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경영/독서경영_자기경영

[김성민의 독서경영] 인간은 필요없다 - 제리 카플란

[김성민의 독서경영 - 인간은 필요없다]


자율주행 트럭이라는 단 한 가지 혁신으로 

9.11 테러의 희생자 수보다 더 많은 목숨을 

해마다 구할 수 있을 것이다.  p.193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키워드가 매체를 덮고 있는 이때에 이 처럼 강렬하게 다가오는 제목의 책도 없을 것이다. 다짜고짜 인간은 필요없다라고 하니 저자인 제리 카플란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나도 모르게 서가에서 이 책을 뽑아 들게 되었다. 


제리 카플란은 현재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인공지능의 영향과 윤리에 대해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이다. 현장의 실무와 이론적인면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인지 그의 책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나오는 '부의 집중' 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을 집중시킨다. 먼저 그는 자기 자랑부터 시작한다. 자신은 1200평이 넘는 대지의 아주 멋진 집에서 살며, 집안 내부에는 당구장과 영화관람실이 있고, 집에서 파티를 열면 150명은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지하포도주 저장실과 집안에 있는 엘리베이터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가 살고 있는 집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데 자신은 미국 상위 1퍼센트안에도 들지 못한다는 말로 맺음을 하고 있다. 


결국 그는 기술의 발전에 의해 부가 편중되고 있음을 자신의 사례를 통해 그 격차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도 좀 산다고 하는 중산층의 아슬아슬한 경제활동을 대비시켜 서술을 할 때에는 그 심각함이 어느정도인지 쉽게 이해하게끔 만든다. 


지구 온난화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은 변화 속도가 문제이지 변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현재 노동자들은 그런 새로운 일자리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시간은 물론 기회도 없다. p.24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핵심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그것은 '변화 한다' 라는 사실 그 자체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변화의 속도가 문제되는 것이다. 얼마전 알뜰신잡이라는 방송프로그램에서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가 '기술의 유효기간이 인간의 생물학적인 수명보다 짧아졌다' 라고 했던 말과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알려준 것을 자식세대가 그대로 써먹으면서 살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좀더 빨라지게 되면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사회나오면 전혀 써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진다.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그런 것을 많이 경험한다. 기술발전이 빠른 coding 의 경우에 나는 대학에서 Fortran 이라는 언어를 배웠지만, 졸업할 때는 객체지향 언어라고 하는 C, C++, Visual C, Java 등을 거쳐 지금은 Ruby, Python등을 하고 아이들은 스크래치라는 것을 통해 코딩을 배운다고 한다. 이것도 몇년전 이야기이고 지금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기술들은 사람들에게 '편리함' 이라는 달콤함을 던져준다. 작년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한 구글포토 서비스는 무제한의 사진을 무료로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아얘 쓰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한번 공짜의 맛을 들이게 되면 어떻게 벗어날 수가 있겠는가. 동네 빵집과 구멍가게보다 집 근처 생긴 할인마트와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것이 더 값싼데 어떻게 그 매력을 떨칠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고객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편리성, 서비스, 그 밖의 여러 사항을 고려하여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을 선택한다. 

자신들의 단기적인 구매 행동이 미래 소비자들에게 해로운 쪽으로 소매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결국에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후손들에게 황폐하고 암울한 환경을 물려준 이스터섬 원주민 같은 처지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p.145 


책이 기술에 대한 것 같지만,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기술로 인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우리는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되느냐를 질문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기술의 유효기간이 짧아져서 사람들은 과거의 직업을 잃고 새롭게 생긴 직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에 대한 해법으로 '직업 대출' 이라는 아주 새로운 방식의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가 집을 살 때 집의 가치를 가지고 주택 담보대출을 받는 것과 같이 취업이라는 담보를 가지고 새롭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비 대출에 대한 금융상품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무슨 뚱단지 같다고 느껴졌지만 돈의 흐름과 책임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높은 방식같아 보였다 먼저는 기업의 입장에서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 인재 부족의 불평도 해소됨과 동시에 구직자들이 쓸모 없는 과거의 지식이 아닌 현재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을 타겟으로 하여 교육을 통해 기술을 익히게 되니 모두가 윈윈이 되는 모양새이다. 거기에 참여하는 기업에게는 정부차원의 특별한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면 미래 기술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시장내에서 자체적으로 조절될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우리가 늘 써오던 방식처럼, 각자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효력을 미치도록 계획하면 된다. p.240


그는 애덤스미스가 이야기한 보이지 않는 손의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미래 로봇 시대에 대응할 국가 정책에 대해 몇가지를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사람이 앞으로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향후 정책의 세밀한 부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100년전에 비해서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잘 살게 되었다. 수치상으로는 그런데 이상하게도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밖에서 보면 깜짝 놀랄만큼의 경제성장을 한 나라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스스로를 헬조선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그 이유를 나는 저자가 이야기한 부의 편중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이 책의 뒷부분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식의 사회 시스템이 가동된다면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시대는 좀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이 풍기는 비관적인 내용만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인공지능에 대한 법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그것을 잘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하면서 조금은 긍정적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피터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하였는데, 더 이상 기술 변화속 일자리 문제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게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깊어가는 가을, 우리 인생의 결실을 위해 한번 쯤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