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냉장고의 본질]
'냉장고' 하고 떠올려보니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가 생각이 났다. 흥미로운 가사와 재밌는 멜로디 때문인지 어렸을 때 한동안 흥얼거리며 부르곤 했었다. 그 노래 가사는 한밤중에 목말라 냉장고문을 열어보니 그 냉장고의 귀퉁이에 소금에 절여놓은 고등어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왠지 냉장고와 소금에 절인 고등어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소금 하면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음식물의 부패 방지에 있다. 생선 겉표면에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 작용에 의해 생선내부로부터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는데, 박테리아 세균등이 서식하기 위해 필요한 수분을 줄여줌으로써 부패속도를 늦춰 오랫동안 음식물을 보관하게 해준다고 한다. 소금 절임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고대때부터 사용되었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는 정말 대단한것 같다.
반면에 냉장고는 현대문명의 이기라고 할 수 있다. 소금과 마찬가지로 냉장고도 부패를 방지하거나 늦춰주는 역할을 하는데 온도를 차갑게 만들어줌으로써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게 따지고보니 '어머니와 고등어' 노래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지혜와 현대문명의 이기를 동원해서 고등어의 부패를 막고자 하는 어머니의 처절함이 보이는 듯도 하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었는데 오늘은 냉장고의 본질에 대해 따져보고자 한다. 피터드러커의 [변화리더의 조건]에 보면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판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찾아보니 경영학에서 매우 유명한 사례로 전해지는 것이었는데,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놀라왔다. 아프리카 사람에게도 아닌 추운 극지방의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가 왠말이냔 말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판매했을 것 같은가?
그 책의 이야기에는 '음식물을 얼어붙지 않도록 하는 기계'라고 하면서 판매했다고 한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그 문제를 그 누군가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판매를 성공시켰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이 가능했을까를 본질게임으로 접근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그 영업사원은 냉장고의 본질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수 있어?' 라고 생각하며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을 때에 내가 지니고 있던 한가지 전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냉장고의 본질을 잘못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냉장고를 '온도를 차갑게 만들어주는 기계' 로 보았던 것이다. 어? 그거 맞지 않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온도를 차갑게 만드는 '경향'을 띄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따뜻한 기후 조건에 있는 우리들의 경험치속에서 인식한 상대적인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아마도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판매한 그 영업사원은 냉장고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내렸을 것이다.
'섭씨 2~4도로 온도를 유지시키는 장치'
그렇게 본질을 내다보면 에스키모인에게 접근하여 판매하기는 너무 간단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영하의 기온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이 꽁꽁 얼어버리고 마는 지역에서 항상 섭씨 2~4도를 유지시키는 장치란 손쉽게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되어버린다. 단지 본질을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었는데 말이다.
우리는 내가 경험한 현상을 본질이라고 착각하며 살때가 많다. 흔히 우리는 그것을 고정관념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고정관념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문제해결과 창의성의 측면에서는 기존의 체계에 잡혀있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게도 한다. '본질을 밝히는 힘' 그것이 창의성으로 이끌 것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p.s. 그런데, 이글루에도 전기가 들어오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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