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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소셜 애니멀 - 데이비드 브룩스

[김성민의 독서경영 - 소셜 애니멀]


결국 인간은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방랑자일 뿐이다. p.44


  책을 다 읽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하는 나에게 처음으로 다가왔던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두 가상의 주인공을 등장시키면서 온갖 영역을 다 넘나들기 때문이다.  '온갖 영역' 이라고 표현한 것에는 아동심리학, 교육학, 정치학, 행동경제학, 사회학, 인지심리학, 명상, 인류학 등 말그대로 온갖 것들을 말한다. 이해도 되는 것이 저자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음에 이르기 까지 겪게 되는 수많은 상황들에 대해 쓰고 있었다. 두 연인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되는 사랑에 관한 심리학, 아이가 태어나서 엄마와의 교감과 애착을 형성하는 발달심리학, 학교에 들어가서 중2병과 사춘기를 거치며 인격을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그 가운데 교육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호기심을 토대로 성장해가는 모습, 회사에 들아가지만 조직안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함과 똑똑한 사람들이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패턴, 창업, 폐업, 사내정치, 현실정치, 은퇴이후의 삶,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나의 막막함과 당황스러움의 근원은 책의 내용 그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여정을 다루다 보니 다양한 학문적 내용과 사례들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니 여러가지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는 듯한 지식들을 헤럴드와 에리카라는 두명의 주인공의 일생으로 풀어내게 된데에는 작가의 특별한 의도와 목적이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런 전개방식을 루소의 '에밀'에서 착안을 하였다고 말한다. 루소가 '에밀'에서 가상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교육의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했던것과 같이 저자에게 있어서는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 등으로 따로 떨여져 있어 보이는 것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어떤 개념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혹자는 이를 '무의식'에 대한 책으로 보기도 하고, 어떤이는 책의 제목과 같이 '사회적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나는 저자가 인생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쓴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인간의 존재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결국 인간은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방랑자일 뿐이다. p.44


 그래서일까? 헤럴드와 에리카는 방랑자로 느껴진다. 물론 인생의 청년기에는 열정넘치고 목표를 두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한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러나 은퇴후에 그려진 모습에서 거울에 비친 주름지고 헬쓱한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는 에리카를 그려냄으로써 한때의 성공이 방랑자의 모습이었다고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방랑을 하다가 집앞 테라스 의자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는 헤럴드의 모습을 볼 때면 무언지 모를 애잔함과 숭고함이 느껴진다. 


  방랑자라는 표현은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 의식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며 사는 존재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듯이 때론 손해가 분명한 결정에 대해서도 무책임한듯 결정을 내려버리기도 하는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우수한 두뇌를 지녔지만 합리적 판단에는 눈이 멀어 자신만을 과신하는 CEO의 모습을 보여주고, 호텔방으로 안내되어 유명인과 잠자리를 갖고 나서 도덕적 가책에 시달려야 하는 에리카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때론 어처구니 없는 판단을 하는 이면에 고정관념, 문화, 신경망, 호르몬 등의 의식적이지 못한 것에 의한 영향을 보여주는데, 저자는 이를 '무의식' 이라는 표현으로 묘사한다.


 방랑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의식적 반복된 실수나 고집이 아닌 가치로운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 우리는 이를 '행복한 삶'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책에서 발견한 몇가지 힌트들은 다음과 같다.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는 열쇠는 감정을 훈련하고, 감정이 올바른 신호를 보내게 하는 것,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p.44

신뢰는 정서로 둘러싸여 있는 습관적인 호혜성이다. 두 사람이 의사소통과 협력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진정으로 기댈 수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기 시작할 때,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점점 커진다. p.235

한달에 한차례 만나는 모임에 회원이 되는 것은 소득이 두 배로 오를 때와 동일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 1년동안 한 사람과 섹스를 하는 사람은 같은 기간 동안에 여러 명과 번갈아 가며 섹스를 하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p.295

겸손한 기질은, 단 하나의 방법론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중략) 겸손한 사람은 하나의 패러다임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p.368

