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학습 - 서양미술사 ⑥]
“나는 그림으로 먹고 살면서
단 한순간이라도 원칙을 벗어나거나
양심에 어긋나는 짓은 하고 싶지 않네.
또 누구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아니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싶지도 않네” - 귀스타브 쿠르베 p.508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사람들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특유의 고집스러움이 있다. 귀스타브 쿠르베도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인습을 경멸하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던 쿠르베의 고집은 많은 미술가들을 고무시켰고, 예술적 양심을 따르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나오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사춘기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과연 쿠르베는 사춘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아니, 세상을 바꿀만한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들의 사춘기는 모두 어땠을까?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려지는 사춘기의 시기는 기존에 부모님과 기성세대들의 관습으로 부터 탈피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자리잡아가는 과정이다. 때론 반항도 하지만 소위 '철이 든다' 라는 말로 일컬어지는 사회순응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즉, 기존 사회 통념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나를 맞춰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쿠르베와 같은 역사상 인물들은 이런 기존의 생각들과 압력들로 부터 탈피해서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혹시 사춘기를 우리 일반인과는 다르게 지나온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 19세기를 빛낸 사람들에 이르렀다. 그들은 저마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활동은 이후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폴 세잔의 정물, 쇠라의 쿠르브부아의 다리, 고갱의 백일몽,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곡물밭)
세잔의 해결방법은 결국 프랑스에 기원을 둔 입체주의(Cubism)를 일으켰고, 반 고흐의 방법은 독일 중심의 표현주의(Expressionism)를 일으켰다. 고갱의 해결 방법은 다양한 형태의 ‘프리미티비즘(primitivism)’을 이끌어냈다. 처음에는 이 세가지 운동이 ‘미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날에는 자신들이 처해있던 막다른 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한 미술가들의 끊임없는 시도로서 어렵지 않게 설명될 수 있다. p.555
이들은 그 당시의 사람들로 부터 미친 시도를 한 미친 사람으로 비춰졌을지 모른다. 실제로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에도 들어 갔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폭넓은 미술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고, 한가지 정해진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곰브리치는 고대미술로 부터 시작해서 19세기의 미술을 거쳐 실험적 미술의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다루며 결국 한가지 결론으로 매듭짓고 있다. 그것은 책의 시작 했던 말과 똑같은 문장이어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형태와 색채가 ‘제대로’ 될 때까지 그것을 조화시키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드물기는 하지만 어중간한 해결방식에 머물지 않고 모든 안이한 효과와 피상적인 성공을 뛰어넘어 진정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따르는 노고와 고뇌를 기꺼이 감내하는 뛰어난 남녀들이다. 미술가는 계속해서 태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미술이 존재할 것인지 아닌지는 적지 않게 우리들 자신, 즉 일반 대중의 태도에 달려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느냐 아니냐에 따라, 편견을 갖느냐 이해심을 갖느냐에 따라 미술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전통의 흐름이 끊이지 않게 하고 미술가가 과거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이 미술이라는 보물에 귀중한 것을 하나 더 보탤 수 있게 하는 것도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p.597
곰브리치의 마지막 말을 듣고 붓과 물감을 들지 않았을 지라도 우린 누구나 미술가가 될 수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편견을 갖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며, 다양함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려는 창조적인 사람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 보인다.
지난 한달여간 틈틈히 서양미술사 책을 읽었던 내용을 들추어보며 그 때 받았던 나의 생각을 나열해보았다. 미술에 대한 책이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역사의 흐름을 이런식으로 정리해보는 것이 참 의미있다 싶었고, 지리, 역사, 사회 하면 외울것 많고 따분한 수업이라고 생각해서 중고등학교때 외면을 했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읽고 알아가고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런 시작점을 던져준 곰브리치에게 감사하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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