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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모든것의 본질

[김성민의 본질게임] 칼로 물이 베어질뻔 하다.

[김성민의 본질게임 - 부부싸움]


결혼해 살면서 수많은 부부싸움을 경험한다. 밖에서 볼 때는 화 한번 안내고 다툼은 전혀 안할 것 같다고 보아주지만 사람은 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란다. 누군가 싸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어떻게 잘 화해하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깊이 공감이 가는 말이다. 


부부싸움에 무슨 잘잘못을 따질 수 있겠는가.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다툼이 잠시 잦아든 태풍의 눈 가운데 들어설 때쯤 복기를 해보게 되면 서로의 한수 한수가 다 의미가 있었고, 서로의 불길에 상대방이 기름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가열된 불길을 열불이라고 하고 '열불난다' 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부부 모두의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괜히 억울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순전히 '나의 입장'에서 몇일전 있던 부부싸움의 본질을 생각해본다. 


몇일 전 이사를 앞두고 집에 있던 에어컨을 중고OO에 내놓아 팔았다. 에어컨은 실내기 실외기 앵글 이렇게 세가지가 합해져야 하는데, 나는 가격을 엄청 싸게 내놓는 대신에 가져가시는 분이 알아서 떼어가시라고 올렸더니 한분이 몇시간 안되어 가져가겠노라고 연락을 주셨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서 하기에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이다. 1층에 높이 올라가 있는 앵글의 나사를 풀고 실외기를 밑에 내리는데 변변찮은 사다리 하나 없어서 폐가구를 밑에 괴고 올라서서 내려야만 했다. 나는 가져가시는 분의 철저히 조수 역할을 하면서 말이다. 위쪽에서 나사를 풀어 내릴 때 내가 그걸 받고 있었으니 내가 몇만원 벌자고 이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언뜻 스쳐갔다. 


말이 길어졌는데 뭐 어쨌거나 그날 오후 내가 화장실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어이쿠 허리야~' 라는 말 한마디에 아내가 순식간에 던지는 말 '여보는 몸이.. 조금도 힘쓰는 것 하면 안되겠구나~' .  만일 이런 상황에서 이글을 읽는 남자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아~ 내 아내가 나의 몸을 지극히 신경써주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그렇다면 존경한다. 나는 나름 핵존심으로 똘똘 뭉쳐서인지 그 말이 못내 나를 퇴물로 보는 듯해서 욱하며 화가 치솟았다. 

본질은 '힘든일을 해서 몸이 좀 불편하다' 였는데 그게 '내 남편은 고작 저정도 일 하고도 아프다고 하네~' 가 되어버리는 순간 속상해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부싸움의 전운이 맴도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가 소통을 한다고 하지만 본질을 잡아내지 못하다면 나의 해석과 시선만 난무한 껍대기에 머무를 수도 있다. 창의성에서 본질을 바라보지 못하고 형태적인 것에 묶여 있는 상태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대화도 마찬가지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열불'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리고 또 잘 마무리를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게 되고 평소 보지 못한 상대의 속마음을 진실하게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는 또 안다툴거라는 건 아니다. 또 비슷한 상황에 발생하는 또다른 다툼의 경험을 통해 본질에 조금씩 다가가리라 믿는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