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920회 엄마 남자는 엄마 남자, 내 남자는 내 남자 |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창의력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엄청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그런 상황에만 필요한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속에서 소소하게 존재하는 구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도 창의력은 필요하다. 오늘 강연의 연사인 김지윤 소장은 가정에서 오랫동안 엄마로 부터 학습된 좋은남자 나쁜남자 구별법이 좋든 싫든 내면에 고착화되면서 연애와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강연 초반에 심리학자이며 정신분석학자인 스테판 밋첼이 쓴 책의 한구절을 이야기하며 어린시절 경험하고 학습된 내용의 힘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말한다.
어린시절 어둡고 우울하고 했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밝고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는게 맞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옛 기억을 환기시키는 어두운 선택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창의적 사고를 위해 아무리 관점을 전환하고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테두리 내에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것과도 같다. 그런데, 그런것이 법칙처럼 작용한다면 암울하겠지만 김소장은 우리의 선택이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한다. 즉, 인간은 더 좋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고, 관계를 파괴적이지 않은 건설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잘못된 신념을 깨뜨리기 위해서 4가지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창의적 사고의 관점과 완전히 동일하기에 공유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인지' 다. 먼저는 잘못된 신념이 무엇인지, 혹은 내가 생각하는 이것이 잘못된 신념인지를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애꾸눈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 두눈으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본다는 것을 이해 못하듯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의 틀속에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잘못됨을 인지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인지' 보다 '인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의 생각이 틀렸을 수 있음에 대한 '인정', 내가 알던 세상의 진리가 때론 맞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한 '인정' 말이다. 우리나라 1차 코로나 확산은 신천지라는 한 사이비 종교집단을 통해 발발했다. 그 당시 언론에서는 코로나와 함께 신천지의 위험성에 대한 방송도 떠들썩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내용 중 필자가 매우 흥미롭게 봤던 것 중 신천지를 빠져나왔던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것이다. 보통 신천지에 포섭이 되면 매우 교묘하고 치밀한 세뇌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이나 지인이 부탁하고 권고하고 빠져나올것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강력하게 신천지의 보호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신천지에서는 미리 다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극히 드물지만 빠져 나올 수 있던 사람은 '의심'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신천지에서 배운것이 틀릴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상담사와 이야기를 시도했던 사람은 높은 확률로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생성된 고정관념으로 부터 벗어나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소설 데미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창의적 사고를 위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키 위해서는 내가 맞다고 믿는 세계가 틀렷을 수 있음에 대한 인정/인지가 새로운 세계를 여는 가능성의 문이 될 것이다.
둘째는 '용서'다. 용서는 용서받는 상대를 위함이 아니라 나를 위함이라고 한다. 너새니얼 호선의 단편 '큰바위 얼굴'은 어린시절 마을에 있던 사람 얼굴을 닮은 큰 바위와 같은 사람을 동경하던 한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랜시간이 지나 정작 큰바위 얼굴과 같은 사람은 부자나 사회적 지위가 있던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동경하던 사람, 즉 아이가 큰바위 얼굴과 같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계속해서 동경하고 생각하면 그것과 닮아간다는 교훈이 있었는데, 심리학에서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할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구타 부모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나는 죽어도 우리 아빠처럼은 안될래' 라며 아빠에 대한 분노심에 가득차 있지만 결국 자신도 성장하여 특정 상황이 벌어졌을때 구타를 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강력한 것은 '용서' 라고 한다. 그 대상을 용서할 때 그 대상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을 내재화 하려고 하는 자신을 용서하고 돌이키게 된다고 한다.
셋째는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김지윤 소장은 '우리의 원가정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선택하는 가정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라고 한다. 아이디어 회의시간에 신입사원 윤모씨가 용기를 내어 아이디어를 내자 10년차 과장님이 '아~ 그건 내가 3년전에 다 해봤던 건데, 안돼' 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장이 안된다 라고 하는 것은 3년전 경험치를 기반한 것이다. 또한, 신입사원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아이디어가 그 과장이 했던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법도 없다. 환경과 상황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했기에 그때 안되었던 것이 지금은 가능할 수도 있음에도 과장은 자신의 옛 경험과 비슷한 아이디어에 무조건 안된다고 말했던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실행을 위해서는 이처럼 과거의 것을 참조는 하되 그 아이디어 자체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함이 필요하다.
마지막, 네째는 '존중' 이다. 이는 창의력 측면에서는 나의 과거의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했던 생각 자체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는 흔히 고정관념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고, 고정관념을 깬 생각이야 말고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매일 같이 새로운 고정관념을 학습하고 그 고정관념 덕분에(?) 오늘을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안전한줄 어떻게 아는가? 식탁위의 음식들이 모두 안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매 식사마다 모든 음식에 대한 독성 검사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매순간 고정관념이 아닌 창의적 생각만 하려고 하는 것은 매일 같이 출퇴근 하는 길이 있는데, 새로운 길로 간다고 하면서 안가본 골목길과 우회도로, 사고지점을 통과해 출퇴근을 하려고 하는 것과도 같다. 우리에게 일상과 익숙함이라는 고정관념은 필요한 것이고, 그속에 익숙한 나를 존중하는 태도도 새로운 상황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려고하는 것 만큼이나 소중한 일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만들 듯, 좋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풍성한 삶을 누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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