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휴식 -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p.209
책 겉표지 띠지에 있는 사람은 락커 박완규씨가 아닌가? 그렇다 나는 류시화 라는 시인의 얼굴을 처음 본 것이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던 시인이지만 '류시화' 라는 이름만 들었을때 느껴지는 선이 고운 남자라는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듯이 '장발을 한 낯선 자가 여름인데도 검은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자신들의 신성한 터전을 광인처럼 중얼거리며 어슬렁거리는' 그런 모습이 류시화 시인이었다. 어쩌면 의도한 것일까? 그의 이름과 나타난 외모사이의 차이를 바라보는 나의 느낌과 시선을 고스란히 에세이의 내용으로 가져왔다. 책 제목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에서 시작하여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나', '진짜인 나, 가짜인 너'. 내가 이미 옳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다른 세상과 관점이 존재함을 알게되었을때, 과연 무엇이 진짜인가? 나의 옳음은 과연 옳음이 맞을까? 작가는 내게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박완규 아니, 류시화는 인도의 바라나시 가트를 여행할 때 만났던 핀투 라는 아이와의 이야기를 한다. 핀투는 셈이 약했는데 어느날 류시화는 그 아이에게 더하기를 가르쳐주려고 바나나를 내어주며 이렇게 말한다.
"핀투, 내가 너한테 바나나 한개를 주고, 또 한개를 주고, 다시 한개를 주면 넌 바나나가 몇 개지?"
그러자 핀투는 한참 손가락을 이리저리 꼽으며 자신있게 하는 대답이 "네 개요" 라고 하였다. 이에 류시화는 참을성 있게 세번을 더 질문을 하지만 핀투는 그럴때마다 "네 개요" 하며 마지막에는 주눅든 모습으로 답을 했다는 것이다. 이제 슬슬 화가 나기도 했는데 쎈 억양으로 "하나, 둘, 셋" 이렇게 말하는 류시화 앞에서 핀투는 울먹울먹하며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던 바나나 하나를 꺼내더라는 것이다. 그 바나나까지 합해서 '네 개', 류시화는 마치 우화같은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내가 옳다고 해서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꽃피어나게 할 수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의 꽃이 피어나도록 돕는 것이지 그 사람에게서 당신의 꽃이 피어나게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머리가 모자라는 것은 핀투가 아니라 나였다. p.211
책을 읽어가며 세가지가 인상 깊었다. 첫째는 '인간 박완규' 그는 어떻게 이런 인생을 살아가며 그가 말하는 소위 영성을 추구하는 삶을 걷게 되었던 것일까? 둘째는 그가 매 에세이를 전개해가는 방식이었다.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제를 놓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일화나 사례를 이보다 더 적절한게 있을 수 있을까 싶은 내용으로 쓰고 있었다. 그의 히말라야 등반이나 인도 친구들과의 실제 경험했던 이야기, 인도나 티벳의 전승들, 혹은 유명한 사상가의 이야기나 작자미상의 스토리까지 다양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냥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설득되고 공감되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째는 그의 메세지였다. 나의 약함도 끌어안고 인정하며 살아야 됨을 … 속도를 버리고 살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명의 바쁜 속도에 익숙해져 식상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가 그토록 새로울 수 있음을 힌두어를 배우는 시인을 통해 알게 되고, 상대의 실패를 통한 경험을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함을 마음속에 다짐해 보게 된다.
<책 속의 명언>
-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이 그것이었다. - 언제 어디서나 나 자신이 시인임을 기억할 때, 모든 예기치 않은 상황들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p.19
-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눈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p.22
- 어떤 부분이 상투화된다는 것은 그것의 소중함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p.74
- 눈부신 과학의 발견이 우리에게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 예를 들면 시간을 단축하는 조치들은 불쾌한 방식으로 속도만 빠르게 해 전보다 더 시간이 부족하게 만든다. p.85
-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구덩이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일이다. 티베트 속담은 말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p.205
- 섣부른 판단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잃어 간다.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p.209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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