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휴식 - 어린왕자]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여러분은 어린왕자를 읽어보셨나요?
아마도 살면서 한번쯤은 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뱀에 대한 내용이나 '네가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행복해질꺼야' 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린시절 마냥 동화책으로만 읽었던 어린왕자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요?
실제로 주변에 어린왕자를 매년마다 한번씩 읽는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린왕자를 매년마다 본다고? 그럴 만한 책인가?
최근 몇달에 걸쳐서 어린왕자를 오디오북으로 그리고 책으로 네 차례정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매년마다 다시 본다는 그 사람의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왔습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어린왕자, 강의를 가는 도중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그 때에는 사회 풍자 소설로 읽혔습니다. 어린왕자는 B612 라는 자신의 별을 떠나 주변에 있는 작은 별들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만난 왕과 허영쟁이, 술꾼, 지리학자, 전등맨 등을 통해서 사회 구성원들의 제각각 모순된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허영쟁이의 별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온갖 찬사를 다 받는듯 허영을 떨어대는 그와 대화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죠.
허영쟁이는 어린 왕자의 말이 들리지 않은 듯했다. 오직 찬양하는 말만 들리는 모양이었다.
“아저씨를 찬양해요. 하지만 이런 게 무슨 소용이에요?”
그 다음으로 도착한 별에는 술꾼이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술을 마셔대는 그를 향해 왜 술을 드시냐고 하니깐, 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무엇을 잊으려고 하시냐고 물으니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한다네요.
질문쟁이 어린왕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무엇이 부끄럽냐는 질문으로 이어갑니다.
이때 술꾼은 충격적인 말을 하죠.
"술마시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그걸 잊으려고 하는거야"
라고 말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술꾼.
이 모습을 보고 어린왕자는 '어른들은 정말로 이상해' 라며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별을 여행해가면서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보여주는 듯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책을 읽을 때 까다로운 꽃과의 대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대화를 보면서 놀라게 되었죠. 어려서 읽을 때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제 머리속에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왕자는 '연애소설이다'.
이후 채사장이 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라는 책에서 동일한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지식을 얻는 것 같이 느끼지만 실은 우리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단지 책에서 확인할 뿐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때 인용했던 사례가 어린왕자였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책에서 어린왕자와 꽃의 관계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꽃과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된 어린왕자는 시간이 지나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고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요.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단순한 거짓말 뒤에 숨긴 연약한 마음을 알았어야 했어요.
… 그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어요."
사랑을 해보았고 헤어짐을 경험해보았던 사람이라면 꽃과의 관계가 자신들의 모습이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겁니다. 저 역시 어른이 되어 읽은 어린왕자에서 그것을 보게 되었던 것이죠.
그런데, 독서모임을 갖기 위해 준비하며 두어차례 다시 읽으면서 이 책은 '성장소설'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볼 때에는 어린왕자의 모든 모습이 타성에 젖어가는 어른들과는 다른, 뭔가 우리가 잊고 있었고 돌아가야하는 원형의 모습 그대로를 나타낸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그렇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어린왕자도 미숙하고 진정 사람들이 애쓰고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알아주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철부지 아이일 뿐 우리가 닮아야 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여우를 만나고 나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깨달음을 얻게 되죠. 이를 제 나름의 스토리로 이해해보니 이랬습니다.
시골 풋내기 소년이 동네에서 순이와 연애를 하다가 대학에 합격해 서울에 오게 되며 수많은 여자 사람들 사이에 자신이 이전에 가졌던 것을 깊이 회의하며 슬퍼 울게 됩니다.사람은 많지만 단지 메아리처럼 말할 뿐 살아있는 관계가 없는 그곳이 사막과도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던중 진실한 앎과 관계에 대해 알려주는 여우와 같은 존재를 만나 참 사랑과 관계.. 길들임을 깨닫는 20대, 30대의 나이를 거치죠. 시간은 흘러 어느덧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죽음앞에 서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뱀으로 대표되는 죽음은 모든 것의 수수께끼를 풀어낼 힘을 가진 존재. 죽음으로 다가서며 그동안의 인생에서 배웠던 것을 파일럿이라고 하는 후손들에게 그 비밀을 알려줍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 라고 이야기하며 눈을 감습니다.
이것이 제가 다른 시선으로 보았던 어린왕자였습니다.
어쩌면 꽃은 못다 이룬 사랑일 수도 있고, 자기가 소중이 여겨야 했을 자신의 정체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살면서 남들과의 비교속에 자신의 참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단 하나밖에 없는 장미와 같은 존재이고, 시간을 쏟고 관계를 맺은 그 어떤것을 수천송이의 꽃과 비교해가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비교를 하니 거울을 보며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죠. 군중속의 고독한 존재로 살아가는 현대인들..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관계를 맺고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초판 삽화는 모두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것이라고 하더군요.
그의 그림중에 가장 신경을 써서 그린 그림이 바오밥나무 그림이었는데요.
왠지 이국적이며 신비롭게만 느껴졌던 이 나무가 실은 게으름의 상징, 혹은 자신의 나쁜 습관에 대한 것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건 습관의 문제에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나면 별도 정성껏 돌봐 주어야 해요. 바오밥나무가 아주어릴 때는 장미와 비슷하니까 신경 써서 구별해야 하죠. 바오밥나무인지 아닌지 잘 보고 가려 뽑아야 해요. 이건 좀 귀찮은 일이지만 생각보다 무척 쉬워요.”
“할일을 뒤로 미루는 것이 괜찮을 때도 있지만 바오밥나무를 그런 식으로 관리했다간 후에 엄청난 재앙이 뒤따르거든요."
내가 뽑아줘야 할 바오밥나무가 무엇일까?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생텍쥐페리는 2차세계대전의 종전을 얼마 남기지 않은 1944년 7월31일 . 이미 나이가 들어서 궂이 출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P-38 비행기를 몰고 활주로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행기 연료가 다 떨어졌을 시간에도 돌아오지 않았고, 누군가의 목격으로는 독일군에게 비행기 한대가 격추당했다고도 하는데 그것이 생텍쥐페리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네요. 마치 어린왕자가 홀연히 지구를 떠났던 것처럼 생텍쥐페리도 어린왕자처럼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간게 아닌가 하는 신비로운 생각까지 듭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그 첫편으로 어린왕자를 읽어보았습니다. 분량이 많지 않아 1시간정도면 금방 읽을 수도 있으니 여러분들도 한번 찾아 읽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하여 추천드립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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