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비싸도 사게 만드는 힘

[김성민의 본질게임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대학때 '매스컴과 현대사회'라는 과목을 계절학기를 통해 들었었다. 공대생이었던 나는 수업에 출석하는데만 의의를 두고 있을 정도로 강의 내용의 태반은 못알아듣는 내용이었다. 무슨 내용을 배웠는지 거의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강사가 해주었던 한가지 이야기만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었는데, 그 당시 들었을 때 내게는 신기 그차체였던 것이다. 강사의 이야기는 이랬다. 

화장품 회사에서 새로운 화장품을 출시했는데, A 화장품 회사와 B 화장품 회사가 출시하는 화장품은 성분이라든지 기능이라든지, 심지어 화장품 케이스까지 모두 정확히 똑같은 제품이다. A 회사는 그 화장품을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2만원에 팔았다.  B회사는 광고를 전혀하지 않고 광고비를 절약한 만큼 제품을 싸게 5천원에 판매를 하였다. 

결과는? 정확히 똑같은 제품은데 왠걸, A 회사의 2만원짜리 제품이 당연히 잘 팔렸다.

나는 똑같은 거면 당연히 싼게 많이 팔리겠다 싶었는데, 강사는 정반대의 비싼것에 손을 들어준것이었다. 그당시 뭐하나 제대로 소비해본적이 없던 내게는 당연한 결과였다. 천원짜리 학생회관 밥값 아끼려고 선배를 식권으로 보고 따라다녔던 시절이니 말다했지 뭐겠는가.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돈을 벌고 물건을 직접 사보면서 그때 이야기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광고를 통해 내가 인지하지 않은 것에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 나를 보게 된 것이다. 그 만큼 광고는 중요하다.

물론 요즘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의 힘은 많이 줄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방식으로 광고의 중요성이 더해지는 것 같다. 

내가 봤던 광고중에 처음 봤을 때 머리를 탁 쳤던 광고 두편이 있다. 그 회사의 제품의 어떠함을 떠나 광고 자체가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광고는 2013년 봄에 애플에서 내보낸 'Our Signature' 라는 제목의 광고였다.  This is it.   This is what matter. 로 시작하는 나레이터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은 지하철에서 하얀색 애플의 이어버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흑인여성 시작으로 애플의 제품으로 삶을 즐기며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간다. 이어서 나레이터는 이런 말을 한다. "중요한 것은 제품이 주는 경험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 삶이 더 좋아질까? 존재할 만한 이유가 있는걸까?...."  

내가 '본질게임'을 시작하면서 제시한 본질을 찾아가는 세가지 질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나는 실제 애플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제품을 만드는지는 전혀 모른다. 그러나 광고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던 그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다른 스마트폰 업체가 카메라 화소수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조차 애플은 묵묵히 800만화소라는 낮은 화소수로도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출시하였던 것을 보면 광고만 그럴듯했다라고 단정지을 순 없을 것 같다. 

다음으로 2014년에 나온 현대자동차의 '본질로부터' 라는 광고다. 이 광고에서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의 본질을 'Run, Turn, Stop, Protect' 라고 정의를 하고 후속 광고에서 그 본질을 제대로 담고자 노력했다는 부분을 계속해서 어필하는 광고를 내보낸다. 

차에 그리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어서 그 후로 현대자동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볼 수는 없었으나, 이 광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그대로만 적용된다면 업계를 뒤흔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본질로부터'라는 광고를 보았을 때 나의 느낌은 그랬다는 말이다. 

이제 소비자는 그럴듯한 겉만 번지르르한 것에 속지 않는다. 그만큼 학습효과가 있었고, 많은 소비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본질을 담고 그것을 제대로 전달해주고자 하는 상품과 서비스, 정책, 기업에 눈을 돌릴 것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잘해주길 기대한다. 그곳에는 항상 '본질을 밝히는 힘'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