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총균쇠]
유라시아는 처음부터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있었지만
1492년에 와서는 엄청나게 앞서게 되었다.
그것은 유라시아인들의 지능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유라시아의 지리적 요건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p.383)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베스트셀러에 반열에 오른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책으로 저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고 하니 급 관심이 가져진다. 그런데 이만한 두께의 학술서에 버금가는 내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 문화가 많이 성숙해간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 책의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조류진화론을 전공한 진화생물학자이다. 뉴기니에서 거주하며 연구활동을 하던 중 뉴기니 토착민인 친구 얄리와의 대화를 하던 중 이 책의 주제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왜 서양이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동남아의 많은 나라들을 점령하고 식민지배했는지, 왜 그 반대의 양상 즉 아메리카 대륙의 잉카제국, 아스텍문명, 마야문명이 유럽을 정복하지 못했는지를 다양한 고고학적인 자료와 논리적인 추론에 의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결론은 바로 총(무기)과 균(질병)과 쇠(금속)가 서양이 아메리카 대륙을 지배하고 그 반대로는 되지 않았던 이유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표면적인 총균쇠를 선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한 원인을 중앙집권과 통치체계를 가진 나라로의 발전을 꼽으며 이는 다시 정주형 농경과 목축생활, 그리고 문자를 통한 정보활용력이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이제 이 정도 되었으면 정말 할 말이 많아진다. 왜? 그렇다면 농경이 아메리카나 호주, 뉴기니 등의 폴리네시안 지방에서는 늦게 일어나고 유라시아에서 보다 먼저 발달했는지, 그리고 목축은 왜 아메리카대륙에서 먼저 시작되지 못했는지? 문자는 왜 그런지를 밝혀내야만 했다. 실제로 책의 아주 많은 분량을 할예하여 위의 의문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정말 역사의 순간에 내가 들어가서 함께 움직여나가고 있는 듯한 세밀한 묘사와 설명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리고 결론으로 이런 차이를 낸 것은 인류의 어떤 DNA 가 다른 인종보다 더 우세하여서가 아니라 유럽이 총균쇠를 지닌 강력한 국가를 먼저 만든 것은 바로 지리적인 여건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과거 일어났던 역사에 대한 조명을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하여 아주 논리적이며 분석적인 기술을 해놓고 있다. 정말 흥미롭게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주의하며 봐야할 부분이 있다. 첫째로 책의 논리를 따라 정신없이 읽다 보면 진화론의 적자생존의 논리가 어느 순간 머리에 자리잡혀서 강한 나라가 그보다 못한 나라를 침탈하고 정복하는 제국주의 논리가 진화론에 입각한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이다는 생각으로 귀결될 수 있겠다는 위험이다. 일제의 우리나라 침략 자체도 정당화 될 수 있는 제국주의 식민사관이 바로 이런 진화론에 입각한 사관임을 명심하며 읽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책의 증보판에 있는 일본인의 기원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일본인은 한국인으로 부터 나왔음을 조심스레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가 살지 않았던 역사의 순간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되지만, 어디까지나 추론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역사과학이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역사의 부분을 분석해내고 이를 비슷한 환경에 처했던 다른 역사를 해석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무척 논리적으로 쓰여졌으나 결정적인 초기조건이나 경계조건 (boundary condition), 논리학에서 '대전제'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도' 라는 말로 가정을 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음이 눈에 띄인다. 그 이후의 논리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논리적인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라는 말을 생각한다면 이 책을 좀 더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두께로 되어 있어서 읽다 피곤하면 베개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 휴가철에 쉬면서 독서의 재미에 푹 빠져보도록 하자.
<책 속의 명언>
- 스페인 군대가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잉카대군을 맞이하여 싸워 이길 수 있었던 요인
; 기동력 있는 말 , 철 갑옷/투구, 쇠 무기, 총, 질병,
피사로가 카하마르카에 올 수 있었던 요인
; 배 (중앙집권적 정치조직이 뒷받침), 문자(정보의 확장,빠른전파,정확한 전파)
=> 책의 초반에 스페인의 피사로가 이끄는 160명의 군대가 8만여명의 잉카대군을 맞아 승리하는 전투의 장면이 그려진다. 영화 300과도 같은 이 장면이 제국주의의 잔혹한 하나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부족이 상대하기 어려우면 서양에서 한때 유행했던 질병을 그 마을에 풀어버려서 부족인구의 99%를 사망시키기도 하였다고 한다. 가슴아프지만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적나라하게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서양과 대등한 국가로서 형태를 띄었다고 생각했던 잉카나 아스텍문명등의 멸망을 보면서 정보의 중요성, 혁신적 기술발전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 - 식량생산 자체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일대일로 싸운다면 비무장 농경민 한명이 비무장 수렵 채집민 한명보다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p.285)
=> 수렵 채집민 사회에서 정주형 농경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1대 1의 대결을 하게 되었다면 평균적으로 보나마나 수렵 채집민이 사냥꾼으로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고 우위에 서서 싸움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주형 농경을 한다는 말은 잉여농산물이 있다는 말이고, 이 잉여농산물을 관리하고 처리하는 펜대만 굴려도 먹고사는 직위가 있다는 것이고, 이는 거대한 권력과 중앙집권 기구, 그리고 나아가서 군대가 동원될 수 있음을 뜻하기에 1대 1의 대결을 보고 전체 조직의 대결을 가늠하는 것은 쉽게 오류를 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대기업 사원 1인과 벤처기업 1인의 업무실력치가 산전수전 다 겪은 벤처기업 1인이 강하더라도 조직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처럼 유라시아 문명은 어느덧 아메리카를 압도하게 된다. - 혁신은 실제로 어디서 오는 것일까?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던 과거의 몇몇 사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사회에서, 다수 또는 대부분의 신기술은 그 지역에서 발명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에서 빌려온 것들이다. (p.369)
=> 혁신, 창의력은 무언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창의성에 대한 오해라고 한다. 인류가 만든 대부분의 혁신과 창의적 발명품은 모두 기존에 있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이다. 제임스 왓트의 증기기관도, 토마스 에디슨의 전구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시스템도 모두 베낀 것임을 알고 있는가? 그래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베끼고 그것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역사속에서도 엄연한 진실이었음을 책은 말해주고 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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