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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역발상의 법칙 - 로버트 서튼

[김성민의 독서경영 - 역발상의 법칙]


“사람들은 자신의 의식이 형성해 놓은 범주에서 

무의식적으로 살아간다” 

- 심리학자 앨렌 랭어 p.222


 창의성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세가지 주장이 있다. 첫째는, 고정관념을 깨라. 둘째는, 융합하라. 셋째는, 역발상 하라.  이 책은 그중 세번째 주장을 12가지 법칙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우리'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확히 말해 이 책의 독자는 '기업의 인사담당자' 또는 '대표' 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지는 12가지 역발상 법칙의 제목을 보면 이해할 것이다.  삼분의 일 가량이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고, 삼분의 일이 팀 혹은 회사직원을 어떻게 대하고 관리할 것이냐에 대한 리더 혹은 대표가 유념해야 할 내용을 말하고 있다. 


1법칙 : 기업 코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문관'을 고용하라

2법칙 :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고용하라

3법칙 : 필요 없는(혹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고용하라

4법칙 : 면접에서는 사람을 보지 말고 아이디어를 보라

5법칙 : 상사나 동료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마라

6법칙 :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싸우게 하라

7법칙 :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을 주어라. 나태한 사람은 처벌하라

8법칙 : 실패할지도 모르는 결정을 내린 후 모두에게 분명히 성공한다는 확신을 주어라

9법칙 : 말도 안 되는 것을 생각해 내고 실행 계획을 세워라

10법칙 : 돈에만 신경 쓰는 사람은 피하든지 딴청을 부려 지루하게 만들어라

11법칙 : 당신이 직면한 문제를 이미 해결한 사람에게서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마라

12법칙 : 과거는 잊어라. 특히 과거의 성공을 잊어라


그러나 내용을 보면 좀 황당한 부분이 있다. 저자는 '옛 발상' 이 아닌 '역 발상'을 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고문관을 뽑으라거나, 싫어하고 필요없는 사람을 고용하라는 말은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저자가 이렇게 대놓고 어그로를 끄는 이유중 하나는 (책을 읽으면서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 저자가 현장을 너무 몰라서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스탠퍼드 공과대학의 교수로서 디자인 회사를 창업하기도 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컨설팅을 해본 경험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경영을 해봤다는 내용은 볼 수가 없었다.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직접 스트레스와 눈치밥 먹어보며 한 부서의 고문관과 일해본 사람이라면 저런 말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현장을 몰라서 쓴 내용이다. 하지만 두번째로 생각되는 이유는 다른데 있을 것 같다.  만일 정말 저자가 쓴데로 한다면 남아나는 회사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극단적인 역발상을 통해서 현재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진실에 눈을 돌리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우리가 특별히 고문관이나 싫어하는 사람, 필요없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 조직내에는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 사람때문에 회사를 옮겨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옮긴 회사가 이전 직장의 그놈 같은 녀석이 똑같이 있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회사 생활속에 겪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역발상의 아이디어 원천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애써 이상한 싸이코를 고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다양성'이란 창의성의 씨앗을 이미 조직문화에 갖추고 있었다. 다만, 그것의 가치를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는 갈등을 일으키고, 그런 갈등은 현상유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가능케 한다.  A. Rahim & T. V. Bonoma의 1970년대 연구 의하면 실제로 적당한 갈등은 기업 성과를 높이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구성원의 다양성으로 인해 촉발된 변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10여년 전에 나온 책이기에 등장하는 기업의 사례는 이미 폐기처분되어도 될 정도로 낡은 것들이지만, 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역발상을 통해 나오는 창의적 생각의 법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평소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의 나 자신을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책 속의 명언 >


  • 아이디어가 초기 단계는 넘어섰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면, (중략) 갈등이 있다는 것은 그 조직 내에 아이디어 채택을 둘러싼 경쟁이 있고 사람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p.158 
    ; 이말에 붙어 있는 전제가 중요하다. 바로 ‘초기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초기단계에 만약 비판이 난무하게 되면 좋은 아이디어가 표출되기도 전에 죽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초기 아이디어 미팅에서는 ‘비판엄금’의 기준이 적용되어야만 한다. 


  • IDEO의 완구 디자인 계열사 스카이라인은 약 4,000개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이 중 230개의 시제품을 완성하지만, 정작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열두 개라는 사실 때문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p.187
    ; 양질 전환의 법칙을 생각나게 하는 결과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떠오른다. 그런데 이것은 아이디어를 통해 먹고 사는 회사만의 법칙은 아닐까? 예를 들어 제조업 기반에서는 이렇게 많은 실패를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물론 제조업에서도 실패를 한다. 그러나 계획을 통해서 프로젝트를 추친하다가 발생하는 실패가 있을 뿐이다. 엄청난 예산과 시간의 기회비용을 쓰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많이 하면 좋다는 말은 탁상공론과도 같이 들린다. 회사의 업종마다 실패를 허용할 수 있는 여지는 다를 것이다. 4000번 중에 3988번을 실패해버리면 반도체 회사의 경우에는 이미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 “어떤 의견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말도 안 되는의견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핸드스프링의 디자인팀장 피터 스킬먼   p.215
     브레인 스토밍 방식의 문제점중 하나를 없애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꽤 괜찮은 방법같다. 이것은 회의를 할 때 발언의 공포와도 관련이 있다. 리치픽쳐로 그림을 그리더라도 마찬가지다. 잘 그린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리기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못그리는 그림을 그리게 하면 어떨까?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가장 최악의 아이디어를 작성하도록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누구도 비판할 수 없을 것이다. 최악에 대한 권위를 누구든 지니고 있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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