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논어, 사람을 읽다]
"아는 것에 대해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앎이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위정> p.90
4대 성인 중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공자.
그의 제자들이 남긴 논어라는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도서관에 가보니 서가 한쪽 전체가 논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논어가 정말 많더군요.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좀 가볍고 쉽게 읽을 요량으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이 책 정말 특이합니다.
일단 저자가 책을 시작하면서 머리말에 한 말을 들으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나는 <논어>가 소중하게 간직해 온 옛날 옷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p.15
보통은 공자라는 성인의 말을 적은 절대적인 진리인양 논어를 바라보곤 하던데
김시천 저자는 일단은 기존에 당연시해왔던 시각에 대해 의문을 품습니다.
좀 삐딱하게 보는 거죠.
저는 이런 저자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누군가 옳다고 하니깐 그런가보다 하면서 의식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야 말로
사람을 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사람이 책을 한권만 읽은 사람이라는 말도 있죠
자신이 지닌 지식을 절대화 하여
사람과 목적, 본질을 보지 못하고 지식을 휘두르는 칼처럼 쓰는 사람도
주변에서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은 다양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을 읽었다면 저녁형 인간이라는 책도 읽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을 듣다보면
차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 차이속에서 나의 경험과 생각을 다듬어 볼 여지가 생기게 되는 거죠.
저는 그런 책 읽기가 나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여
그런 방법 중 하나로 내 취향과는 다른 책들을 선정해 읽곤 하는
독서모임을 만들어 운영을 하거나, 그런 모임을 참여하려고 합니다.
저자의 관점을 이야기 하다가 보니 잠시 딴데로 새었네요.
다시 돌아와서 말하자면, 관점이 참 새롭습니다.
주장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논어를 공자의 어록 혹은 진리를 설파한 책 정도로 읽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논어>의 구절은 긴 이야기가 압축되고 생략된 것일 수도,
누군가의 숨겨진 시선에서 기록된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곧 ‘이 이야기는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일까?’라고 상상하는 것이
<논어>를 재미나면서 동시에 새롭게 읽는 방법입니다." p.74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논어에는 공자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는 거죠.
대부분은 공자의 제자들인데
그 제자들이 논어 각편에 나오는 횟수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논어 전체적으로 공자왈로 시작하는 문장은 512장중 50%도 채안된다고 하죠
55.1%의 비율로 제자들의 이야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 당시의 책은 나무판을 얇게 만들어서 구멍을 뚫어 엮은 형태였다고 하죠.
그걸 죽간이라고 하는데 책 冊 이라는 한자의 형상이
죽간을 꿰어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이야 프린터 버튼 하나 누르면 1초도 안되어 종이한장 출력이 되는 때이니
글을 쓴다는게 큰 어려움도 아니고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실어도 괜찮을 수 있겠지만
그 당시 책을 만드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50%가 넘는 제자들의 말과 이야기들을 힘들게 실은 것은
논어라는 책이 공자라는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었음을 상상케 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공자의 제자들에 대해 파본 책입니다.
책의 이름도 '논어, 학자들의 수다 :사람을 읽다' 인데
여기서 '사람'은 제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가장 유명한 제자인 자로와 안회, 자공, 재아, 염구 등으로 시작해서
증삼, 자하, 자장, 민자건 등 잘 들어보지 못했던 제자 이름까지 나옵니다.
제자 한명 한명을 놓고 그가 공자와의 관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
그의 성격은 어떠했는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자로는 공자와 나이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제자였죠
그는 야인으로 생활하다가 공자를 따르게 되었는데
상당히 다혈질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반면에 공자의 수제자로 일컬어지는 안회의 경우는
공자와 나이차이가 30살 가까이 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이 정립되었을 때가 아닌 아주 어린나이에 공자학당에 입문하여
공부를 시작하다보니, 배우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려고 했던가 봅니다.
당연히 공자의 눈에는 이뻐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입니다.
다른 제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인물고찰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공자의 이야기를 문장 그대로가 아닌
상황과 맥락으로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로와 염구의 동일한 물음에 대한
공자의 상반된 답변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로가 물었다 "훌륭한 가르침을 들으면 그것을 바로 실행해야 합니까?"
선생님이 말했다. "아버지와 형이 살아 계신데 어찌 들은 것을 바로 실행해야 하겠느냐?"
염구가 물었다. "훌륭한 가르침을 들으면 그것을 바로 실행해야 합니까?"
선생님이 말했다. "들은 것은 바로 실행해야 한다." <선진편>
요지는 논어의 문장들을 절대적인 진리로 보지 않고 상황과 맥락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로는 너무 행동이 앞서기에 혹여 몸을 상할까 하여 아버지와 형을 생각하라고 한것이고,
염구는 늘 소극적이고 행동하지 않는다고 보았기에 바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뜻입니다.
어찌 이 구절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인물들 사이의 관계로 논어를 읽는 것은
아주 오래된 옛날얘기로서가 아니라
어쩌면 현대에도 비슷한 사람과 상황속에
직접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실천적 책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유익도 있습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고전속의 상황을 현대로 가져와 해석해보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법한 재아와 공자와의 3년상 논쟁에 대한 저자의 생각 역시 참신합니다.
3년상 논쟁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재아가 공자에게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3년동안 일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며, 3년상이 아니라 1년만 하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공자는 넌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쌀밥과 비단옷을 입어도 편하냐?라고 물었고
재아는 "편안합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재아가 나가고 나자 공자는 제자들에게
"재아는 인仁이 없구나, 자식이 태어나도 3년이 지나야 부모의 품을 떠난다.
3년상은 천하에 통용되는 상례다.
재아는 자기 부모에게 3년 동안 사랑을 받기는 했을까?"
라고 말하죠.
재아는 지금으로보면 현실주의자이며 실용주의자입니다.
그의 말처럼 관직을 맡은 사람이 3년간 일을 손에 놓고 있으면
그가 맡은 곳의 행정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겠죠.
근데 문제는 공자의 태도에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넌 밥이 넘어가니?' 라고 쏘아붙였을 뿐만 아니라,
재아가 나가고 없는 틈을 타서 제자들에게 뒷담화를 했다는 거죠.
보통은 효孝 라는 덕목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던 구절을
이렇게 현실 상황으로 훅 가져와 이야기를 펼쳐놓으니
정말 공자가 심했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공자가 제자들에게 했던 말을
재아가 있을 때 했다면 (태어나서 부모 품을 떠나는 3년 걸리는 만큼
자녀도 부모를 3년동안 떠나보내는 것이 합당하다)
둘 사이는 합리적 토론의 장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관점이 참으로 흥미로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고전을 읽는 자세에 대해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과거의 것이고, 시간이라는 시련을 이겨내서 지금껏 살아남았으니
절대적인 어떤 것을 담고 있다고 여기기 보다는
지금의 나와 현실의 상황속에 적용해 보기도 하고
좋은 것은 취하고 아무리 성인의 말이라도 그렇지 않은 것은 뱉어내는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게 고전읽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어를 한번쯤 읽었던 적이 있다거나,
혹은 너무 따분하고 어려울것 같아 읽어보지 못하신 분에게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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