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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오뒷세이아 - 호메로스 (천병희 역)

[김성민의 독서휴식 - 오뒷세이아]


"내 이름은 '아무도아니'요. 

사람들은 나를 '아무도아니'라고 부르지요."

<외눈박이 퀴클롭스에게 

꾀를 내는 오뒷세우스> p.205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전쟁때문에 모였던 살아남은 영웅들은 

제 각기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들 중 '오뒷세우스'라는 인물의 20년간의 귀향 이야기를 다룬 책

그것이 바로 '오뒷세이아'의 내용이다. 


제대로 그리스 고전문학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총 2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제1권을 읽어가며

생소한 수많은 지명과 인명들, 신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구성하면서 읽느라

한두페이지를 읽는데도 1시간씩 걸리기도 하였다.

600페이지 가량 되는 이 책을 어느세월에 다 읽나 싶었는데

일단 나오는 이름들에 익숙해지고 나니

흥미진진한 오뒷세우스의 모험이야기에 빠져들어가며 읽게 되었다.


그리스 문학은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지옥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라는 개의 이야기는

헤리포터 영화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싸이렌의 어원이 되었다고 하는 세이렌의 이야기가

바로 오뒷세우스의 항해 여정중에 등장한다.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이 황금사과를 던진다는 신화속의 장면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출생때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가 저주를 내린다는 내용과 닮아있다.



오뒷세우스가 칼륍소라는 요정에게 7년간 잡혀있다가

천신만고끝에 도착한 섬에서 자신을 구해주는 여자의 이름이 

나우시카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가 떠오른다.

요정 칼륍소는 기타를 칠 때 처음 배우는 주법 중 하나인

'칼립소' 리듬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신들의 이름 중 '히페리온' 이 나오는데

스타크래프트 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거대 전함의 이름이 '히페리온'이다.

최근에 개봉해서 화재가 되었던 영화 '원더우먼'에서

원더우먼이 들고 다니는 방패가 '아이기스' 라고 하는데

이는 제우스의 아들인 헤파이토스가 만든 방패로

아테네가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책에 나온다. 


어쨋든, 책 한권을 읽으면서 이토록 많은 잡생각들과 싸운적도 드문것 같다.

그만큼 현대의 문화를 이루고 있는 상당한 많은 부분이

그리스로 부터 빚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은 오뒷세우스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이면서도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성장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뒷세우스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의 어머니인 페넬로페와 결혼을 하려고 모여든

108명의 구혼자들의 틈바구니속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고 있지 못하는

갓 성인이 된 20대의 청년이 텔레마코스다. 

제 1권에서는 여신 아테네가 텔레마코스에게 찾아가 용기를 불어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왜 아테네는 텔레마코스를 움직이게 했을까? 

처음에는 텔레마코스를 통해서 오뒷세우스를 찾도록 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아테네는 오뒷세우스의 귀향에 대해서는 별도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텔레마코스가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세상에 나가 영웅들을 만나며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나온다.

즉, 이 책의 한 편에는 텔레마코스의 성장 소설을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인지 텔레마코스는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보다 어른스러워짐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108명의 구혼자들을 오뒷세우스가 와서 응징할 때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오뒷세우스는 작전에 맞춰 텔레마코스보고 홀에 있는 무기를 

다른 방에 모두 가져다 놓으라고 했는데

갑자기 구혼자들 몇명이 무기와 갑옷을 착용하는 것에 

오뒷세우스는 놀라하며 누가 이렇게 한거냐며 흥분을 한다. 

이때 텔레마코스가 하는 말이다. 


"아버지! 그것은 제 실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튼튼하게 짜 맞춘 방문을 그대로 열어두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저자들의 정탐꾼이 더 훌륭했던 거예요" p.479


일반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고 할 때이다. 

이 장면에서 텔레마코스는 문제의 원인이 밖이 아닌 자기 스스로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곧바로 그것을 조치하는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다. 


오뒷세이아는 책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서사시로서 시인들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해주는 형태로 전달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중에 소년이나 젊은 청년이 있었다면

분명히 텔레마코스의 모습에 자신을 대입시켜 감정이입하여 들었을 것 같다. 


그렇게 보니, 이 책은 하나의 교육서로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모험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야기의 전개 속에는

용맹함, 명예, 신들에 대한 충성, 중용, 지혜 등 

수많은 교육적 메시지들이 녹아져 있음을 알게 된다.

마지막 오뒷세우스와 함께 구혼자들을 처단하는 장면은

최신 3D 체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눈앞에 생생히 전투장면이 펼쳐지는 듯 하다. 

상대에게 찌른 창을 빼려고 하지 않고,

빼는 동안 누군가가 나를 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이나

일대 다수의 싸움에서 가장 최적의 위치를 선점해

전투를 벌이는 등의 전략적 모습에 까지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해놓고 있다. 


비록, 비슷비슷한 인물들 이름과 얽히고 설킨 신과 영웅들의 관계도로 인해

아직도 헷갈리기만 하지만

전체를 다 읽어보면서 흐름과 배경을 이해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고 유익한 독서였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 마지막으로, 글 처음에 인용한 '아무도 아니' 라고 자신을 밝힌

오뒷세우스의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오뒷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돌아오는 귀향길에

수많은 전우들을 잃게 되고 결국에는 자기 혼자만 남게 되는데

그렇게 된 단초를 제공한 곳이 바로 퀴클롭스가 사는 섬에서의 사건 때문이다. 

퀴클롭스는 눈이 하나인 거인으로

거대한 동굴안에 수많은 양들과 보물들을 쌓아놓고 살고 있는데

어느날 오뒷세우스가 이 섬에 도착하게 된다. 

오뒷세우스의 동료들은 그냥 양 몇마리 데리고 바로 가자고 했으나

오뒷세우스가 고집을 부리며 이 섬의 주인장이 자신을 어떻게 대접할지 보자며

기다리고 있다가 퀴클롭스에게 잡히고 만다. 

이때, 오뒷세우스가 기지를 발휘하여 결국 탈출에 성공하게 되는데

그 전에 퀴클롭스에게 자신의 이름을 'Nobody'(아무도 아니) 라고 알려주게 되고

바로 위에서 인용했던 것이 그 상황에서의 대화다.

오뒷세우스는 술에 취해 잠에 든 퀴클롭스의 눈을 찔러 실명케 하는데

퀴클롭스는 수많은 동료들을 불러 이렇게 말한다. 

"나를 죽이려는 자는 '아무도 아니'요"

즉, 아무도 나를 죽이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게 되고

자신을 도와주려고 왔던 동료들은 그냥 가버리고 만다.


만약 오뒷세우스가 그렇게 조용히 탈출을 했더라면 훨씬 일찍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런데, 탈출해서 잘 가고 있던 배안에서 

바닷가에 나와 있던 퀴클롭스에게 너를 혼내준건 바로 '오뒷세우스'님이다 라며 부화뇌동을 했던게 화근이 되었다.

폴뤼페모스라고 하는 이 퀴클롭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는데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기도를 하는 내용이

오뒷세우스를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저주하는 것이었다.

그 저주대로 오뒷세우스는 20년간을 바다에서 방랑하며 떠돌게 되는데

오뒷세우스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그 사건이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읽고 듣게 되는 '오뒷세이아' 라는 서사시가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물론 오뒷세우스는 소설속의 가상의 인물이겠지만 말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