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비폭력 대화]
인간은 상황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에픽테토스> p.88
먹으면 큰다. 아이는 엄마젖을 먹으며 몸이 커지고, 팔에 힘이 붙고, 다리를 지탱해 일어나 걷는다. 신체는 20대때까지 서서히 성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의 정신은?"
독서를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흔한 관용구여서 많이 들었던 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육체는 성장했지만, 정신과 마음.. 다른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올해초 가족과 대관령 목장에 갔을 때, 첫째 딸이 '심심해.. 심심해... 재미없어..' 하면서 투정을 벌였던 적이 있다. 그때, 내 속마음으론 '이런 좋은데를 왔으면 즐거운 마음을 가져야지.. 왜 자꾸 심심하다고 하나' 라며 나 역시 못마땅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계속 심심 타령을 하는 딸한테 "네가 좀 뭘 하면 재밌을지 찾아봐!" 라고 면박을 줬다. 아마 내 뉘앙스가 책망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몸이 성장하면 나의 근육들을 자유자재로 상황에 맞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근육을 아주 잘 단련한 사람중에는 매우 위험한 첨탑끝에 서게 되더라도 발끝만으로도 중심을 잡기도 한다. 그러나 신체가 균형있게 성장하지 못한 사람은 낮은 계단마저도 넘어지고 만다. 나는 그날 넘어지고 만 것이다. 마음의 근육은 미숙한 상태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책망만 해버렸으니 그 얼마나 유치하였던가.
로젠버그는 비폭력 대화로서 '관찰 - 감정 - 욕구 - 부탁' 네가지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이야기한 비폭력 대화에 맞춰 그 당시 딸에게 말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예향아~ 아빠와 즐거운 놀이도 하면서 보냈으면 좋겠는데 그냥 경치구경만 하니깐 심심하고 외로운 마음이 들어?" 하고 먼저 마음을 읽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빠가 가지고 있는 욕구를 이야기 하고 부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때 나는 대관령의 푸른 목장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잠시나마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리고 딸이 그런 것을 함께 느꼈으면 하는 '욕구'도 있었다. 그러나 '네가 알아서 찾아봐!" 라며 나의 욕구를 말하기에 앞서 딸아이의 태도가 잘못되었다라는 것을 책망하였던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다양한 심리학, 코칭, 소통 관련 책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다 모아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먼저 저자는 비폭력 대화에 대한 네 단계를 통한 '말하기'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각각의 단계에서 우리는 관찰과 감정을 함께 버무려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점을 인식시킨다. 다음은 관찰에 대한 부분에 나오는 시의 일부분이다.
나는 게으른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내가 본 사람은
내가 보는 동안에
한번도 뛰어다닌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 p.54
누군가를 향해 게으르다고 하는 말은 '관찰'의 말이 아니라 '평가'의 말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우리의 세상은 항상 변화하지만 이를 고정적인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오류라고 이야기 한다. 그랬던 것 같다.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가치평가가 들어가 있는 단어를 써서 말하니 그 말이 비판, 비난, 판단등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비판은 상대의 인격을 향한 비난섞인 판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느낌에 대해 말하는데, 느낌조차도 제대로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나의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나의 '생각'을 '느낀다' 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같이 느껴져.
- 그사람이 나를 보고도 아는 체를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져.
- 나는 오해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 당신이 우리들을 위해서 해준 것에 대해서 좋게 느껴요.
저자는 위에 나와 있는 말들은 그 어느것도 느낌이 아니라고 한다. 가만히 이 문장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왜 그런지 알것만 같다. '느껴지다' 라는 말 대신에 '생각한다' 라는 말을 써도 정확히 말이 된다. 그것은 느낌을 솔직히 표현한것이 아니라, 나의 판단과 상황에 대한 인식을 표현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걸 말한다. 위에 나온 말을 내 나름대로 느낌의 말로 바꾸어보았다. 아마 이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난 슬퍼요
- 그 사람이 나를 보고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아 실망스럽고 창피해요
- 나는 오해받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이에요
- 당신이 우리들을 위해서 해준 것으로 인해 우리는 정말 행복하고 기쁘답니다.
아주 미묘한 표현의 변화인데 상황을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온전히 나를 열어 보이며 자신의 책임으로 삼고 있는게 차이가 난다.
첫번째로 말하기를 이야기했다면 두번째로는 공감적 경청에 대해 비폭력적으로 듣고 반응하는 것에 대해 쓰고 있다. 저자가 했던 수많은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아주 구체적인 내용의 사례가 생동감있게 전달이 되었다. 그 중에 공감을 방해하는 대화법의 글이 인상깊었다.
- 조언하기 : “내 생각에 너는 ~해야 해.” “왜 ~하지 않았니?”
- 한술 더 뜨기 :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한테는 더한 일이 있었는데…"
- 가르치려 들기 : “이건 네게 정말 좋은 경험이니까 여기서 배워.”
- 위로하기 :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최선을 다했어”
- 다른 이야기 꺼내기 :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데
- 말을 끊기 : “그만하고 기운 내.”
- 동정하기 : “참 안됐다, 어쩌면 좋으니.”
- 심문하기 : “언제부터 그랬어?”
- 설명하기 :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
- 바로잡기 :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야."
위의 말들 중 어떤 것은 그래야 한다고 배웠던 것도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모두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한번 읽고 알았다고 할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를 직접 삶에서 적용해보고 잘 안되는 부분을 연습도 하고 고민도 하면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내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준 또 한권의 소중한 책이라 생각된다.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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