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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학습

[김성민의 독서학습] 다큐멘터리 일제시대 - 이태영

[김성민의 독서학습 - 다큐멘터리 일제시대]


식민지인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전념하는 것이야말로 

제국주의자들이 바라는 것이었다.  p.78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나 역시 일제시대 하면 3가지 장면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을사늑약, 3.1운동, 광복.   그렇기에 일제시대는 암흑의 시대이며 정체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당시의 살아갔던 사람들도 지금과 하나도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의 내용을 보자. 


1908년 그해 8월 31일, 한성의 물장수들에게 반갑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영국인 소유의 대한수도회사가 한성 뚝섬에 상수도 정수장을 완공한 것이다. (중략) 상수도의 등장에 생계 위협을 느낀 물장수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대한수도회사에 맞서 수상야학회를 조직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p.53


철도가 들어서자 경성의 짚신 장수들은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며 짚신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며 철도 개통에 반대했다. 그런데 짚신 장수들에게 기차보다 훨신 위협적인 신문물이 식민지 조선에 들어왔다. 바로 고무신이었다.  p.179


 일제시대는 근대화 도약이 급진적으로 일어났던 시기였다. 철도가 들어오고 상하수도가 정비되고 영화와 음반산업이 도입되어 성장하던 시기였다. 그런 와중에 기존 질서내에서 먹고살던 사람들에게 큰 위기가 닥쳐오는데 위 인용한 내용은 북청물장수들의 밥줄이 상수도가 생기면서 위협을 받는 장면과 고무신이 보급되면서 짚신장수들이 처한 상황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시대라고 일컫는 지금이 가장 정신없이 빠르게 변하는 때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일제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더 급격한 변화속에 있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100년전, 북청물장수와 짚신장사에게 닥친 일이 현대의 우버와 타다 등의 새로운 플랫폼 경제에서 택시 기사나 회사가 겪는 어려움 못지 않는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서구식 근대 교육제도가 도입되면서 ‘체육’이라는 교과가 생겼다. (중략) 근대 스포츠가 보급되면서 각 학교에서 ‘운동회’도 열렸다. 그런데 이 운동회가 단순히 놀고 즐기는 축제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조선 사람들은 이 운동회를 계기로 사회진화론 곧 ‘약육강식’, ‘적자생존’, ‘우승열패’를 몸소 체험하기 시작했다.  p.45


1910년대, 보통 사람들도 정치적 욕망이 거세된 채 평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강요받았다. 정해진 법규를 지키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 한푼, 두푼 알뜰하게 모아 삶을 일구어가는 게 장려됐다. (중략) 식민지인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전념하는 것이야말로 제국주의자들이 바라는 것이었다.  p.7


전근대 조선사회에는 ‘시간’이라는 말조차 없었다. 시계가 팔려 나갔다는 것은 근대의 시간 개념이 점차 일상화되었음을 의미한다. p.80


새로운 근대적 문물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모던보이 모던걸은 그 당시 유행을 선도하는 핫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보여지기도 했다. 결국 일제가 조선대한 효과적 통치와 수탈을 위해 도입되었을 여러 제도와 근대적 문물들은 현재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게 당연한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체육대회를 통해 사회진화론을 자연스럽게 체험을 한다거나 '시간'이라는 개념이 일상화되어서 정확한 시간에 해내야 한다는 강박과 그로 인해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어쩌면 일제시대때부터 서서히 학습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3・1운동 이후 1920년대에는 교육운동이 일어났다. 민족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거대한 담론이 형성되었고, 조선인들은 교육을 사회적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하게 됐다. (중략) 당시 경성 시내 고등보통학교는 대부분이 입학 경쟁률 10대 1을 넘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부작용도 나타났다. 해마다 수십명이 입시 실패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p.163


입시철이 다가오면, 각 신문은 ‘명태알 테스트(멘탈테스트)’ 예상 문제를 실어 학부모들의 경쟁 심리를 부추겼다. 입시 과열은 식민지 권력에 싫지 않은 일이었다. ‘경쟁’이 사회 모순을 은폐하는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내 자식의 출세’가 ‘민족 해방’보다 중요했다.  p.176


경쟁을 통해 남을 누르고 내가 위에 서야한다는 마음과 신분상승을 향한 마음이 자연스레 입시경쟁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이 글의 이야기가 2019년이 아니라 100년전에 있었던 기사의 내용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경쟁이 사회 모순을 은폐하는 역할을 해줬다' 라고 하는 저자의 첨언은 우리의 깊은 무의식의 동기까지 꺼내어 보여주는 듯 하다. 


물론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언급했던 사회적 변화에 대한 것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알다 시피 수많은 독립운동단체와 항일운동에 대한 내용이 펼쳐진다. 요즘 이슈되고 있는 김원봉의 활약상도 다루고 있다. 이 내용들은 내가 학교 다닐때만해도 국사시간에 제대로 배우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부분은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대부분 학기를 마치고 나서 배우거나 기말시험에 안나오는 부분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학생들도 그 많은 단체들의 이름을 외우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역사를 좀더 알고 싶어지게 만든다. 항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그 내부에도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있었다. 외세를 몰아내고 다시 조선왕조를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과,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 중국과 소련의 이해관계속에서 각자의 입장이 나뉘었다. 그로인해 항일운동단체들사이의 알력다툼이 있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과 기업들의 처음 시작이 일제시대였다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 포인트였다. 부채표 활명수의 탄생, 국민소주 진로의 탄생, 농협의 전신인 금융조합, 연희전문대학교, 숭실전문대학교, 하이트 맥주와 카스 맥주의 기원, 두산그룹,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동아일보, 조선일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정신없이 이어진 40년을 살아낸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갔을까도 반문을 하게 된다. 자신의 안정적 삶의 터전을 다 내려놓고 항일투쟁을 했던 가문.. 그들의 집안은 그후로 몰락하거나 현재까지도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히려 친일을 하거나 그 시스템을 잘 이용하며 건재했던 사람들은 해방 이후에도 인생이 잘 풀리는 것을 보게 된다. 국무총리나 국회의원을 하거나 훌륭한 음악가로 존경받기도 하니 말이다.  특히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 행각을 보면서 참 충격이었다. 


나 처럼 일제시대를 3.1운동과 8.15광복 정도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역사 입문서가 아닐까 한다. 그 당시 시대상의 변천을 오늘아침 신문기사 보듯이 써내려간 진행방식이 평소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듯 하다. 

이제 다음달이면 8월인데 광복의 중요성을 알기 위해 일제 시대를 좀더 깊이 들여다보는게 도움이 될 듯 하다.  일독을 권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