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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모든것의 본질

[김성민의 본질게임] 핵심을 없애는 창의성 - 스테플러

[김성민의 본질게임 - 심 없는 스테플러]


오늘의 본질게임이 주인공은 스테플러다. 일전에도 한번 다뤘던 주제이지만 (http://bookledge.tistory.com/494) 이번에는 당연히 존재해야 할 것이 없어진 특이한 것이다. 

먼저 곧바로 모양부터 보기로 하자. 



일반적인 스테플러와 다소 다르게 생겼다. 그런데, 모양만 조금 다른게 아니라 우리가 아는 스테플러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졌는데, 바로 철심이 없다는 것이다. 철심없이 어떻게 종이를 묶는 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된다. 이 스테플러는 종이 8장 가량을 다음과 같이 묶을 수 있다고 한다. 



종이를 잘라내어 한쪽 잘린 곳으로 휘어 넣음으로써 고정이 되게 하는 방식이다. 철심 없이 종이 고정이 되는 순간이다. 


물론, 종이만으로 엮어진 뭉치가 얼마나 견고할지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종이가 두껍거나 장수가 많아지게 되면 잘 안될 것도 같다. 그러나 이런 한계점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본질게임의 소재로 삼은 것은 이 황당한 '제거'가 어쩌면 창의적 발상의 핵심을 나타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하나의 대상에 익숙해지게 되면 그것의 '본질'보다는 '형식'이 그 대상의 전부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할 정도인데 실은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가끔씩 창의적이라고 불리는 사람에 의해 우리가 잊고 있던 본질을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제임스 다이슨의 날개없는 선풍기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스티브 잡스의 글자판 없는 핸드폰(스마트폰), 들의 사례는 제거라는 기법을 통해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상기시켜준다. 이 스테플러도 마찬가지다. 


스테플러의 본질은 '여러장의 종이를 묶어주는 도구' 라고 본질을 정의해볼 수 있다. 이 본질에는 '철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철심이라는 것은 이 '본질' 혹은 '기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형태 요소일 뿐이다. 최초 1800년대 중반에 오늘날의 스테플러와 유사한 방식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우리는 150여년동안 스테플러란 '철심으로 종이를 엮는 도구'로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핵심적인 요소라고 불리는 그것을 없앤 것이다. 


드루보이드가 쓴 <틀안에서 생각하기> 라는 책에는 이를 '핵심제거' 라고 표현하였다. 트리즈나 스캠퍼와 같은 창의적 방법도구에 늘 등장하는 '제거하기' 기법이다. 그러나 본질게임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이것은 원래 '핵심'이 아니었다. 그저 핵심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정말 핵심이라면 빼서는 안된다. 스테플러가 종이를 묶는 도구가 아니라 종이를 흐트러뜨리는 도구라면 그것은 스테플러라고 할 수 없지 아니한가. 본질인 종이 묶는 기능을 유지한채 무엇이든 바꾸거나 제거할 수 있는데 이 제품에서는 철심하나 제거했을 뿐이다. 


본질이 묶는거라고 한다면, 종이를 묶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얼마든지 스테플러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이저와 같은 것으로 종이를 자르고, 특별한 화학약품으로 견고하게 순간적으로 붙게 한다면 그것도 스테플러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창의적인 물건들 하나하나를 본질게임으로 풀어보며 해석할 수 있다면 창의적 발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