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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046] 미쳤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단절된 시대를 극복하는 관계의 철학: ‘아이 콘택트’ | 정인규 '시선 과잉 사회' 저자, 하버드 로스쿨생 | 세바시 1514회]

 

  바로 몇일전 내가 속한 한 단톡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발단은 한 멤버가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 중 하나인 동성애 관련한 부분에 열을 내면서 시작했다. 전통적인 기독교 내에서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해왔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과 위협의 심각성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글을 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신앙을 가지며 동일한 성경을 읽고 믿음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와는 생각이 다른 멤버들이 있었다. 나도 그중에 한명이었다. 나는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고귀한 이유가 너무나 많은데, 그 기본 사명에 충실하지 못하고 사회적 염려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 하는 그의 이야기가 공감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동성애 혐오로 향하게 했던 기독교 내의 목소리, 어쩌면 그 교회의 메시지에 화가 나기도 했다. 물론 그는 자신은 동성애를 '혐오' 하지는 않는다고 해명을 했지만, 그의 행동은 혐오행동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그 열심으로 기독교 내의 그 수많은 부조리와 잘못을 성찰하고 회개하는 운동을 했다면,  아니, 우선은 그것부터 해나갔다면 내가 발끈하며 반응하진 않았지도 모른다.  그렇게 단톡방은 이틀동안 서로의 주장과 주장들이 오고가며 시끄러운 공간이 되었다. 대화를 나누던 한명은 매우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설득적인 글을 쓰고 나서 대화방을 나가버렸다. 내가 느끼기로는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과의 단절을 시전한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나도 그냥 나가버릴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기에 나간 그 멤버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제 소강상태에 들어간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내가 있던 단톡방의 대화는 우리사회의 단절과 편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강연자인 정인규 저자는 정확히 그 부분을 짚어내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진실이라는 것에 대한 매우 탁월한 통찰을 통해 우리들 사회에 소통이 얼마나 중요하며, 그 방법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말해주고 있다. 

 "여러분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대화를 어떻게 나누시겠습니까?"

 

 오늘의 강연자를 창의력 천재 시리즈에 넣은 이유는 창의력과 대척점인 편협함, 고정관념과 잘못된 신념들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진실은 설명하고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시대에는 지구가 둥글다고 남을 설득하기 쉬웠다.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나가 수평선을 보았을때 둥글게 휘어진것을 보았다거나, 월식때 지구 그림자를 보면 둥글다거나. 하지만, 어떤 사실이 아주 당연한 것이 된 세상을 살아갈 때는 그 이유를 말하긴 쉽지 않다. 우리가 사실에 입각해 지식을 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지식은 실제로 이유를 통해 성찰하여 내린 결론이 아닌, 자라오면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통찰을 말한다.  결국 지식은 사실의 문제가 아닌, 주변사람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얻어진다는 것이다.

 

 SNS 의 시대에 내가 연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의 성향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또한 내가 보는 컨텐츠는 알고리즘에 의해 나에게 맞춤형으로 제시되는 것으로 실제 세상의 지식을 균형있게 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나와 비슷한 생각의 사람과 나의 생각과 비슷한 컨텐츠들이 인터넷에서는 넘쳐나기에, 어느덧 나는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표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나치 신봉주의자가 되던, 지구 평평설을 주장하던, 차별금지를 결사적으로 반대해야한다고 주장하던 말이다. 

 그런데 정인규 저자는 그냥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여 거른다거나 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바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그와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말 조차 이야기 될 수 있는 사회, 그 사회에선 당연하게 생각되던 지식이라도 다시한번 성찰하고 그 이유를 되짚어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관계를 형성할 '의지'가 있을때 비로서 만들어질 수 있다. 내가 단톡방을 나가버리려는 충동을 참고 불편한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결국 이 단톡방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갔으면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말하기 편한 사람들속에서만 있고자 한다면 나는 세상의 당연함을 나와 생각이 비슷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만 찾고자 하고, 그속에서 고립되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나를 한정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단톡방을 나오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그곳에 있는 멤버들도 한명을 제외하고는 그 설전을 그대로 바라보고 서로 이해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모임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대화는 좀더 자주 했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내게 익숙한 사람들로만 둘러쌓인 환경에 노출되고 그것을 보고 듣고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쪽에 치우쳐진 생각에 매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덜 극단적이 되었을 시점에 갖는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과의 나눔은 보다 내용을 깊이 성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규 저자는 이에 대한 관점으로 그가 갖는 시선이 진실을 구성한다고 말한다.  

 

 

내가 인식하는 세상을 나도 모르게 흡수하면서 세상에 대한 진실은 내가 마주한 시선과 동일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식하기 보다 인정하고, 흡수하기 보다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순간이 언젠가 하면 바로 눈과 눈을 마주하며 바라볼 때이다.  저자는 아이컨택을 하며 이뤄지는 대화는 인터넷속에서의 대화와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의 대화는 3인칭으로 말하지만, 아이컨택 대화는 2인칭으로 이뤄지며, 2인칭의 대화는 말하는 나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내앞에 있는 대화의 상대를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사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그대로 듣고 있기는 쉽지만은 않다. 어쩌면 우리가 그런 부분에 면역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 그런것은 아닐까?  저자는 탈진실 시대에 맞서는 '아이컨택' 실천법 3가지를 다음과 같이 말하며 강연을 맺는다. 

1. 내 생각의 근거를 따져보기
2.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3. 나와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기

 

 이번 단톡방 사태(?)를 통해 나의 미숙함을 반성하게 되며, 그때 보았던 친구들의 서로를 존중하는 조심스러운 말 하나하나가 내겐 큰 위안과 도전이 되었다. 생각의 다양함을 추구하는 창의력 강사가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리고 나만의 세상에 굴복해버릴 위험에서 단톡방 친구들로 인해 조금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게 익숙한 세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것이 바로 창의력을 갖는 기초운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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