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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학습] 돈키호테는 수학때문에 미쳤다 - 김용관

[김성민의 독서학습 - 돈키호테는 수학때문에 미쳤다]


어른들은 그들이 보는 것이 세상의 전체 집합이라고 여기지만, 

어린 왕자는 그것이 전체가 아닌 부분집합이라고 한다. p.237



나는 수학이 제일 재미있었다. 다른 과목은 시험을 보려고 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하나하나를 다 외워야 하지만 수학만큼은 그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서 좋아하던 코난도일의 작품 주인공 셜록홈즈와 같이 보여지는 문제속의 숨겨진 답을 논리적 사고를 통해 풀어나가는 과정이 수학이었다. 성적도 항상 좋게 나왔었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었다. 


내게 수학이란 숫자와 기호 사칙연산을 이용해 퀴즈를 풀어내는 것일 뿐 이 세상과 삶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김용관님은 뭔가 다르다. 저자 역시 공대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인 감성을 가지고 수학을 접해보고 있다. 저자에게 있어서 수학은 단지 수나 기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고 철학이며 생각의 방식을 뜻하는 것 같다. 


수학책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우리가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고전을 소재로 거기에 나오는 수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솝우화' '걸리버 여행기' '돈키호테' '로빈슨 크루소' '백설공주' ... 그저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정도로만 생각했던 이야기에 엄청난 수학의 비밀이 담겨있었다. 물론 저자 스스로도 서문에 말했던바와 같이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것이기 보다는 상상력과 추측에 의해서 자유롭게 기술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수학책이 아닌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에 빠져든다. 


저자는 19권의 책을 통해서 수학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의 인생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어린왕자의 입을 통해 어른들이 숫자에 집착하고 있음을 꼬집어 말한다. 

"별이 몇 개인지 관심을 두고 알아 가지만, 별이 주는 아름다움과 사연에는 관심이 없다. 꽃잎이 몇 개이고 어떤 규칙성을 갖는지에 관심을 두지만, 꽃향기에 젖어들지는 않는다." p.239



때로 글의 구성이 뒤죽박죽인듯한 느낌도 든다. 책의 제목인 '돈키호테는 수학때문에 미쳤다' 라고 하면서 수많은 광기어린 수학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수학을 하는것이 광기를 일으킨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그러다가 돈키호테가 수학을 했더라면 미치지 않았을것이라며 수학이야말로 광기를 치료해주는 치료제라고 말한다. 마치 수학의 광기를 저자 본인이 직접 글을 통해 나타내 보이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을 때 아마도 제정신을 가지고 엄밀한 수학적 잣대로 분석하면서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술한잔 하고 (마치 페르시아의 의사결정과 같이) 대략 흥미롭고 재미있는 주제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수학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를 슬쩍슬쩍 건드려보는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 속의 명언>


  • 페르시아인들은 안건을 논의할 때 특이한 방법을 썼다. 그들은 가장 중요한 안건을 술에 취해서 토의했다. (중략) 다음날 모두의 정신이 멀쩡할 때 같은 사안을 두고 다시 토의를 했다. p.32
    => 술에 취해 안건을 논의하는 것은 창의적인 생각을 내놓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잠재된 생각을 나의 의식의 제약을 덜 받아가며 꺼내어 쓸 수 있는 상태이므로, 잠이 막 깬 순간과 술에 취한 상태는 유사점이 있다. 저자는 광기라고 해석하였으나 내가 보기에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해서인 것 같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배중률을 기본규칙으로 정하면서 논리 게임의 영역을 한정했다. 당대의 철학이나 수학은 그안에서 전개됐다. p.89
    => 아리스토텔레스의 배중률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진리를 밝혀낼때에도 논리를 이용해서 알아내는데 오류가 많다. 왜냐하면 배중률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나 살쪘지?” 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과연 여자친구는 살이 찐 것일까? 안 찐 것일까? 거기에는 논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다른 차원의 관심과 믿음이 있어야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다. 


  • '보이는대로 보고, 본대로 생각하라', 이게 윌리엄의 비법 전부였다. p.109
    => 사람들은 본대로 보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대로 본다. 고정관념은 그렇게 표현된다. 만일 본대로 보고 생각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본대로 보기 위해서는 ‘관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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