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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모든것의 본질

[김성민의 본질게임] 아파트의 본질은 시세?

[김성민의 본질게임 - 아파트의 본질]


 일주일전 코엑스에서 열린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에서 광고인 박웅현씨의 강연을 들었다. HRD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연이 다른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가운데 이분의 강연을 듣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모르는 다른 분야에서는 어떻게 창의성을 이끌어 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시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이미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을 정도로 사물을 바라보는 인문학적인 깊이가 있어서인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있었던 창의성의 본질을 스스럼없이 쏟아내 주었다. 


 광고 하나가 건설사의 순위를 뒤바꿀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주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광고의 아이디어를 발의한 사람은 들어온지 몇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참 인턴 사원이었다고 한다. 과연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당시 아파트들의 광고의 일반적인 트랜드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유명한 연예인이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거실을 거닐며, 낭만적인 야경 속을 지긋이 바라보며 아파트의 생활을 만끽하는가 하면, 유럽 성 안에서 웅장한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귀족이나 왕과 왕비가 된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아파트 광고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언권이 신참내기 인턴에게 갔고 '저는 아파트 광고가 정말 싫어요' 라는 말이 방아쇠가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일반인들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기존 아파트 광고의 비현실성에 대해 수 많이 풍자되고 있던 분위기에서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웅현씨는 그 말을 그냥 흘러듣지 않았다. 어찌보면 기존 아파트의 광고는 아무리 자기 아파트가 거지같고 층간소음이 심하다 해도 밖에서 볼때는 화려하고 좋게 보여지길 바라는 소비자의 심리, 그래서 시세를 높이고자 하는 전략적인 판단이 개입한 아주 노련하고 정교한 작품임을 이미 너무나 뻔하게 알고 있음에도 새로운 도전을 내딛였던 것이다. 


박웅현씨는 그 인턴에게 카피라이터 한명을 붙여서 내용을 정리하게 하였고, 그것이 다음과 같은 글이 되었다고 한다. 


톱스타가 나옵니다.
그녀는 거기에 살지 않습니다.

멋진 드레스를 입고 다닙니다.
우리는 집에서 편안한 옷을 입습니다

유럽의 성 그림이 나옵니다.
우리의 주소지는 대한민국입니다.

이해는 합니다.
그래야 시세가 오를 것 같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봅니다.

멋있게만 보이면 되는건지,
가장 높은 시세를 받아야 하는 건 무엇인지,

저희가 찾은 답은 진심입니다.


이 카피로 만든 '진심의 시세' 라는 광고는 그 해에 대한민국 광고대상의 우수상을 받게 되었고, 건설사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박웅현씨는 말한다. 


박웅현씨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20년 넘게 광고계에 몸담으면서 기존 아파트 광고가 지극히 정상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아파트의 본질을 파헤치는 인턴사원의 순진한 답변을 그대로 밀어 붙였다. 

본질게임에 있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자신의 '고정관념'을 인정하는 것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흔히 말하는 전문가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정함'이 필요하다. 이를 '메타인지'라고 말한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능력. 창의성은 자신이 고정관념에 잡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 가운데 다른 생각들을 나의 인생에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나온다.  박웅현씨가 인턴의 생각을 수용했던 것처럼 말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