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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040] 대체육의 경쟁상대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밥상의 역전 |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 세바시 1225회]

농가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져왔던 농산물을 가져다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는 출장차 미국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우마미 버거에서 판매하는 가짜고기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를 맛본뒤 한국으로 들어오자마자 대체육 개발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대체육 개발 초기에 상황은 녹녹치 않았다. 일단, 개발에 참여한 쉐프는 한번도 임파서블 버거를 맛본적이 없어 민대표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불평어린 반응이었다. 만일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서 민대표였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 것 같은가?  나라면 어떻게 해서든 임파서블 버거를 냉동포장해서 한국으로 가져올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민대표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는 마장동의 축산물 시장에 가서 소 부위별로 고기를 구입하고, 소의 피를 담아와서 '이렇게 만들어 달라' 라고 주문을 했다고 한다. 

소고기의 이 텍스쳐, 식감, 색깔, 산도를 맞춰 개발해달라는 민대표의 요구에 어쩌면 쉐프는 무척 당황했을듯 싶다. 하지만, 그 결과 소고기와 100% 같진 않지만, 채식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 가 탄생하게 된다. 

민대표는 그 당시 자신이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기존의 임파서블이나 비욘드보다 맛있는 고기가 아니라, 실제 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는 식물성 고기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그 방향성이라는 활주로를 질주할 수 있고, 작은 아이디어를 보다 쉽게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명확한 목표를 정하자, 식물성 대체육 개발의 과정에서 민대표는 거침이 없었다. 농가를 찾아다니면서 얻었던 농부들의 지혜를 대체육 개발의 아이디어로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강연에서 자신은 식품영양학에 대한 전공을 해본적이 없는 신방과 나와 마케팅과 기자생활 했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을 개발해야할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 즉 '본질'을 바탕으로 제한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농가를 돌아다니며 검은 봉다리에 대체육 개발에 도움이 될것 같아 보이는 농산물을 싸서 가져오면, 아웃소싱을 받은 식품공학자들은 '쓰지도 못하는 것 제발 가져오지 말라' 하고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고 한다. 식품공학자들 눈에는 쓰지도 못할 것으로 치부된 것이지만, 민대표의 그러한 열정과 다양한 시도들이 나중에는 식품공학자들에게도 자극을 주어 사용할 수 있는 식품의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학습된 무기력' 이라는 말이 있다. 힘이 강력한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방법 중, 힘이 약한 어린시절부터 도망을 못가도록 굵은 말뚝으로 묶어놓는게 있다고 한다. 어리기 때문에 힘이 약해 말뚝을 뽑으려고 힘을 줘도 뽑히지 않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코끼리는 자신이 발한번 세개 걷어차면 말뚝이 쉽게 뽑히는 어른 코끼리가 되어서도 그 말뚝을 뽑을 생각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민대표가 해외 시장조사를 하려다가 맛보게 된 콩으로 된 고기가 너무 맛이 없었다고 한다. 해당 바이어에게 '이렇게 맛이 없는데 잘 팔리나요?' 라는 질문을 했더니, 돌아온 답은 이랬다. '비건 제품인데 맛있어야 하나요? 맛 없어도 비건들은 먹어요'  전형적인 학습된 무기력이다. 

창의적 생각을 위한 마법과도 같은 문장이 있다. 바로 이거다.  '원래 라는 건 없어' 

비건 제품은 원래 맛없는거야.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한 그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은 어떤 변화와 시도도 하지 않는다. 마치 어른 코끼리가 자신이 쉽게 풀수 있는 족쇄를 없앨 시도조차 않는것 마냥 말이다. 

민대표의 시도가 놀랍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는 시장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던 잘못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생각을 해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가 비건이 아니라 육식을 좋아하는 주변인이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장기나 바둑을 둘때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옆에 있는 사람이 수를 더 잘보게 되는 훈수의 법칙처럼 말이다. 결국, 그는 '원래 이래' 라는 생각에 머물지 않고, 비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물성 고기를 만들게 된다. 

그 이후에 올라온 언리미트 고기에 대한 평가들을 보면 아직은 완전 고기와 같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도전과 시도들이 앞으로 대체육 시장의 성장에 큰 자극과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몇년 후 우리는 피크닉을 가서 고기 대신 식물성 고기로 쌈을 싸 먹는 문화를 보게 되지 않을까?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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