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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여행의 기술 - 알랭드 보통

[김성민의 독서휴식 - 여행의 기술]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p.83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요, 여행은 걸어가며 하는 독서다 라는 말이 있다. 평소에 자신안에 머무르던 것을 떨쳐버리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면에서 독서와 여행은 무척 닮아 있다. 그래서, 무작정 베스트셀러를 사서 읽으면 독서가 될 것으로 생각하듯이, 여행사에서 나온 화려한 스케쥴의 여행상품에 돈을 내고 비행기에 탑승만 하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알랭 드 보통은 어디를 여행하는지보다 왜 여행하며 어떻게 여행해야 할지에 대해 인문학적인 배경을 가지고 이 책을 쓰고 있다. 어쩌면 여행의 기술이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의 생각속으로 향하는 여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 때문인지 더 즐겁게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생각여행에 유명한 역사상 인물 한명씩을 초대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들은 플로베르, 보들레르, 빈센트 반 고흐, 훔볼트, 워즈워스, 러스킨 등 새로운 자연을 바라보고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작가들이었다. 여기 책에 나오는 워즈워스의 시 한편을 가져와봤다. 


수탉이 울고,

냇물은 흐르고,

작은 새들은 지저귀고,

호수는 반짝거린다…..

산에는 기쁨이 있다.

샘에는 생명이 있다.

작은 구름들은 하늘을 날고,

파란 하늘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워즈워스>  p.185


내가 이 시를 처음 읽게 되었을 때,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너무도 밝게만 그린 어린아이의 동시같다라고 할까. 그런생각을 나만 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가 썼던 시들에 대해 그 당시의 수많은 비평가들이 나와 같은 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비평에 대해 만약 나 같으면 '니들이 내 시를 제대로 이해를 못하니 그렇지' 라며 흥분으로 대응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워즈워스의 반응은 이와는 달랐다. 


“내가 이 시들의 운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신다면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 시들은 괴로운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것이고, 날빛에 햇빛을 더하듯이 행복한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이고, 젊은 사람들과 나이를 막론하고 품위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고 생각하고 느끼도록, 그리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또 안정되게 덕을 드러내도록 가르칠 것입니다. 이것이 내 시들의 임무이며, 나는 이 시들이 우리가, 즉 우리 가운데 죽을 운명인 모든 것이 무덤에서 썩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충실하게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p.188


얼마나 겸허한 반응인가.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결국 약 20여년의 '투쟁' 속에 사람들은 그의 시의 진가를 알아보고 지금 우리에게 유명한 시인으로 역사상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은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워즈워스와 같은 긍정적인 면만을 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보게 되는 새로운 것들을 향하여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서 다른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이 내게 옳다면 우직하게 견지해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은 19세기 미술 평론가였던 러스킨을 통해 사물을 바라봄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데생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즉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p.300


두어달 전에 30日 미션으로 매일같이 주변 사물 한가지를 선택해서 스케치를 해본일이 있다. 그 시간만큼은 다른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노트와 내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만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때 그 경험은 내겐 참으로 신선했다. 날마다 그려내는 사물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모습을 하고 있고,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넘겨보아오던 것들 조차 자신만의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러스킨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두명이 함께 미술관의 입구를 들어갔다가 출구를 나왔을 때 한명은 데생을 하는 친구고 다른 친구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그 둘은 같은 공간을 들어갔다가 나왔지만 전혀 다른 것을 보고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말에 백프로 공감할 수 있었다. 스케치를 한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물체가 그런면이 있었나? 하는 놀라움의 순간도 경험한다. 


  이 책에 나오는 최고의 여행은 단연 '나의 침실 여행' 편이었다. 때로는 여행을 다녀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변함없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일상의 피로함에 불평하는 마음이 더 커질 수도 있는데,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 해주는 '침실 여행' 에 대한 사례는 한번 꼭 실천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나는 그 자리에서 내가 앉아 있는 의자 여행을 해보았다. 적당한 쿠션이 있어서 책을 읽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안락한 의자.. 나무재질의 팔걸이는 내가 기대고 싶을 때를 위해 딱 알맞은 높이에 있고 끝에는 손에 잡을 수 있는 원목의 동그랗게 감겨 있는 형태가 아름답기도 하다... 는 식의 새로운 장소를 갔을 때 경험하는 것을 나의 의자 여행을 통해서 느껴보고자 했다. 


  새 책을 읽는 것과 같이 우리는 여행을 통해 새로움을 경험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 늘 새로운 일상에 대해 무감각하다면 새로운 장소를 가더라도 감격은 떨어지지 않을까 한다.  이 가을 인생 여행길에 필요한 책으로 '여행의 기술'을 추천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