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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모든것의 본질

[김성민의 본질게임] 공간을 내주고 시간을 사는 기업들

[김성민의 본질게임 - 공항, 휴게소, 서점의 공통점]


  얼마전 일이 있어 광화문에 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 교보문고에 들렀다. 서점은 밖의 추운 날씨를 피할 수 있는 아늑한 실내공간인데다가 시간 때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서점에 갈 때마다 항상 두가지 점에서 놀란다. "세상에.. 이렇게 책이 많이 있다니" , "세상에나.. 책 읽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서점에 들어오면 국민 1인당 연간독서량이 10권도 안된다는 말이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말 많은 책들과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교보문고는 올해 6월달을 전후로 하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여 서점이 아닌 도서관같은 공간을 만들어놓았다. 예전에도 커다란 대형서점에 가면 자유롭게 책을 꺼내어 읽곤 했던 나로서는 정말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집이 가깝다면 더 자주 들리고 싶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해서 과연 장사가 될까? 


  최근 인천공항공사에 강의가 있어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가 그런 변화의 열쇠가 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몇가지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매킨지에 따르면 공항의 환승객 1인당 공항에서 쓰는 돈이 109만원 가량 된다고 한다. 그리고, 공항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승객의 지출액은 커진다는 통계이다. 공항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오랫동안 머물 수록 수익이 증대된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공항에서는 환승객 유치를 위해 항공사와 협약을 하거나 환승하는 승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공항을 찾아와 머무르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공항 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수많은 휴게소를 지나게 되는데, 몇차례 같은 길을 다니다보면 어떤 휴게소가 음식이 괜찮은지, 편의시설이 좋은지 알게 된다. 그러게 되면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그 휴게소만 들르게 되는데, 덕평휴게소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아주 잘 알아차린 듯 하다. 휴게소를 공원으로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그 공원에서 가능하면 오랜시간 머물고 싶도록 만들어버렸다. 심지어 휴게소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본질적으로 환승의 측면에서 공항과 휴게소는 동일하다. 

  또 비슷한 곳이 이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중심을 차지하게 된 까페이다. 스타벅스는 wifi를 열어놓고, 스마트폰 충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해간다. 


  이런 공간의 공통점은 소비자들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는 점이다. 공간을 점유하고 오래 있을 수록 더 많은 소비를 하게되고 그렇게 되도록 유도하는 장치들이 절묘하게 내재되어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의 도서관식 테이블 배치는 독서가들이 다른 서점을 찾지 않고 이곳을 찾게 만드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 시간을 빼앗기고 있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즐겁기만 하다. 그 이유로는 소비자 개인이 자발적으로 원하는 방식의 시간소비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강제되지 않고, 기꺼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빼앗기고 -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을 보내고 - 있기 때문에 어쩌면 서로에게 윈윈이 아니겠는가. 

  

  예전에는 상품 자체를 판매하려고 했다. 카페는 커피를 팔고, 휴게소는 식사와 화장실을 팔고, 공항은 비행수속을 팔고, 서점은 책을 팔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곳들이 공간을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팔아서 고객의 시간을 사는 것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비즈니스가 되었다. 업의 본질을 더욱 깊이 생각해보고 공간과 시간의 엮여있음을 활용할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p.s.   하지만, 이런 전략을 아무나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회전율을 걱정해야 하는 영세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이런 전략이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니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