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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학습

[김성민의 독서학습] 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 (대화형AI만들기)

[김성민의 독서학습 - 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


하얀 족제비의 집에서 사온 케잌을 먹었다.

"이 문장에서 '하얀' 건 뭐겠나?"  p.219


 아주 오래된 광고 한장면이 떠올랐다. 배우 송강호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을 때 아내가 "여보 빨래 좀 개줘" 라고 하자 송강호는 옆에 있던 개에게 빨래를 던졌다. 아마도 이책에 나오는 족제비 마을에서 만든 인공지능 로봇의 수준이 광고에 나오는 송강호 정도가 되었을법 싶다.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족제비 마을에 물고기들이 로봇을 타고 육지로 나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족제비들은 그것을 조금만 개조하면 그들대신 밭일도 하고 물건도 판매하는 등 편한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해줄거라는 생각에 말을 척척 알아듣는 로봇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족제비는 이미 어느정도 말을 알아듣는 기계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두더지 마을, 카멜레온 마을, 개미 마을, 올빼미 마을을 찾아가 본다. 하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로봇이 아님에 실망할 즈음 너구리와 안경원숭이를 만나 본격적인 AI 개발을 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한 이야기가 핵심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어려운 코딩이나 수식등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언뜻 보면 이 책은 논리학이나 언어학에 대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의 말을 알아듣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우리의 언어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서로의 말을 이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아닌 경우도 있지만)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일인것 같다. 그에 대한 설명이 족제비들의 활약에서 잘 표현되어 있다. 게으른 족제비들은 안경원숭이의 도움을 받아 50만개가 넘는 문장들을 가지고 기계학습을 통해 95%가 넘는 정확도의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그런데 각 마을로 납품된 인공지능은 이곳저곳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상황1>

두더지 마을에서 개미마을로 편지를 보내려고 로봇에게 말한다.

두더지 : "개미 마을로 가서 이 서류를 주민 센터에 전해 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로봇은 개미마을까지 다녀온다. 그런데 서류는 전달하지 않고 돌아와서는 두더지 마을의 주민센터에 가서 그 서류를 던져놓는다. 명령대로 한 것이다. 

<상황2>

개미 마을에 비가 엄청 쏟아지자 호우경보가 울렸다.

스피커 : "마을 주민 여러분, 호우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위험하니 강 근처로 가서 놀지 마세요." 

개미마을의 개미신 이라고 하는 로봇은 그 즉시 강가로 달려간다. 그리고 거기서 가만히 있다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갔다. 명령대로 한 것이다. 

<상황3>

올빼미 마을의 로봇도 문제가 많았다. 올빼미들이 로봇에게 마을 입구를 지키게 하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빼미 : "이제부터 마을 입구로 가 주면 좋겠어"

로봇은 꿈쩍도 안한다. 여러차례 말을 해봤지만 움직이지 않다가 "마을 입구로 가라" 라고 하자 그제서야 움직였다.  하지만, 페더급 경기에 출전하려고 체중감량을 하고 있던 권투선수 올빼미가 혼잣말로 "아~ 케이크 먹고 싶다" 라고 하자 로봇 올빼미는 케이크를 가져다 준다. 권투선수 올빼미는 놀리냐며 불같이 화를 낸다. 

이 외에도 수많은 오해의 상황이 벌어지고 게으른 족제비들은 로봇을 구입해간 모든 동물 마을의 원성을 듣게 되는데, 계속해서 완벽한 AI 를 만들려고 하면 할 수록 족제비들은 더 바빠지고 할일이 늘어나기만 한다. 족제비를 대신해서 일할 로봇을 만든다는 목적을 성공시키기 위해  AI 의 입력데이터를 만들고 검토하는데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연 게으른 족제비, 게으르고 싶은 족제비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했던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쉽고 간단한 것들이 로봇과 인공지능에게는 어렵다라는 사실을 이 책은 동물 마을 이야기를 통해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AI 개발이 겉으로 나타난 결과물들이 화려하게 비쳐질지 모르지만 데이터를 처리하고 직접 일선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딸이 하는 이야기를 오해해서 핀잔을 듣기도 하는 나 자신을 생각할 때 완벽히 내 말과 속마음까지 이해하는 AI의 출현은 먼 미래의 일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수식과 코딩의 AI 책이 아니라 우화라는 형식을 가지고 언어와 논리로 접근하는 책이기에 AI 개발에 관심있는 입문자에게는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본다. 원서는 일본어지만 번역자가 한국어에 맞춰 번역하고 구성한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7가지 조건> p.355

① 음성과 문자의 열을 단어 열로 변환할 수 있는 능력

② 문장 내용의 참-거짓을 따질 수 있는 능력

③ 말과 바깥 세계를 연결 지을 줄 아는 능력

④ 문장과 문장 간 의미 차이를 이해하는 능력

⑤ 말을 사용한 추론이 가능한 능력

⑥ 단어 뜻에 대한 지식을 가지는 능력

⑦ 상대방의 의도를 추측할 줄 아는 능력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