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휴식 - 조지오웰 1984]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라고 당의 슬로건은 말한다. p.48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 이어 1984를 읽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1984에 나오는 배경이 돼지들에게 지배받는 농물농장의 세계와 매우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작가는 두 소설에서 모두 전체주의 독재에 대한 경계심을 이야기하고자 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가볍게 우화와 풍자적으로 읽었던 동물농장에 비해 1984는 책의 마지막을 읽고 나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찝찝함이 밀려온다. 보통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독재를 항거한 비밀조직이 혁명을 일으켜 해피엔딩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아서일 것 같다.
마치 영화 메트릭스의 주인공 '네오' 처럼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 '윈스턴'은 그 체제에서 살짝 이탈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역사를 왜곡하는 작업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의 일을 할 때에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게다가 탁월하기까지 일을 처리하지만 생각 한켠에서는 당은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책에 나오는 '이중사고' 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인간이다. 완벽한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할 수 있어야,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 진실이라고 무의식에 이르기까지 믿어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1부는 빅브라더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2부에서는 이런 세계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줄리아와 연인관계로서 비밀데이트 하는 장면, 그리고 형제단이라는 비밀조직의 멤버로 예상되었던 오브라이언과의 접선등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3부는 윈스턴 자신이 1부에서 나왔던 혁명지도자들인 존스, 아론슨, 러더퍼드의 입장이 되어서 서서히 자신의 생각을 바꿔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2 더하기 2는 5 임을 진정 믿게 되고 빅브라더를 사랑하는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빅브라더는 최근들어 많이 등장하던 용어이다. 독재가 만행되는 곳에는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장치와 시스템이 돌아가는데 그것을 빅브라더라고 한다. 그런데 이 빅브라더는 '내가 너희들을 다 보고 있어, 허튼짓 하지마' 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빅브라더의 영도력을 진정 신뢰하고 자신의 자유를 내어 맡기는 단계까지 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위해서 책에 나오는 당의 네개 부서 '평화부, 애정부, 풍부부, 진리부' 는 끊임없이 생각을 통제하고 자신의 정권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한 작업들을 한다. 가까이는 지난 정권에서 '자부심 갖는 역사관'을 갖도록 하자며 시도가 된 역사 국정교과서 작업이 생각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라고 하였으니 정권을 잡은 독재권력은 끊임없이 현재의 지배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려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1984'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독재권력에게 어떻게 권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지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 자습서와 같은 책이란 생각도 들었다.
빅브라더의 지배는 '텔레스크린' 이라는 양방향 소통의 기술을 담고 있는 텔레비전과 통신장치가 달려 있는 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최근 모니터가 탑재된 AI 스피커의 등장이 왠지 이 소설에 나오는 텔레스크린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은 AI 스피커가 기억을 하고 있고, 이 기억된 데이터는 마음만 먹으면 클라우드에 올라가서 분석되어 나의 취향, 욕망, 성향등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 지인들과 쉽게 통화를 할 수 있는 장치들은 백도어를 통해 나를 감시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겠다고 싶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빅브라더는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AI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아마도 1984의 세계관 안에서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이런 정권에 익숙해져 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점차 바뀌어 나갔던 게 아닐까? 신어라는 것을 통해 사고를 통제하려고 신어사전을 편찬하고 의식을 조정하는 모습은 책 속에서 11차까지 진행된 것을 보게 된다.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생각을 가능케하는 엔진이다. 요즘 스마트폰의 주소록 기능을 이용해 편리하게 내가 아는 지인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게 되면서 어느 누구도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는 없어졌다. 네비게이션이 목적지를 잘 찾아주는것에 익숙해지면서 지도를 보고 가는 것은 불필요하며 바보같은 것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시대다. 현재는 전화번호를 수백개 외우고, 늘 네비게이션보다 자신이 익힌 길로 자유롭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사람들의 세대가 끝나고 나면 새로운 세대로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기억과 공간을 지각하는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상태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건 디스토피아의 세계관을 가지고 보았을때 그렇지만 많이 우려스러운것은 사실이다.
과연 미래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아무도 이런 질문에 답을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이런 독재권력의 지배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 맹목적으로 위에서 만들어 주어진것을 추종하다 보면 1984를 살아가는 외부당원들의 삶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한나라에서의 국민으로서든, 어떤 종교의 신도로서든, 작은조직 안에서의 구성원이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언어에 대해서, 신앙에 대해서, 국가와 사회, 교육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 읽기였다. '빅브라더' 라는 말로 많이 언급되는 책이기에 시간이 되시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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