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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숨쉬듯 가볍게 - 김도인

[김성민의 독서휴식 - 숨쉬듯 가볍게]


행복은 나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때 시작됩니다.  p.4


  살면서 많은 조언을 듣기도 하였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학교에서나 교회에서나 직장에서 내게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는 인생선배들이 있었다. 꼭 그러라는 법은 없었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하나 추스리며 살기도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인생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았겠는가. 그저 어제, 오늘, 내일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나가는게 아닐까. 그런데, 그런 삶의 발목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과거의 짐이 있음을 느낄 때 그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아둥바둥 거리며 좌절할 때가 있다. 뭔가 돌파구를 찾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동기부여 강연을 듣고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는다.  자기계발이라고 하는 마취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아침형 인간이 되어라', 지금의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며 나를 계속해서 바꾸어 놓으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넌 인생에서 실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말이다. 마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조언을 일삼았던 선배들 처럼


  만약 이런 오지랖류의 책들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과거 문제로 어려움에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모든 심리적 문제는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향상돼야 해결할 수 있어요. (중략) 좋은 심리학 책들을 읽거나 치유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거나 ‘우울해 하지 말아야지’ 라는 결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p.41


이 책은 '지대넓얕' 이라고 하는 인기 팟캐스트의 패널 중 한명으로 김도인님이 쓴 책이다. 평소 지대넓얕 애청자이기도 하고 지방 모임의 리더를 맡고 있어서 한번 쯤 읽어볼려고 하던 차에 손에 들게 되었다. 책은 제목만큼이나 가볍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이지만 삽화와 도표등으로 채우고 있고 쓰여진 문체도 이야기하듯 쉽게 쓰여져 있어서인지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시우' 라고 하는 30대 중반의 출근 모습으로 부터 시작한다. 과거의 버림받은 아픔을 내면 깊숙한 곳에 간직한 채 하루하루를 변화없이 상처받지 않으려고 근근히 버텨내는 인물인 시우는 Light 라는 이름의 발송인이 보낸 메일 하나를 받고 변화의 걸음을 내딛게 된다. 


"당신은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 Light 의 첫번째 메일


  과연 시우는 마음을 찾게 될 것인가?  그것은 직접 책을 읽으며 확인해보길 바란다. 


  이 책에 가장 핵심적인 개념 두개를 꼽으라 한다면 '고통 감정사' 와 '탈 동일시'가 아닐까 한다. 어린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게 되면 그때의 감각과 감정 그리고 생각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내면 깊숙히 자리잡게 된다는 개념이다. 예를들어, 어린시절 심장이 빨리 뛰며 호흡이 가빠지고 손이 떨리는 감각체험과 두렵고 쓸쓸한 감정을 통해 나는 버려졌고, 쓸데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한 경험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훗날 남들앞에서 발표를 해야하는 상황과 같이  심장이 조금빨리 뛰는 감각을 체험할 때 두려움과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절대 한덩어리가 아닌데  그런 감각과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동일시가 일어나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 동일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나를 '이해' 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감정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 않아요. 심리적 고통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감정을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하면 항상 감정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것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생각하게 돼요.  p.45


  저자인 김도인은 마음을 찾고 탈 동일시 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그동안 경험했던 것을 점진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가장 처음으로 짐 캐리가 나와 열연을 펼친 '예스 맨' 이라는 영화로 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예스 프로젝트'이다.


예스 프로젝트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생각을 받아들여서 그것이 변할 수 없는 절대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p.45


   고통 감정사가 하나로 묶여 끊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변수)들을 인생에 뿌려넣을 수 있는 기법이라며 예스 프로젝트를 해보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어서 '인사이드 무비' '호흡명상' '운동화신기' '죽음명상' 등을 통해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여정이 계속된다. 


  책의 후반부에 주역에 나오는 '대축' 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대축은 크다라는 대와 막힌다라는 축이 합쳐진 말인데,   축은 막힌다라는 뜻과 함께 '쌓인다' 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즉, 인생의 겨울과 같이 크게 막힌 시간이 오히려 댐의 막힌 곳에 물이 쌓이듯.. 나의 에너지와 역량이 쌓이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그러고보니 그랬던 것 같다. 정말 리셋해버리고 싶었던 인생의 순간들... 앞뒤로 꽉막혀서 그저 잠수타고 싶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그것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내안에 무엇인가 쌓이고 있었음을 느낀다.  막혔을 때 좌절하지 않고 인내로 그 시기를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대축이라는 말이 주는 인생의 지혜 아닐까 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어려운 책이 아니라 잔잔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분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