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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학습

[김성민의 독서학습] 참모로 산다는 것 - 신병주

[김성민의 독서학습 - 참모로 산다는 것]


“조식에게 죄를 준다면 

언로가 막힘이 더욱 심해져서 

왕의 덕에 누가 된다” p.196

- 왕에 대한 비판적인 상소를 올린 조식을 방어하며 언로의 중요성 강조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을 외웠지만 역사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시험을 보기위한 딱 그 수준으로만 역사를 공부했던 것 같다.  영화 '관상'을 보고 나서야 단종과 세조에 대한 이야기를 겨우 알 정도였으니 역알못(역사 알지 못하는 남자)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내게 조선역사의 참모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책은 큰 부담감 없이  조선 전체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책 뒷표지에 있는 "역사는 반복된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어제 오늘  정치면 뉴스기사와 이 책을 비교해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새롭게 알게 된 재미난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표현의 유래이다.  숙주나물에 대한 것도 이중 하나이다. 세조 왕위창탈에 기여한 '신숙주'는 조선후기 백성들에게 변절자로 인식되었던가 보다. 그래서 만두속을 만들때 이 나물을 짓이기며 분노를 풀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녹두의 싹을 내어 먹는 나물로서, 두아채란 이름으로 불렸던 나물이 조선 후기 이후 ‘숙주나물’로 바뀐 것에도 신숙주의 행적을 응징하고자 하는 백성들의 증오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p.69

 강남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압구정이 한명회가 여생을 조용히 보내기 위해 한강변에 만든 정자에 붙인 이름이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 정자에 대한 일화가 나오는데 명나라 사신이 방문했을때 성종은 한명회에게 압구정에서 사신을 맞이하자고 하자 그것이 싫어 버티던 한명회는 결국 추국을 당하고 정치에서 물러나는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흥청망청이라는 말은 연산군과 관련이 있었다. 연산군은 전국 각지에 있는 기생들을 궁으로 불러 모았는데 그 중에 특히 왕의 가까이 곁에 시중을 드는 기생들을 '흥청' 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한 책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이렇게 경회루에서 국가 재정을 물 쓰듯이 쓰면서 흥청들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하는 연산군을 두고 백성들은 흥청망청이라는 말로 저주했다. p.145


이 책에는 수십명의 참모들이 나온다. 저자가 '참모'라고 정의내린 범주에는 충신도 있지만 간신도 있고 장녹수와 같은 왕의 가까이에서 자신의 뜻대로 정치를 주무른 인물들도 참모라는 반열에 올려 기술하고 있다. 새로왔던 것은 한 시대에는 좋은 평가를 얻었던 인물이 정권이 바뀌고 실록을 편찬하는 일을 어떤 세력이 잡았느냐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조선 전기의 문장가로 통하는 '강희맹'이라는 참모였다. 그는 경국대전, 동문선, 동국여지승람 등의 편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훈구파로 활동을 했기 때문에 후대에 실록을 편찬하는 사관으로 사림파가 잡게 되었을때 평가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강희맹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역사에서 계속 반복되었던것 같다.  누군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는데 승자의 논리속에서 이로운 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부정적으로 치부해버리는게 아닐까 싶었다.  단종 폐위에 반대하며 단종 복위운동을 하였던 신하들은 수양대군이 정권을 잡았을 당시만 하더라도 반역자로 몰려 엄청난 고문과 함께 사지가 찢기는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후대에 성삼문을 비롯하여 여섯명을 '사육신' 이라고 칭하며 충신의 대명사로 띄우게 된다. 어쩌면 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신하들은 마땅히 이렇게 충성해야함을 강조하게 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역사는 현재의 시점에서 계속 다시 재조명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초 문제, 국정농단, 사화 등이 이어지는 조선의 역사를 읽으며 아마도 저자인 신병주 교수는 현대 정치의 일면을 이 책을 통해서 표현해보고자 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닮아 있었다. 한 정권에서 퇴출되어 유배를 갔던 관료가 정권이 바뀌어 금위환향하는 장면은 조선 500년 역사에서 계속해서 반복되었던 것이고 지금도 그런것 같다. 


역사는 반복되는데 그런 역사를 알지 못하면 실수 또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현대를 살아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겠구나 하는 학습이 된 책읽기였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