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건 집을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이다 | 임형남 가온건축 대표, 건축가 | 세바시 1121회]
임형남 건축가는 한 때 이사짐의 70%를 컨테이너에 넣어두고 나머지만으로 온가족이 오피스텔에 거주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사 나가는 곳과 들어가야 하는 곳의 시기가 맞질 않았던 것이다. 그때 신기한 경험을 했었는데, 30% 의 짐으로 사는데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들었던 의문은 "컨테이너에 들어있는 70%의 짐은 과연 무엇인가? 왜 그동안 저것들을 가지고 다니며 살아왔는가?"
나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이사짐의 70%는 마치 우리 머리속에 있는 고정관념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없어도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특별한 상황을 만나지 않는한 우리는 늘 그것을 가지고 다니며 산다. 그렇게 오래 갖고 있다 보면 원래 그곳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으로 여기며 살게 되기도 한다. 이사에 대한 우스게 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이사 후 3일간 정리한 모습이 3년을 간다" 한번 굳어진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런 경험때문인지 임형남 건축가는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미학을 실천하며 설계를 한다. 핵심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번은 임형남 건축가에게 충남 금산에 땅을 소유한 사람이 찾아와 건축의뢰를 하였던적이 있다. 이때, 의뢰주는 45평정도 짓겠다고 하였는데 임형남 건축가는 그걸 20평으로 줄여버린다. 보통이라면 건축주가 원하는데로 추진하는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건축설계비용이 어떻게 산정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크게 지을 수록 더 큰 비용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임형남 건축가는 좀 달랐다. 건축주와의 대화중에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거 필요하세요?" 수개월의 대화에서 이말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건축주의 처음 생각을 바꿔놓을 정도로 그는 끊임없이 삶과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눴을 것으로 본다. 그런 과정속에 나온 "이거 필요하세요?" 라는 질문에 건축주는 "아니" 라는 답을 하였고, 그렇게 집 평수가 줄어든게 아니었을까?
결국, 그 건축주는 자신의 생각대로 45평짜리 집을 얻진 못했지만, 그 주변의 경치를 넓게 내다볼 수 있는 작지만 멋진 집을 소유하게 되었다.
강연의 초반에 임형남 건축가는 자신의 일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설계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한번은 스님이 찾아와 절을 짓겠다고 했을때 이때도 역시 수개월을 계속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의 습관에서 '관찰'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건축가는 '듣기'를 통하여 관찰을 하고 있었다. 표면에 있는 요구가 아니라, 그 사람 내면 본질에 깔려 있는 필요와 욕망을 찾아내는 과정을 '듣기' 라는 관찰을 통해 알아낸다. 임형남 건축가는 스님이 생각하는 불교와 한국 절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계속해서 듣고, 과연 사찰의 본질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을것으로 본다. 보여지는 외형과 고정관념이 아닌, 현대에 있어서 사찰은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결국 그가 한국에서는 한번도 보여지지 않았던 형태의 사찰 건축을 하게 만들었다. 왜 사찰은 꼭 한옥으로 지어져야만 할까? 한옥이 사찰의 본질일까? 그렇게 본질을 탐구한 임형남 건축가의 손에서 '제따나와선원' 이란 사찰이 탄생하게 된다.
이곳을 설계할때 임형남 건축가는 절이 가져야 하는 가장 본질적인 기능과 핵심은 그대로 두고 외형만을 바꿨다고 한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찰이 된 것이다. 지금도 검색해보면 춘천의 명소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사찰이라고 한다. 임형남 건축가의 남들과 똑같지 않고 특별한 무언가를 만드는 창의적 생각은 듣는 습관과 본질을 바라보는데 있던 것이다.
그는 강연의 말미에 이런 말을 남긴다.
고정관념과 사회적인 통념을 버리고
자유로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자유를 얻으면
자신의 공간을 얻을 수 있고
그러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공간은 우리 뇌 속에 있는 생각의 공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창의적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은 고정관념과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자유로움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분명 본질에 대한 통찰이 있을 것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강연 및 출판 문의 : bookled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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