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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오리지널스 - 애덤그랜트 (안목과 설득)

[김성민의 독서경영 - 오리지널스]


분명한 견해를 지니되,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겸허함이 필요하다.” 

<미래학자 폴 사포>  p.328



'안목과 설득'에 관한 책. 그것이 내가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이 책에 대한 한마디 요약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독창성에 대한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쩌면 독창성의 범위를 애덤그랜트는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왜 이런 관점으로 책을 써낸 것일까? 


어느날 자신의 제자 네명이 회사를 창업하고자 한다며 투자를 부탁하러 찾아왔다. 애덤그랜트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린 결론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년이 지나지 않아 자신이 투자를 철회한 그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에 선정될 정도로 크게 성장하고 만다. 당연히 애덤그랜트는 그때 왜 자신이 투자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했고,  왜 그런 판단착오를 했던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오리지널스'라는 제목의 책으로 결실을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첫째로 이 책은 '안목' 에 관한 책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보고도 알아보지 않았던 자신의 안목. 그리고 반대로 좋지 않은 아이디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상품이라고 여겼던 세계적 기업의 경영자들이 했던 잘못된 안목. 그 근원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또한 '설득'에 관한 책이다. 어쩌면 저자인 애덤그랜트 교수는 이 부분을 보다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기획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애덤그랜트 본인의 부족한 안목이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인정받고 투자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던 네명의 와비파커 창업자들에게 잘못을 돌리려는 의도에서 그런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온갖 설득 상황을 놓고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창성' '창의성'의 책으로 생각하고 읽다보면 도무지 맥락에 맞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나온다. 갑자기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내용이 나오질 않나, CIA 의 정보 공유 시스템을 도입했던 메디나의 사례도 그렇고, 육아서도 아닌 것이 어린시절 자신의 적소를 찾게 되는 요인들에 대해 장황히 나열한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독재정권에 항거하기 위한 전략적 방법론으로 이야기를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들을 '설득'이라는 관점으로 보다보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몇 시간, 몇 주,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그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보냈다. 문제가 뭔지 생각해보고, 해결책을 마련해보고, 그 아이디어가 표명하는 점을 끊임없이 되뇌어본다. (중략) 하지만 그 시점이 되면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들릴지 상상하기가 불가능해진다. p.139


위에 인용한 내용은 사회학자 사릭의 이론을 바탕으로 정보를 접하는 익숙함에 따라 생소한 것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차이가 남을 이야기할 때 앞서 설명한 부분이다. 만약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이부분에서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고자 하는 애덤그랜트의 기발함에 놀랐을 것이다. (이건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정도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어쨋거나 이 이야기는 결국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지만 상사를 설득하거나 동료를 설득하거나 투자자를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그 아이디어의 독창성은 빛을 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창의적 사고에 대해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나도 느끼고 있는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창의적 결과를 내는 것의 지극히 작은 일부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이디어의 창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작업. 그리고 그것을 결과로 이끌기까지의 용기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세상에 독창성 있는 것이 부족하다고 탄식할 때 창의성의 부재를 탓한다. (중략) 실제로 독창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아이디어 창출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디어 ‘선정’이다. p.68


그런면에서 설득을 강조하고, 그 지점에서는 설득을 당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내용도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창의성은 비판을 자제할 때 꽃핀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이는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독창성이 높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비판을 적게 받아서가 아니라 많이 받은 덕에 나온다. (중략) 단, 집단 구성원들이 동료들이 자신을 지켜봐주고, 자신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느낀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p.312


혁신적인 컨설팅 회사 아이디오(IDEO) 에서는 경영진이 직원을 채용할 때 조직문화에 적합한지를 따지는 대신 조직문화를 풍성하게 만들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p.321


성공의 비결은 진정성이다. (중략) 악마의 변호인이 최대한 효과를 거두려면 악마의 변호인 자신이 자기가 내세우는 주장을 진심으로 확신해야 한다. 그리고 집단도 그가 정말로 확신을 갖고 주장한다고 믿어야 한다. p.325


“분명한 견해를 지니되,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겸허함이 필요하다.” <미래학자 폴 사포>  p.328


조직 문화의 의사결정 과정중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 책은 다른 의미에서 소통에 대한 책이라고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독창성의 근원에는 이렇게 그 아이디어를 알아봐주는 조직문화에 있다고 보았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깊게 생각했던 것이 기존의 '통념'을 이야기 하고 그것에 정반대되는 연구 결과를 배치하면서 자기 주장을 전달한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우리는 흔히 브레인스토밍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를 낼 때에는 '비판 금지' 가 지켜져야 하는 좋은 원칙이라고 여긴다. (실제로는 그것마져도 잘 지켜지진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인용문에서 처럼 저자는 비판이 되어야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뜻 우리가 속한 조직의 모습에서는 잘 상상이 안되는 주장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비판을 받으면 생각이 움츠러 들게 되고 그렇다면 감히 발언을 할 생각을 못하는 경직된 조직 문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덤그랜트는 그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비판이 효과를 나타내는 조직은 다른 구성원이 설령 비판을 하더라도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조직일 때라야 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마찬가지로 집단 사고가 가진 폐해를 이야기 하면서 퍼실리테이션이나 창의적 방법론에 늘상 등장하는 '악마의 대변자' 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역할극 형식으로 정해진 악마의 대변자는 집단사고를 막는데 그다시 효과가 없다는 실험 근거를 통해 이야기 하니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더해진다고 보인다. 


어쨋든, 이 책은 독창성을 설명하면서 안목과 설득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접근 방식이 나는 옳다고 생각된다. 흔히 TV 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이나 정책들이 등장했을 때 '야.. 저거 내가 10년전에 다 생각했던건데..' 라고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는데, 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오리지널리스를 향해가는 정말 작은 단계일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어떻게 나의 아이디어를 설득하고 관철시키는가. 그리고 내가 아이디어의 발현자가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안목을 가지고 가치를 발견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직장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기획서에 담아 보고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하며, 또한 좋은 아이디어들을 분별하여 올바른 선택을 해야할 경영자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여겨진다. 


여기 나오는 말들이 모두 절대적으로 옳다는 뜻은 아니다. 틀린 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머리속에 당연함으로 자리잡고 있는 통념이 깨어지고 다른 관점을 지닐 수가 있다면 좋은 독서가 되고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 좋은 책들과 벗하며 성장해나가길 응원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