겨 있는 내용들이 이어져 갔다.
기독교 신앙인인 내게 참 마음 아픈 부분도 있었다. 7장의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라는 내용이다. 절과 교회의 건물을 건축학적으로 비교하면서 쓰여진 이 챕터는 그 어떤 교리적 해설보다 두 종교의 차이를 쉽게 드러내보이는 듯 했다. 안그런거라 변명하고 싶어도 일면 사실임을 알기에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기독교가 삶으로서의 종교가 아니라 주일날 오전 예배당에서의 종교활동(설교와 찬양)만이 전부가 되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간에 모여 예배라는 활동을 위해서 내부 공간이 필요했고, 그 규모가 커져야만 하고 그래서 소위 '성전' 이라는 이름하게 예배당을 크게 지은 교회가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그런 선순환(?)이 이루어진게 아닐까. 건물은 크지만 비신자들이 편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내부공간 중심으로 구성된 곳이 교회였다. 저자는 정곡을 찌르듯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대예배당은 주중에는 문이 잠겨 있다. 이렇듯 전도를 중시하는 교회가 건축적으로는 아이러니하게 더 폐쇄적이다. p.165
건축에는 건축자의 의도와 철학이 담겼다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스쳐지나가며 알지 못했던 건축물들에 대해 보는 눈이 조금은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자연을 정복하는 건축인가.. 자연과 조화와 공존을 도모하는 건축인가. 어쩌면 현대사회의 편리성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산을 깍고 축대를 만들어 내가 보기 좋고 살기좋은 곳으로 만드는걸 당연히 여겨온건 아닌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저자가 고민하고 글로 써온 것을 엮은 내용이라고 한다. 그 만큼 많은 통찰들이 담겨 있는데, 책의 말미에 이 많은 새로운 관점들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본질이었다.
건축물은 자연의 겉모습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대신 그 본질을 모방해야 한다. (중략) 무언가 다른 어떤것을 모방한다면 모방을 하는 자는 이미 오리지널보다 못한 모조품이 된다. (중략) 만약에 우리가 자연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서 건축물에 적용한다면 그 겉모습이 아니라 그 본질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새와 새인형과 비행기가 있다고 하자. 하늘을 나는 새와 모양은 다르지만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새인형보다는 더 새와 비슷하고 새로부터 배운 것이 있는 것이다. p.316
평범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피카소가 말했다고 하는데, 그렇다. 비행기는 새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새의 나는 방식을 훔친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이런 훔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나는 모방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훔치는 인생을 살아가는가?
건축에 관한 책인듯 했지만 알고보니 어떤 삶이 좋은삶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독서가 되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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