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영장류 게임]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정당성은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p.398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인가?' 라는 질문은 진화론에 대한 책을 조금만 읽어보아도 크게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진화론에서는 인간의 조상을 원숭이로 보지 않는다.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조상이 있다고 말한다. 그 공통조상으로 부터 인간으로, 혹은 원숭이로 갈라져 나왔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원숭이는 인간의 조상이 아니라, 사촌뻘 정도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무엇을 믿느냐는 것은 그 사람 개인의 신념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각자의 자유에 맡겨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머리속 사유의 과정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새롭게 배울 수 있는게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창조를 믿는 기독교인으로서 이와 같은 책을 읽어보았다.
책의 저자는 이탈리아 출신의 영장류학자이다. 오랜기간 원숭이들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것들을 게임이론과 심리학, 혹은 사회학과 연결시켜 인간활동의 비밀을 밝힌 책이라고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연결시키는 게임이론등은 '죄수의 딜레마' 나 '공유지의 비극' , '독재자 게임', '최후통첩게임' 등 이미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동물세계의 생존방식이라는 진화적 토대를 가지고 색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저자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사례를 조금 각색해서 가져와봤다. 두마리 원숭이가 사과 하나를 가지고 누가 먹을지 경쟁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경우의 수는 크게 2가지가 나올 수 있다. 싸운다 / 양보한다. 싸우게 되면 결국에는 누군가가 승리를 거머쥐게 되겠지만 둘다 피를 철철흘리는 막심한 피해를 예상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누가 힘이 쎈지 그렇지 않은지 싸우지 않고도 아는것일 것이다. 그러면 약한 녀석은 어차피 질 것인데 괜한 싸움으로 사과도 못먹고 상처만 얻고 끝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그자리에서 힘쎈녀석에게 양보하고 다른 곳에 가버리는 것이다. 혹시 아는가. 거기에 새로운 사과가 있을지. 아니면 양보했을 때 나중에 힘쎈 녀석도 내게 양보해줄지. 이렇게 두마리의 원숭이는 권력 서열이 정해지게 되고 이것이 무리로 확대가 되면 계급이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끔 쿠테타도 일어나기도, 권력에 기대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하여 상대의 털을 긁어주면서 친밀감을 표시하는 원숭이도 있다.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의 관계를 보며 영장류에 속하는 인간도 동일하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사람을 만나면 왜 긴장이 되는지, 브레드피트는 왜 이혼을 했는지, 피카소와 테레사 수녀는 어떤 권력을 꿈꿨는지, 이 모든 것들을 정글의 경쟁관계속에 있던 영장류로서의 인간으로 보고 풀어내고 있으니 기존의 게임이론과 심리학을 가지고 말하지만 새롭게 읽혀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에 '핸디캡 원리' 라는 것이 나온다. 수컷 공작의 날개가 화려한 것을 보통은 자연선택과 대비되는 '성 선택'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저자는 '핸디캡 원리'라고 말한다. 핸디캡 원리를 쉽게 말하면 '장기에서 차,포 떼고 두어도 이길 자신 있어!' 하는 것과도 같다. 공작이 '내가 생존에 불리한 커다랗고 화려한 날개를 가지고도 난 살아남을 만큼 힘쎄고 능력있는 공작이야' 라는 것을 뽐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가끔 원숭이끼리 싸움이 벌어졌을 때 갑자기 옆에 있던 아기 원숭이를 빼앗아서 가슴에 안고 싸우려는 원숭이가 있었다고 한다. 싸울 때 아기를 안고 있으면 불리할텐데 왜 그럴까 생각했던 연구자들이 결론을 내린 것은 그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난 너를 이길 수 있어!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허세를 부리는 것이 먹힐 때도 있지만 과연 진화적 측면에서 그런 핸디캡을 감수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할지는 의문이 들었지만 저자는 그 이론을 상당히 신뢰하는 듯하였다.
진화론자들은 생물간의 모든 활동과 모습들을 진화로 설명하고자 한다. 다른 이론과 관점으로 설명도 가능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설명이 잘 안될 때에는 새로운 이론들을 만들어 수학적 검증과 논리를 동원하여 진화적으로 말이 된다고 설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이한 종들의 형태학적, 생리학적, 행동적, 심리적 속성 등이 공통 조상의 유산 덕분에 서로 비슷한 경우에 이런 속성을 가리켜 상동적homologous이라고 부른다.
위 구절에 나오는 '상동적' 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다. 영장류와 인간, 혹은 동물 곤충과 인간의 공통점들을 거론하면서 이것들이 공통조상의 유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 인간은 '내마음은 호수요' 라고 하면서 인간의 마음을 무생물인 호수와도 연결시킬 수 있는 놀라운 지적 능력의 존재이다. 영장류와 유사점을 찾는 것은 외모도 비슷하기 때문에 일도 아니라고 본다. 계통학적으로 발생학적으로 유사성을 지닌 것이 과연 진화론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설명이 가능하고 잘 맞아떨어지는 설명이라고 해서 그게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에, 이렇게 동물의 세계와 연결을 해서 인간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 자체는 매우 의미있고 배울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비유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개미와 배짱이의 이솝우화를 읽으며 게으른 배짱이와 같이 되지 말자는 식의 교훈을 얻는 것은 얼마든지 유익하며 가능하다. 그러나 개미는 개미이고 인간은 인간이지 않은가? 영장류 원숭이들과 인간의 유사점을 보면서 그들의 행태습성에서 우리 인간이 놓치고 있는 점을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유사점을 토대로 인간도 결국 영장류 원숭이와 같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보기에 지배의 요소가 개입되지 않은 인간관계란 비현실적인 것이다. p.98
그래서일까, 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정글의 법칙과 닮아 있다. 투쟁해야 하고 권력속에 생존해야하며, 비용편익 측면에서 보다 나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는게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나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어 돕기도 하는 것이 우리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모습일텐데 말이다. 물론 이런 이타성 까지도 이기적 유전자의 가면쓴 모습이라고 진화론자들은 해석할테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을 동물의 생태를 통해 인간의 유사한 점을 생각해보고 교훈으로 삼는 비유의 책으로 본다면 유익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을 영장류의 하나로 보는 관점은 어떨까? 글쎄.. 그건 각자의 신념과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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