레이먼드는 어떤 상황에서건 자기는 신중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았다. 그래서 늘 신중한 쪽의 주장을 펼치기 전에 위험을 무릅쓰는 주장을 경청하곤 했다.  p.379



  정리해보자면 <감정> <신뢰> <관계> <겸손> <경청> 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헤럴드와 에리카의 인생이 그저 책속의 어떤 픽션 인물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나의 아내의 이야기, 나의 부모님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때론 어려운 학문적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것을 이야기의 흐름과 연결시켜서 쉽게 이해되게 만드는 것이 저자의 강점인듯 하다. 책의 마지막 단락에서 헤럴드가 숨을 거두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4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우리가 모두 한번쯤 던져봐야 하는 질문이 아닐까 한다. 


<헤럴드의 4가지 질문>

1.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2. 나는 지식의 강물에 보탬이 되었는가?

3. 나는 이 세속적인 세상을 초월했는가?

4. 나는 사랑했는가?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청년들이다. 태어남과 성장, 그리고 성공과 은퇴 죽음의 여정을 거치는 헤럴드와 에리카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첫발을 내딛는데에 대한 용기와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책 속의 명언>


  • 한 사람의 진정한 자아는 어디에 있을까? (중략) 각 뉴런에서 나타나는 점화, 즉 전기적인 자극은 뇌의 단일한 영역에 집중되지 않는다. (중략) 해럴드가 개를 보았을 때 신경망이 점화했다. 개를 자주 보면 볼수록 이와 관련된 뉴런들의 연결점이 더 많아지고 효율도 더 높아진다. 개를 자주 보면 볼수록 개와 관련된 신경망은 더 빨라지고 복잡해지며, 나아가 각종 개의 차이점이나 개의 일반적인 속성을 파악하는 능력은 더욱 향상된다. 사람은 누구나 노력하고 연습하고 경험하면 신경망을 더욱 예민하게 개선할 수 있다. p.84
    => 생활의 달인 이라는 프로에 나오는 달인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어한다. 일반인들은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은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능력은 뉴런의 신경망 점화의 반복에 의해 발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은 5,041의 제곱근이다. (중략) 그러나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아무리 싸구려 전자계산기라도 제곱근은 계산할 수 있지만, ‘나는 호랑이다’ 라는 문장은 단순한 기계는 절대로 만들어낼 수 없는 상상의 구조물이다. p.86
    => 로봇 개발에 있어서 이를 '모라벡의 역설' 이라고 한다. 인간에게 쉬운것이 기계에게는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이 기계에게는 쉬울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나는 호랑이다' 라는 문장이 결코 쉬운 사고 작용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인식이 전환하게 되면 우리가 하는 대화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교사들에게 억지로 혹은 무조건 의존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교사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지도 않는다. 교사에게 다가가기도 하고 또 떠나기도 한다. p.106
    => '다가가기도, 또 떠나기도' 라는 말이 인상깊다. 대상에게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존재자로서 살아간다는 말이다. 많이 의존적이었던 나의 유년시절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의 내가 의존하고 있는것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 “문명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수행할 수 있는 것의 목록을 늘림으로써 발전한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영국의 수학자/철학자> p.138

  • 사람은 세상에 딱 맞는 자신의 내적인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인생의 절반을 보내고, 후반부는 세상이 자신의 내면 모델에 딱 맞도록 세상을 조정하면서 보낸다.  <정신과 의사인 브루스 웩슬러, 뇌와 문화>  p.314
    => 태극기를 들고 시청앞을 나오신 분들이 생각났다. 또 그들 뿐이겠는가. 내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다.  내적모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삶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혹은 신념 등으로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지닌 모델이 언제나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겸손의 마음을 항상 가져야만 잘못된 오류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인식론적인 겸손은 실행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은 지혜란 우리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p.367

  • 성숙함이란 머릿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각기 다른 성격과 기준을 가진 여러 개의 자아를 될 수 있으면 많이 이해한다는 뜻이다. 성숙한 사람은 급류가 흐르는 개천을 건너가면서 ‘난 예전에 이 개천을 여러 차례 건넜답니다.’ 라고 말하는 경험자와 같다.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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