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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학습]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 장하석

[김성민의 독서학습 -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지식을 절대적으로 정당화 하려는 것을 포기하라. 

지식을 정당화하는 토대 자체는 정당화가 안될 것이다.  

<6강 中 - 비트겐슈타인의 말>



 신문에 나오고 뉴스에 나왔다고 해서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안다. 통계에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믿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과학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왠지 믿어야 할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캠브리지 대학의 석좌교수로 과학철학을 하는 장하석 교수가 무참히 깨뜨려주고 있다. 


내가 대학 1학년 때의 일이다. 지구과학 교양수업에서 교수님이 한참 대륙이동설을 설명하고 있었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해안선이 절묘히 닮아 있는 것을 토대로 대륙이 원래는 하나로 모여있었고 이 최초의 모여있던 대륙을 판게아 라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강의실에 있던 백여명의 똑똑한 애들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있는데, 그중 한명이 손을 들면서 교수님께 질문을 하였다. "교수님, 행성이 폭발로 우연히 지구가 만들어졌다면 대륙이 한쪽으로 몰려 있는것보다는 랜덤하게 여기저기 펼쳐져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교수님은 그 질문에 대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못하시고, 질문을 한 학생에 대한 칭찬으로 말을 어버무리셨다. 아마도 교수님은 그런 생각을 한번도 안해보셨을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그 수업을 듣고 있던 우리나라 최고대학의 학생 100여명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과학이 말하는 것은 사이비 신앙보다 더 심할정도로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 종교처럼 비과학적인게 어딨느냐며 자신은 무신론이라는 사람도 과학만큼은 어느 종교보다 더 강한 신념을 가지고 믿는 경우를 봐왔다. 그러나 이 책속에서 장하석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보면 과학도 신앙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신앙과 차이가 있다면 과학이 지닌 방법론에 있다. 장하석 교수는 이를 수많은 발견을 하고 이론을 정립해왔던 과학사의 인물들을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물의 끓는 점에 대한 온도계 이야기였다.  물은 왜? 섭씨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는가? 그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가?  95도나 105도가 아니라 정확히 100도에서 끓는게 뭔가 딱떨어지는게 인위적인 느낌이 난다. 그렇다. 인위적이다. 철저히 인위적으로 물의 어는 온도를 0으로 하고, 끓는 온도를 100으로 하자고 '정한 것'이었다. 


 무엇인가 정하질 않으면 과학적 사고를 시작조차 할 수가 없다. 일단은 정하는게 필요하다. 이렇게 몇가지가 정해지면 이것만큼은 맞는게 아니겠는가 하는 '정상과학'이 생겨나고 이 정상과학의 범주내에서 과학의 발전하여 하나의 '패러다임'을 만든다는 것이 토마스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과학에 맞지 않는 발견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런 변수들이 쌓이다보면 누군가에 의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그것이 정상과학으로 인정받는 그런일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과학이 쌓아올린 가장 밑 부분 '토대'는 무조건적인 신뢰를 줄 것이 아니다. 무슨 '설'이 나왔다고 해서 맹목적 믿음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장하석 교수는 과학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결과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과 방법론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것들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 거기에서 부터 창조적 파괴가 시작될 것이다. 


 이 책은 EBS 방송 강연으로 진행된 것을 책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강연당시에도 과학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많이 던져줬던 내용이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 그리고 과학의 분야에서 인문학적 통찰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책 속의 명언>


  • 관측의 이론 적재성 (관측이 이론을 싣고 다닌다는 개념) -2강 中
    => 과학적 방법론중에 과학은 관찰을 통해 진리를 밝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관측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오류에 대해 장하석 교수가 이야기 하고 있다. 아주 흥미롭고 의미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관측의 이론 적재성을 설명하면서 네가지의 사례를 들었는데, 그중 첫번째가 바로 지각 자체가 선입견과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안경을 오래 쓰고 다닌 사람은 안경을 쓴채 세수를 할 정도로 안경의 존재여부를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안경을 처음쓰면 신경쓰이지만, 오래 쓰고 다니다보면 안경테를 인식하지 못하며 사물을 바라보는데, 이와 같이 자신이 쓴 색안경을 인지하지 못한채 보이는 것을 제대로 관측된 사실인양 생각한다는 것이다. 바로 고정관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가 다 이런 안경하나씩은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지식이 완벽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을 개선할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 4강 中
    => 과학이 올라선 토대가 이렇게 허술하다면 무엇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장하석 교수는 둥근 나선운동을 이야기 한다. 위에서 보면 빙글빙글 돌면서 계속 그자리로 돌아오는 것 처럼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돌면서도 차츰 올라가는 형상인 것 처럼, 과학이 세워놓은 가정을 기반으로 다른 발견들을 하면서 초기 가정을 수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서 있는 토대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창의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창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상투적인 관념과 습관이 일상과 과학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 9강 中
    => 장하석 교수가 9강에서 물은 100도에서 끓는가? 라는 질문을 하면서 직접 실험을 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결론은 물은 100도에서 끓지가 않았다. 물은 85도가 넘어가면서 작은 기포를 내면서 끓기 시작하여 100도에서 팔팔 끓다가 100도가 넘어서 105도가 되는 초과열 상태에 접어들기도 한다. 한번도 정확히 온도계를 꼽아서 끓는 온도를 재보지도 않았던 우리는 모두 100도에서 끓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지식에 대해 눈앞에서 경험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대하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가정과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적어도 내가 올라타있는 토대가 어떤 토대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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