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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학습

[김성민의 독서학습]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

[김성민의 독서학습 - 나쁜 사마리아인들]


 “과거에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 로마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   p.98



 이 책은 5년전에 구입하여 대충 속독으로 훑어보고 내 서재의 책꽂이 깊숙히 잠자고 있던 책이다.  최근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의 저자가 쓴 경제학 강의를 접하게 되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한때 국방부에서 지정한 금서(禁書)목록에 들면서 더욱 유명해진 책인데,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왜 국방부에서 이 책을 금서로 분류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잠시 나의 생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정통파들이 말하는 논리가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묘사되는 '부자나라'를 위한 경제정책이고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것이 전혀 아님을 다양한 사례와 근거데이터를 통해서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무역이 세계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또 그렇게 배워왔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갖게 된 이런 우리의 생각 -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국가의 관세를 동반한 보호무역을 철폐하고, 공기업을 민영화 해야하며, 지적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 을 철저히 깨주고 있다.



 논리는 이렇다. 부자나라들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유무역을 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보호무역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을 비롯해 다양한 서구국가를 예로 들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이 책의 저자가 가장 설득력 있게 드는 사례는 동양에서 이례적으로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다. 바로 대한민국이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국독자를 위해 쓴 책이 아니라 캠브리지대학의 경제학교수로서 국제사회의 다양한 독자를 염두해 두고 쓴 책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공부를 하다 유학을 가게된 저자에게 있어서 한국 출신이라는 사실은 다양한 경제적 상황을 기술하는데에 있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한 통찰을 갖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전쟁직후 북한보다 낙후된 경제상황에서 시작해 OECD 국가에 들어갈 정도의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수입품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보호무역을 하였고, 국가가 철도나 전기등의 특정 산업을 관리하는 공기업을 활성화 하고,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도 선진국의 기술을 베끼기 등으로 성장하였음을 이야기 한다.  자유무역을 해야만 잘살게 된다는 논리로 세계 부자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의 문을 열어젖히려고 노력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의 초기 경제발전에 있어서는 모두 자국의 산업에 대한 보호무역이 있어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내비치는 내용으로는 군부독재시절에 펼쳐졌던 많은 경제정책들이 우리나라를 이 정도로 성장케 했다는 것이다. 정치를 떠나서 경제의 관점에서는 장하준 교수의 논지는 우리나라가 걸어온 발자취에 대해 긍정적 평가임은 확실하다. 한편으로는 수구 보수주의자들이 이야기 할 법한 관점의 이야기를 경제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내가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은 이런 내용의 책이 왜 국방부에서 금서로 지정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자체가 반국가적인 철학을 담고 있어서 그것을 제대로 비판하는 책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추천도서를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데, 어쨋든 국방부의 금서로 채택되었다는 그 목록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올랐던 것을 보면 국방부에서 이를 노리고(?) 한것인가 하는 상상도 해본다. 


 장하준교수는 주류경제학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일단 부자나라들에게 이익이 되는 신자유주의편을 들지 않기에 외로울 수도 있고, 비주류로 대우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속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런 의견들이 함께 들려져야만 자정작용이 일어나지 않는가 싶다. 대략 그럴것이다 썰을 푸는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통해서 다른 관점을 이야기 해주는 이 책은 세계화를 부르짖는 요즘의 때에 더욱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한가지, 이 책에서는 개발도상국에게 있어 보호무역이 필요함을 이야기 하고 있고, 어느정도 경제적 성숙도가 높은 나라는 보호를 풀어야 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과연 우리나라는 어느지점에 놓였을까. 장하준 교수는 우리나라를 경제적 성장을 이룩한 나라로 사례를 들고 있어서 적어도 개발도상국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지난 정부부터 이슈가 되었던 FTA와 최근 쌀개방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의문으로 남겨놓게 된다.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분들에게도 보다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하는 바이다. 



<책 속의 명언>


  • 링컨은 유치산업 보호를 강력하게 옹호했던 인물이었던 만큼 미국 공업을 보호한 ‘위대한 보호자’라는 명칭까지 달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p.87
    => 역사의 이면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역사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생각의 힘을 키운다. 어려서 부터 위인전기에 나온 링컨의 모습은 검은 턱수염을 기른 약간은 마른듯한 마음씨 좋은 아저씨였다.  그는 흑인을 해방하기 위해서 남군과 북군으로 나뉘어진 남북전쟁을 이끌었던 위대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링컨이 노예를 해방한다는 숭고한 뜻을 품고 있었더라도 어떻게 그 생각이 북군 전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을까? 아니면 그 숭고한 뜻 외에 어떤 다른 것이 있었을까? 이렇게 의문을 가지고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게 되면 어느덧 남북전쟁사를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다른 관점은 소중하다.


  • 뿐인가. 일을 하면 6살난 내 아들 진규의 인성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는 지금 온실속에서 살고 있기에 돈이 중요한 줄 모르고 지낸다. 아이는 자기 엄마와 내가 저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한가로운 생활을 보조하고 자신을 가혹한 현실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에 대해 전혀 고마움을 모른다. 아이는 과잉보호를 받고 있으니 좀더 생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아이가 경쟁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노출될수록 미래에 아이의 발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는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일을 하게 해야 한다. 아이에게 더 많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아동 노동이 합법적이거나 최소한 묵인이라도 되는 나라로 이주를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  내 귀에는 여러분이 나를 보고 미친사람이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중략)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은 개발도상국에게 급속하고 대대적인 무역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자유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근본적으로 논지가 일치한다. p.108
    => 저자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부자나라들의 자유무역 강요에 대해 자신의 6살 아들을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설명함으로 더 없이 딱딱할 수 있는 경제에 대한 내용이 논리를 뛰어넘어 독자에게 다가온다. 자유무역주의를 비판하는 비유를 통한 가장쉬운 접근법이기에 전문을 옮겨왔다.


  • 경제 발전을 위해서 국제 무역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경제발전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최선의 길은 자유 무역이 아니다. p.132
    => 장하준은 국제무역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혀 '자유' 스럽지 못한 자유무역의 강요는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시장경제를 중요시 하는 자본주의의 논리와도 맞질 않는다. 보호무역을 하고 있는 국가가 보호무역이 생존에 보다 불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을 찾게 될 텐데, 왜 부자나라들이 나서서 '자유'를 만들어줄려고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자유무역' 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뒤에 잘못 작동되고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밝혀봄으로써 자유무역의 허를 제대로 짚어본 책이 아닌가 싶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