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수족관의 본질]
1년전 일이다. 임신한 아내가 추어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미꾸라지를 사왔다. 우리집 아이들이 통속에서 요리조리 헤엄쳐다니는 미꾸라지가 신기했는지 슬쩍슬쩍 건드리다가 급기야 손 걷어부치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애들이 너무 재밌게 가지고 놀고 해서 그 중에 몇마리를 빼어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나서는 아래와 같은 어항으로 변하게 되었다.
애초에 물고기를 기르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시작한것이 아니기에 지금 어항의 모습은 우연과 약간의 관심의 산물일 뿐이다. 어항은 미꾸라지 키운다기에 딸애 친구 엄마네가 준것이고, 아래 살짝 깔린 모래는 집근처 학교 놀이터 모래를 조금 담아와서 깐것, 물풀처럼 보이는 것은 집에 남아 있는 인조잔디를 모래속에 살짝 파묻어 놓은 것이다. 바닷가에 갔다가 가져온 돌멩이와 조개는 왠지 어항이 허전해 보여 넣어 놓았을 뿐이다. 돈을 쓴 것이라고 하면 물고기 배설물에 물이 금방 혼탁해지는 것 때문에 물갈이를 자주해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사서 틀어놓은 몇 천원짜리 여과기 하나가 전부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물고기가 잘 크고 있다.
어항을 보면 무엇이 보이는가? 건강한 물고기? 예쁜 구피의 꼬리? 왕성한 번식력? 물론 그런 것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수족관의 본질을 알게 된 것은 소위 매니아들 사이에서 전문용어로 '물생활' 이라는 것에 처음 접어든 초보로서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고 나서였다.
하루는 여과기에 물고기 배설물이 잔뜩 끼었는지 여과기의 모터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공대출신인 내가 한 것은 여과기를 분해하고 필터를 빼어낸 다음에 이물질을 제거하고 뭔가 묵직하게 이물질이 잔뜩 들어 있는 스폰지 필터를 수돗가에 가서 물로 아주 '깨끗하게' 씻어낸 것뿐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장착을 해 놓고 나니 처음 샀을 때 여과기 처럼 순환이 콸콸~ 아주 잘 됨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몇일 뒤 구피 두마리가 시체가 되어 물에 떠올랐다.
나의 '작업' 후 물이 점점 혼탁해 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여과기를 설치했을 때는 몇 일이 지나서 금방 물이 맑아졌는데, 이상하게도 물이 뿌옇게 변하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물고기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물에서는 냄새까지 나게 되었다.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수족관의 본질을 잘못 알고 있어서 발생한 사고였다. 적당히 주는 고기밥, 물고기의 번식, 깨끗한 수조, 적당한 채광... 이런 보여지는 부분 외에 수족관에는 '생태계'라는 본질이 스며있었던 것이다. 물론 자연의 생태계는 말할 것도 없이 복잡하겠지만, 수족관은 그 자연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이랬던 것이다. 물고기가 먹이를 먹고 배설을 하면, 배설물은 여과기로 빨려들어가고 이렇게 보여지는 것에 대한 여과를 물리적 여과'라고 한다. 그러나 화학적이며 생물학적 여과 반응이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배설물의 암모니아 성분을 섭취하고 이를 질산염으로 바꿔주는 '여과 박테리아'라는 것이 있어서 물의 독성을 없애주고 미생물 번식을 막아준다. 단순화 하자면 물고기 -> 배설 -> 여과박테리아 -> 깨끗한 물 -> 물고기 의 순환이다.
스폰지 필터안의 여과박테리아를 '깨끗하게' 모두 수돗물로 씻어 버렸으니 생태계는 파괴되고 균형은 깨어져 버린 것이었다. 결과는 두마리의 구피 시체..
우리는 본질을 바라볼 때 단편적인 보여지는 현상에만 국한시키는 우를 쉽게 범한다. 전체적인 프로세스와 생태계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그것을 깨려고 하는 (수돗물테러) 행동을 막아내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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