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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정해진 미래 - 조영태

[김성민의 독서경영 - 정해진 미래]

"2015년 현재 대학입학 정원이 약 52만명, 

2021년에는 32만 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게 될 전망이다. 

2015년의 대학입학 정원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만명 이상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책 내용 中)


 컴퓨터 공학과 교수가 간호학과에 가서 수업을 하고, 물리학과 교수가 경찰행정학과에 가서 가르친다.  갑자기 미래 융복합적인 선진 대학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우리사회가 직면하게 될, 아니 이미 시작된 변화의 한 단면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지난 주에 갑작스런 요청을 받고 경주에서 진행되는 지방대 교수 대상의 강의를 다녀왔다. 여러가지 놀라운 일이 있었지만 그곳에서 나를 맞아준 기획처장님과의 대화에서 이 책의 내용인 '정해진 미래'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사건임을 알 수 있었다. 

 기획처장님은 전산과를 나와 교수가 되셨는데, 지방대 학생수가 줄면서 전산학과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로 인해 현재는 다른 전공을 공부하여 보건관련 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처장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곳에 모여 있던 많은 교수님들이 전공 변경을 통해 전에는 전혀 상관없다고 여긴 다른 전공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조영태 교수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보건인구학을 가르치는 인구학자이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근거는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인구데이타를 기반으로 한다. 이미 모두에게 공개된 데이타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삶을 그런 데이타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과거의 방식 그대로를 답습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이 책은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만 같다. 

 내용은 단순하다.  과거 베이비 붐 시대에 매해 100만명씩 태어나던 인구가 현재 그 절반에 못미치는 45만명 가량만 태어나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내 딸의 반 학생수는 모두 20명이다. 60명 가량이 바글바글 콩나무 시루와 같다고 표현했던 나 때의 교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토록 바라던 선진 학습의 환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저자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 나라의 정책은 마치 인구가 그대로 일 것처럼 추진된 것이 많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학생수가 그렇게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신규 교수 임용은 계속되어 왔다는 점을 든다. 또한 2017년 출산율이 1.05명으로 이제는 4인가족이 아닌 3인가족이 대세가 되고, 1인가구의 증가로 소형평수가 더 필요한데도 이윤이 많이 남는 다는 이유로 대형평수의 아파트 건설이 많이 이루어진 2000년대의 모습을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저성장이라고 하는 고용에서도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으니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초등교수 1만 명 해고시대? 

유망직업은 언제까지 유망직업일까?

월급의 3분의 1을 학원비로 쓸 필요가 없다. 

그나저나, 군대는 누가 채우지?

10년 후에도 직장에 다닐 수 있을까?

100세 노인은 장수마을에 살지 않는다

58년 개띠와 70년 개띠 싸움에 등 터지는 청년들


언뜻 보면 비관적인 내용만 나열된 듯 하다. 하지만 이런 관점이야 말로 현실을 직시한 것이 아닐까? 


이를 심리학에서는 스톡테일 패러독스라고 한다.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수용소에 수감되어 죽음의 고통을 당하던 포로들 중에 끝가지 살아남는 자는 막연한 기대와 낙관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살아남는자는 생존할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갖되 현실의 냉혹함을 직시하는 사람이었다. 

마찬가지로, 위기를 직면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독한 현실감각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앞으로 다가오고, 정해져있는 미래에 대한 이와 같은 책이 오히려 인생의 방향과 비즈니스의 기회를 모색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인지, 2018년에 새로 개정되어 나온 책의 제목은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에서 다 이야기 하지 못했던 '기회'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책의 뒷 부분에는 정해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의 전략을 간략하게나마 다루고 있다.  

첫째, 인구대책은 복지의 개념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라

둘째, '아빠 카드' 보다 '정부 카드'가 더 좋아야 한다

셋째,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자녀의 진로를 모색하라


이 책을 읽고 나니, 기업의 교육 현장에서도 인구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고용은 줄고 있고, 경제규모가 축소되는 현 시점에 기업 강의를 진행하는 나는 과연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 것인가?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생각해봐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