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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김성민의 독서휴식 - 멋진 신세계]


"강철이 없으면 자동차를 생산할 수가 없으며, 

사회적인 불안정이 없으면 

비극을 생산할 길이 없으니까요." p.333

<셰익스피어의 작품 오셀로에 대한 통제관의 말>



  때는 바야흐로 2600년 경의 미래도시. 사람들은 더 이상 여자의 몸이 아닌 공장의 유리병속에서 태어난다. 난자 단계에서 부터 철저히 통제를 하여 알파, 베타로 시작해 엡실론 형 인간까지 만들어낸다. 알파는 사회의 지도층이 되고 브레인역할을 하고, 작은 몸집으로 태어난 엡실론은 공장 노동자나 청소부 등을 맡게 된다. 태어난 이후로는 그 역할에 맞는 최면 학습을 받는다. 파블로프의 개와 같이 어떤 사물에 대한 감각과 정서 그리고 생각을 강하게 연결시켜 살아가면서 반응하게도 만든다. 잠자는 동안에 베개로 부터 나오는 선전문구들이 각 사람에게 진리요 선으로 인식된다. 


아기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책과 시끄러운 음향, 꽃과 전기 충격이 만나 짝을 짓는 연상 작용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증오) 그들은 책과 꽃을 보기만 해도 심리학에서 흔히 ‘본능적인 증오’ 라고 일컫는 반응을 보이도록 성장한다.  p.56


“그리고 헌 옷은 누추합니다.” 지칠 줄 모르는 속삭임이 계속되었다. (중략) “꿰매어 입기보다는 버리는 편이 좋습니다. 많이 꿰매면 꿰맬수록 그만큼 더 가난하고, 많이 꿰매면 꿰맬수록 그만큼…….."  p.95


 책에 대한 증오심은 책을 접하지 않게 함으로써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고, 꽃을 싫어하게 함으로써 주말과 여유시간에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야외로 나들이 하는 것보다 소비자로서 행동하게끔 유도한다. 항상 새것이 좋은 것이고 헌 것은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시키므로써 기업의 제품들이 팔려나가도록 만든다. 그들에게는 감정을 평온한 상태로 조절하는 '소마'라고 하는 알약이 지급이 된다. 소마는 일상의 괴로움을 잊고 환각의 세상속에 빠지게 만드는 도구로 나온다. 마치 TV 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멋진 신세계는 모든 사람이 서로를 공유하는 사회다. 누군가 한명만을 사랑하고 연애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죄악으로 여겨지기까지 하는 사회.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잔디밭을 뛰어노는 벌거벗은 남녀 아이들에게 성교놀이를 하는 걸 권장하는 사회다. 욕구는 언제든 마음껏 분출할 수 있고 그런 수많은 장치들이 지향하는 것은 '안정' 이다. 


“안정이다.” 통제관이 말했다.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적인 안정이 없다면 어떤 문명 세계도 존재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안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사회의 안정도 존재하지 못한다.”  p.85


  개인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사고하는 것은 변화를 가져오고 불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특별히 마련된 섬으로 추방을 시킨다. 책을 읽다보면 이런 스토리가 어디서 본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영화이다.



  철저히 통제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수많은 SF영화에 모티브를 던져주었다고 보여지는 이 소설은 193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 당시 소개된 생물학과 기계공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이토록 세련된 미래를 그려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소설은 다양한 관점으로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계급사회, 신분과 혈통을 주제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고, 인간의 인간됨에 대해 고민해 볼 수도 있겠다. 특히 한 사람을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자극을 통해 세뇌학습을 시키는 장면을 보면서는 어쩌면 우리들 개개인이 자라나면서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를 통해 비슷한 학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가 기억난다. 그 당시에 옷이 헤어지게 되면 다른 천을 데어서 구멍을 가리고 꼬매어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 한참을 입곤 했다. 그런일이 반복되면 그 옷을 누더기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누더기 옷은 절약하면서 알뜰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상징적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더기 옷은 거지나 입는 옷으로 비쳐지는 사회다. 몇일전 시상식에서 차인표는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하고, 남편은 아내를 이기지 못한다' 라는 명언을 했다. 만약 우리가 200년전에 태어나기만 했어도 그 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때 태어났더라면 신분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노예제를 이상하게 여길게 못된다고 생각했을런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게 되면 우리는 TV 라는 매체를 통해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치의 최면 학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화려하고 멋진 배우들이 어떤 제품을 사용해보라고 말하고, 그것을 소유할 때 더욱 행복해질 것인마냥 유혹하는 장면은 멋진 신세계에서 소마 1그램이면 몇시간이 행복할 것이라고 외치는 레니나라는 미녀의 속삭임과 같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소설의 중반부를 읽으며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한명이 미래사회의 시스템 내부로 들어가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 갈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며 읽어나갔다. 마치 헐리우드 영화의 스토리 처럼 말이다. 그러나 올더스 헉슬리는 그렇게 오락적으로 그려내지 않고 아주 처절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이며 소설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작가가 결론을 모조리 내주지 않고 많은 생각을 독서 이후에도 할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이 그렇게 잃어보고 싶어졌다. 변화와 불안정의 사회를 살아가는 2017년의 나는 오셀로를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해박해지려면 그저 지식만 담은 책을 많이 빠르게 읽어내면 된다. 교양을 갖추려면 격조를 가지고 살았고 생각했고 느꼈던 사람들이 쓴 비교적 적은 권수의 책을 골라 천천히 여유를 갖고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이 책도 어떤 사람에게는 지루할지 모른다. 그러나 천천히 여유를 갖고 음미하며 읽는 사람에게는 생각의 확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에서 추천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